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3,1-8
1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3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7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8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복음 마르 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서의 기억이 많습니다. 단층 주택이었고 넓은 마당에는 나무와 꽃도 많았습니다. 형제가 많아서 저녁 식사 때면 늘 북적대던 기억, 겨울에는 너무나 추워서 가족 모두가 함께 이불을 덮고 서로의 체온으로 매서운 추위를 이겨냈던 기억, 마당에서 키우던 동물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려집니다.
언젠가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이 집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어딘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지역이 개발되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파리를 ‘시간이 멈춘 도시’라고 부릅니다. 100년 전 헤밍웨이가 걷건 거리와 현재의 파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853년 이후 이렇다 할 재개발이 없었다고 합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찾아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무척 반가울 것 같습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행복을 다시금 간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와 비슷한 감사의 인사를 받곤 합니다. 20년 넘게 써 왔던 ‘새벽을 열며’ 묵상 글 때문입니다. 제 글을 보다가 어느 순간 보지 않았는데, 아는 지인이 저의 묵상 글을 보내줘서 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묵상 글을 보면서 예전의 순수했던 마음이 생각나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계속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사랑, 평화, 기쁨, 희망, 믿음 등의 소중한 가치가 담긴 마음은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도 늘 그 자리를 지켜주십니다. 특히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을 변함없이 계속해서 나눠주십니다.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합니다. 그들의 요구대로 그냥 손만 얹어 주셔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십니다. 그리고 “에파타!”라고 말씀하시지요. 손만 얹어도 충분히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행동을 하셨을까요?
계속된 접촉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단순히 말로 위로 하는 것보다,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습니까? 병의 치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도 주님의 사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 일회적인 사랑이 아니라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그 사랑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변함없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에 인내하라. 자신의 결함을 자책하며 용기를 잃지 마라. 하지만 지체하지 말고 그 결함을 고치기 시작하라. 그 노력을 매일 새롭게 시작하라(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녀 스콜라스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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