산에만 고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도 크고 작은 고개가 수없이 있어 흔히 인생 고갯길이라고도 한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순간순간이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연습이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단 한 번뿐이다. 한 번도 가본 길이 아니기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나마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에서 위안 삼기도 한다. 그렇게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넘어가지만 어쩌다가 앞을 딱 가로막는 큰 고개를 만나면서 고난의 행군은 시작된다. 아무쪼록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는 것밖에는 없다. 길은 어디에도 있지 싶은데 없으면 만들며 가야 한다. 그러려면 개척자로 고생이 따른다. 머나먼 길을 가는데 고개가 없는 평탄한 길만 있을까. 겪으면서 견뎌야 목표지점에 비로소 무난히 다다를 수 있다. 다소 험난하다고 회피하거나 우회하려다가는 세월만 앞질러 보내고 혼자 허덕인다. 산에는 능선을 오르고 넘는 가파른 고갯길이 있으며, 삶에는 인생 고갯길이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험난한 길로 기다리고 있어 어느 하나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고갯길은 오르고 넘어야 한다. 그래도 고개 너머 저 너머에 은근한 그리움이 있다. 자연의 고갯길은 가늠할 수 있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 넘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너무 힘겨워 굴을 뚫고 곧게 바로잡으며 터널을 만들어 더는 고개가 아니다. 인생의 고갯길도 질러가는 길이 있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그런 미련을 아예 버려야 속이라도 편안하다. 인생 고갯길이 마음속에 있어도 좀처럼 눈치를 채지 못하므로 달리 재간이 없어 고행하듯 가야 한다. 고스란히 바람을 안고 가듯 착실하게 개척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일상에서 크고 작은 좌절이나 어려움도 하나의 고갯길일 수 있다. 잘 참고 견뎌내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뒷걸음질하게 된다. 고개에 올라서면 새로운 길이 보이면서 그만큼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인생의 고갯길 너머 저 너머에 반가운 손짓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