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 노선도
오성인
아버지는 자신의 목구멍을 오르내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이 트기 전에 나갔다가 굽은 밤의 등에 업혀
돌아왔다 종종 물건을 하나씩
집에 두고 갔지만
속내는 깊숙이 감춰 두고 일절 내보이지 않았던
아버지는 눈과 코와 입 중 하나만 슬쩍
보여주거나 어떤 날에는 아예 손조차도
잡아 주지 않았다
여기 어딘가 아버지 흔적이 있을 테니까
잊어버리지 않게 역 이름을 외워 두어라
가까우면서도 먼 아버지를 찾아
옥수역으로 내려가는 전철 안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창동 성북 회기 어젯밤과 오늘 아침
아버지가 지나간 역들을 차례로
짚어 가는 동안
그늘에 삼켜져 어둡고 늘 밖으로 맴돌고
쓰라린 기억의 족쇄를 끊어내지 못했던
아버지가 창밖으로 지나갔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아버지를 잡으려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빠질 뻔했던
그날 밤, 옥수역에서 의정부로 돌아가는
길이 퉁퉁 부어오른 목구멍 같았다
아버지가 주저앉아 울고 쓰러져 거친
호흡을 하던 자리를 거듭 드나들고 나서야
간신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문장 웹진 2022년 12월호》
오성인
광주 출생.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 시집 『푸른 눈의 목격자』.
첫댓글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왜 그리 어려운지
먼저 이태원 역을 가는데
거꾸로 가고
앞으로 가고
나 또한 시대를 따라
방향감각은 잊은 건지
한참을 돌다가 찾아갔습니다.
다행인 건,
가만히 있어도 제자리로 데려다 준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