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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스크랩 [태백/상장동] `탄광`, 상장동 벽화마을 첫번째 이야기
길손旅客 추천 1 조회 127 12.06.07 11:12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검은 황금'의 도시, 벽화 스토리텔링

상장동 벽화마을

강원도 태백시 상장동 일대

 

'검은 노다지' 석탄,

그로 인해 번창하던 시대.

태백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풍경들을

마을의 벽화로 재현하여 놓은 공간, 벽화를 따라 이야기속으로 들어갑니다.

 

 

 

문득 나선 여행길,

오랜만에 시원스런 콧바람을 넣고 "바다만 보고 돌아와야지.." 라는 생각에 묵호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논골담길 벽화마을'을 만났지요. 그리하고 나니 뭔가 헌전합니다. 어드메쯤 한 두곳 정도는 더 불러 봐야 할 것 같은 느낌, 역시 병(病)입니다. 결국 당일로 떠난 목적 없던 여행은 '벽화마을 순례'라는 거창한(?) 계획이 만들어 집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태백으로 영월로 향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태백, 벽화앞에 서니 어디쯤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네요. 결국 초우량블로거 바람될래님과 통화 후에야 벽화마을, 상장마을에 들어섰습니다.

 

3월의 중순, 저 아래 남쪽 지방에는 봄을 알리는 봄꽃소식이 연일인데, 

태백은 아직도 겨울입니다. 사람 발길 닿지 않은 야산에는 소복히 쌓인 눈이 그대로이고, 설령 마을길이라 하여도 여전히 잔설이 남아 있습니다. 고갯마루 하나 넘어설때 마다 안개비와 진눈깨비가 함께 내리고 내려서면 하늘은 허연 구름을 잔뜩 이고 있습니다. 태백의 하늘은 유독 낮습니다. 해발 평균 600m, 그만큼 높은 땅이라는 뜻이지요. 연화산과 함백산에 둘러쌓인 상장동은 그만큼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곳입니다.

마을을 둘러싼 산들의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낮은 구름, 그리고 바람, 태백의 3월은 지금도 겨울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태백은 산촌마을이었습니다.

산에 불을 놓아 풀과 나무들을 없애고 그 자리에 농사를 짓는 화전민들의 삶이 있었지요. 잡목을 태워 숯을 만들어 내다 팔았고, 땅속의 자갈이 적고 토양이 부드러워 콩과 옥수수, 감자등을 심으며 살던 화전민들이 터를 잡으며 주변의 것들로 만들어진 너와집과 굴피집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 탄광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베를 짜던 어머니는 석탄을 나르고, 땅을 일구던 아버지는 광부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한때 640만톤에 달하는 석탄 생산으로 우리나라 석탄생산의 30%를 차지하며 제1의 광도로 이름을 날리며 '검은 황금'을 캐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너와집과 굴피집은 밀려 광산 사택으로 변하고 흙길은 포장이 되어 석탄운반에 좋은 길을 만들게 됩니다. 남녀가 따로 없던 화전민의 삶에서 갱도라는 생과사의 동굴을 드나들던 가장들의 안전을 위해 도시락을 쌀때 네주걱을 담지 않으며, 아녀자가 광부를 앞질러 걷는 것을 금기시 하게 됩니다. 또한 갱도의 위험을 가장 먼저 인지하는 쥐를 잡지 않는등 살아가는 방법과 사는 집이 바귀게 됩니다.

그러던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사업으로 50여개에 이르던 광산은 몇몇의 광산만을 남겨둔채 문을 닫게 됩니다. 석유와 가스로 대체 된 연료의 효율은 끝내 석탄산업의 하향길을 만들게 됩니다. 천여명이던 광부들은 백여명으로 줄었고, 이제는 그나마도 흔적만 남아 어르신들의 옛 기억속에서만 남은 '검은 황금'의 시대가 된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 

태백 남부 상장마을에서 옛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변화가 생겨 납니다. 1970, 80년대 호황을 누렸던 '검은 황금'의 시대를 벽화로 알리기 시작합니다. 광부들의 채탄작업과 광부들의 일상을 담아낸 벽화, 금방이라도 밝은 웃음소리 낼것만 같은 아이들, 그리고 고단하지만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들의 고귀한 노동의 현장을 담아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광부들의 출근길을 그림으로 표현한 상장벽화마을 진입로

 

 

상장동 벽화마을 그 첫번째 이야기, 탄광.

남부마을에 들어서는 철길 아래를 지나면 벽화가 펼쳐집니다. 마을길 담벼락을 수놓은 그림들을 찬찬히 보고나면 광부들의 삶과 어머니의 삶, 아이들의 삶이 뒤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존재합니다. 갱도속에서의 작업은 늘상 죽음과의 사투와도 같습니다. 그러한 이면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장동의 벽화는 그러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련한 '가족'에 대한 스토리텔링이지요. 단순한 그림의 표현이 아닌, 당시의 상황을 표현함으로서 고단함과 애환을 담아내었고, 탄광촌 주민들의 삶을 담아내었습니다.

 

인생의 끝을 '막장인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막장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안전등 하나만으로 유일한 나만의 불빛을 밝히고, 경사를 따라 갱차를 타고 3km이상을 내려가면 오늘의 작업공간이 나옵니다. 폭약을 설치하고 발파를 하고 나면 막장은 시커먼 연기로 뒤덮힙니다. 마스크 하나로 유일의 거친 숨을 내 쉬면서 땀과 함께 범벅 된 얼굴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지요. 갱도에서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간식시간과 식사시간, 마스크로 가려졌던 입주위만 유독 하얗게 남고 그 보다 더 하얀 이를 들어내며 서로를 보고 웃습니다. 이는 검은 탄가루를 뒤짚어 쓴 동료를 보고 웃는 것이 아닌 아직 살아 있음에 대한 서로에 대한 끈끈함이 베인 웃음입니다. 그리고 꿀맛과도 같은 식사, 아내가 싸준 식어 버린 도시락은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그리 맛나고, 그리 따스하다 합니다.

담배 한대 깊게 물고 다시 작업, 졸린 눈과 피곤한 몸은 갱도에서 사투를 벌입니다. 언제 어더한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갱도에서의 작업, 이는 늘 불안과 초조를 안고 작업하는 최악의 조건이 됩니다.

그리고 퇴근 길,

어둠과 석탄가루와의 사투가 끝나는 시간, 불안과 초조는 사라지면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렸으나 갱도 보다 밝기에, 막장 보다 맑기에 기지개 크게 펴고 깊은 숨을 연신 내어 쉽니다. '몇년만 고생하자.'라는 생각으로 찾은 탄광, 그러나 10년, 20년이 흘러 어느덧 익숙한 광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발목을 잡은 탄광, 그러한 탄광의 모습을 이제 벽화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탄광의 일상, 갱도에서의 휴식은 과거 석탄이 가져다 주었던 풍요로움에 대한 향수와 추억입니다.

대한민국 성장의 중추역할을 담당한 석탄, 그리고 그 중심이었던 태백을 만날수 있는 곳, 상장마을 입니다. 

  

 

 

 

 

 

 

 

채탄

"광부는 좁은 갱도안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수 없지만,

검은 굴 안 가득 떠도는 처자식 얼굴에 한삽한삽 행복을 퍼 담는다."

 

 

"김치 하나 쭉쭉 찢어 물  말은 밥 위에 얹어 놓으면  밥숟가락으로 푹푹 퍼 먹던 시절,

반찬 없다는 투정이 어디 있었으며, 밥 맛 없다는 행복에 겨운 불평이 어디 있었으랴,"

 

 

 

 

"땀인가, 물인가, 아니면 눈물인가.

목에 두른 수건을 몇 번씩이나 짜내며 광부는 삶을 캔다. 탄을 캔다.

숨이 턱에 차오르고, 내쉬는 한 자락의 목숨이방진 마스크에 걸리면 광부는 '후~'

그렇게 오늘을 산다."

 

"두부조림에 김치 한 조각.

마누라가 싸준 점심 도시락에 광부는 하얀 이빨을 내놓고 젓가락질을 한다.

먼지를 먹는지, 밥알을 먹는지, 짭쪼름한 두부 만큼이나 땀으로 범벅이 된 광부는 작은 도시락에 잠시 안식을 얻는다."

 

"삶의 무거운 짐 만큼이나 동발의 무게가 광부의 어깨를 짓누른다.

온 몸은 땀 범벅, 두 손의 힘줄 불뚝이고, 두 다리가 달달 떨려와도 동발을 지고 전진하는 광부,

그래서 산업역군이라 불렀나."

 

 

 

 

퇴갱

"그림자를 뒤로하고 막장을 향했던 광부는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세상으로 나온다.

쳐진 어깨에 땀으로 범벅이 된 목수건을 챙겨들고 천근만근 몸뚱이를 눕히러 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광부의 얼굴은 폐인 주름마다 탄가루가 스며있다.

노역의 고통이 스며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가족에 대한 애잔함과 말로다 할 수 없는 사랑이 스며있다."

 

 

 

 

by 박수동

www.gils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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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08 09:07

    첫댓글 몇년전 석탄 박물관안에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광부들의 삶을 잠시 본적은 있는데 이렇게 벽화로 마을을 보여준 것은 처음입니다. 좋은곳 소개 해 주시여 감사합니다.

  • 작성자 12.06.08 16:02

    태백, 문경, 삼척, 영월등지에 석탄박물관이 있지요.
    당시의 마을 상황등을 고스란히 연출해 놓은 공간에서 광부들의 삶을 엿보는 좋은 장소입니다.

    감사합니다.

  • 12.06.08 12:32

    태백엔 20여년 다녔는데 아직도 구경 못한 곳이네요~~ 삼수령 피재에서 오르쪼그로 가면 태농원으로 자주 가는 편입니다~~

  • 작성자 12.06.13 10:14

    벽화마을은 태백 한복판에 자리한 동네입니다.
    태농원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네요.^^ 태농원에 자주 가신다니 좋은일 많이 하시고 계시네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12.06.09 10:42

    탄광지역은 벽화그림도 탄광과 관련이 있는 그림이군요 탄캐는 일 어려움을 알수있도록 해주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 12.06.12 09:35

    광부들의 일상을 담담히 담아낸 벽화마을입니다.
    감사합니다.

  • 12.06.11 23:26

    태백에 이런마을이 있었나요....작년에 영월을 거쳐 태백도 다녀왔는데 그런곳이 있다고 생각도 못하였습니다

  • 작성자 12.06.12 09:36

    태백시내라 해도 약간은 외곽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영월과 정선 오가는 길이라면 지나칠 수 있는 길이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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