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저(高低)‧장단(長短) 그대로가 평등(平等)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한곳[一處]을 통하면 천 곳 만 곳을 일시에 통하고,
한 글귀[一句]를 깨달으면 천 글귀, 만 글귀를 일시에 깨달으리라.
그렇다면 어떤 것이 그 한 곳이며 어떤 것이 그 한 글귀인고?
눈 밝은 대중(大衆)은 말해 보라.
대중이 말이 없자 게송을 읊으시되,
일월보현일체수(一月普現一切水)
일체수월일월섭(一切水月一月攝)
상엽번공삼계추(霜葉翻空三界秋)
석천입해시방류(石泉入海十方流)
저 달이 모든 물에 비추니
모든 물도 저 달에 비추네.
단풍잎이 허공에 날리니 삼계가 가을이요
샘물이 바다에 드니 시방세계에 흐르더라.
비록 이것을 분명히 말하더라도 이 산승(山僧)의 문하(門下)에 와서는
아픈 매를 면하지 못할 것이니, 어떻게 하면 그것을 면하겠는가?
한참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이 법[是法]은 본래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고 길고 짧음이 없다.
이른바 평등이란 산을 무너뜨려 바다를 메우는 평등이 아니요,
또 학의 다리를 꺾어 오리 다리에 이는 그런 평등이 아니다.
높은 것은 높은 그대로 두고 낮은 것은 낮은 그대로 두며
긴 것은 긴 것대로, 짧은 것은 짧은 것대로 두는 것이니,
그래야 비로소 참 평등[中正]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법이란 다 그런 것임을 알면 모든 물건이 저절로 평등해질 것이다.
게송(偈頌)을 읊으시되,
팔월십오야(八月十五夜)에 운간월출몰(雲間月出沒)이로다
견월불견운(見月不見雲)하니 삼천월세계(三千月世界)로다
팔월 보름날 밤에 달이 구름 속에 들락날락하네.
달만 보고 구름은 안 보니 삼천세계가 모두 달뿐이로다.
大衆에게 묻노니 이것이 천상의 달[天上月]인가, 인간의 달[人間月]인가.
법상(法床)에서 내려오시다.
海印寺 上堂 [1949년 8월 15일]
- 효봉 스님[曉峰 學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