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요지부동할 것 같았던
강과 산의 모습이지만 10년 세월이 지나면 그 모습이 변한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의 한 단면이다.
제행무상. "모든 행들은 무상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행(行)'은 범어 상스까가(samskara)의 번역어다.
'삼(sam)'은 '함께'를 뜻하고, '까라(kara)'는 짓다,
만들다'를 의미하는 어근 'kr'에서 비롯된 명사이기에, 제행무상은
"(조건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진 것들은 무상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여러 조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그런 조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면 변하거나 사라진다.
예를 들어서 내 목소리의 경우 '허파, 바람, 성대, 혀, 치아, 입술, 등의
조건들이 함께 힘을 합하여 만들어낸 것이고 공기를 통해
남의 귀로 전달되면 내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
허파, 바람, 성대, 혀, 치아, 입술, 공기, 귀···
가운데 어느 하나만 결여되어도 내 목소리가 발생할 수 없다.
이렇게 내 목소리는 '여러 조건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진 행(行)들' 가운데 하나다.
조건에 의존한 발생을 연기(緣起)라고 말한다.
따라서 제행무상은 "연기한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후대의 아비달마교학에서는 제행무상을
"모든 유위법은 생주이멸(生住異滅) 한다."고 표현하였다.
'유위법(有爲法)'의 범어 원어는 상스끄리따(samskrta)로 '행'을
의미하는 상스까라와 마찬가지로 '조건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생주이멸'은 '무상'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으로 발생했다가(생),
머물렀다가(주), 변이했다가(이), 사라진다(멸)는 뜻이다.
허공을 제외한 모든 사물이 유위법이다. 허공은 무위법으로 상주하지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듯이, 유위법인 모든 사물은 생주이멸 한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모든 사물이 생주이멸 하듯이,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 한다.
탄생했다가, 늙어가다가, 병 들었다가, 사망한다. 온 우주 역시 무상하다.
불전에서는 우주의 무상함을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고 표현하였다.
성립했다가(성), 지속하다가(주), 무너지다가(괴),텅 빈다(공)는 뜻이다.
이런 네 단계의 과정을 각각에서 20겁의 세월이 소요되기에
온 우주가 한 번 성립되었다가 텅 비기까지 총 80겁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 20겁을 중겁(中劫), 80겁을 대겁(大劫)이라고 부른다.
소겁(小劫)은1겁이다 우주가 성립되었다가 무너지는
성주괴공의 주기는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히 되풀이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춘하추동으로 순환하는 계절이
무상하고, 밤과 낮이 바뀌는 하루가 무상하고, 들숨과 날숨을 되풀이 하는
호흡이 무상하다. 더 미세하게는 매 찰나 요동하는 한 점 의식의 흐름이 무상하다.
제행무상. 거시적으로는 온 우주가 무상하고,
미시적으로는 한 점 의식의 흐름이 무상하다.
종교체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어떤 종교체험이라고 하더라도 연기(緣起)한 것이기에 결국 사라지고 만다.
10년 후에 변할 강산에는 집을 짓지 않듯이, 그 어떤 종교체험에도
미련을 두지않고, 그 어떤 종교체험도 그것이 영원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무상의 자각이 철저할 때, 나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현상도 추구하지 않는다. 모든 종교체험에서 손을 놓게 된다.
불교수행의 종착점인 열반이다.진정한 평안이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