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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박석무 칼럼
* 율곡과 다산의 나라 사랑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율곡 이이와 다산 정약용, 조선을 대표하던 학자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율곡은 태어나기야 강릉이었지만 고향은 파주로, 파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생을 마쳤다. 다산은 광주 출신으로 태어나고 삶을 마친 곳도 광주였으나 오늘날에는 남양주시로 행정구역의 명칭이 바뀐 곳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살았던 율곡은 당시의 일반 성리학자들과는 다르게 백성과 나라에 대한 관심이 특별하여 온갖 병폐를 안고 있던 나라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여기면서 많은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대로 두면 반드시 '土崩瓦解(토붕와해)'의 화란이 온다고 거듭 주장했다.
율곡의 논리는 명쾌했다. 병들지 않은 곳이 없는 나라, '更張(경장)'하지 않으면 나라가 존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국왕에게 대책을 올리고 上疏(상소)를 통해 경장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대표적으로 '經濟司(경제사)'라는 국가 기관을 설립하여 경제를 살려내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백성들이 굶주리고서야 어떻게 강한 나라가 되어 나라도 평안하고 외침도 막을 수 있겠느냐면서 경제 살리는 대책을 진언했다. 경제를 살려내 강병 육성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자는 예언까지 했던 점은 율곡이 얼마나 훌륭한 애국심의 소유자였는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18~19세기를 살았던 다산, 온 세상이 썩은 지 이미 오래라면서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지금 바로 나라를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는 망하고 말리라고 예언하면서 나라와 백성을 살려내려는 온갖 방책을 강구하였다. 특히 탐관오리들의 발호로 세상이 너무나 썩어 문드러져서(腐爛) 그대로 두면 必亡(필망)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였다. 율곡의 '경제사'에 해당하는 '利用監(이용감)'이라는 새로운 국가 기구를 신설해서 이용후생의 혜택으로 나라와 백성을 살려내자고 주장하였다. 崇文(숭문)에 빠져 있던 그 시대에 기술 개발과 기술 도입 없이는 절대로 국부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믿었던 다산의 생각은 역시 탁월했었다.
16세기 율곡은 반대파들의 악의적인 방해로 자신의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동·서 분당의 비극으로 율곡의 정책과 대안이 전혀 실현을 보지 못하자, 끝내 임진왜란을 맞아 망국 직전에 이른 나라가 조선이었다. '경세유표'·'목민심서' 등 나라와 백성을 살려낼 수 있는 탁월한 다산의 주장은 채택될 방법이 없어서 '遺表유표, 유언으로 남기는 정책 건의서)'와 '心書심서, 목민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책)'로만 전해질 수밖에 없어, 다산이 세상을 떠난 74년 뒤, 1910년 나라는 끝내 망하여 조선 백성 모두는 일본의 노예가 되고 말았었다. 참다운 학자들을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율곡과 다산의 일에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진실한 학자들의 애국심이야말로 나라를 살려내는 가장 큰 힘이다. 그렇게 간절하게 주장한 정책 대안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무능한 군왕과 관료 집단은 그래서 영원한 역사의 죄인인 것이다.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이 죽어가도 자신들의 권력만 유지되고 부귀호강만 누린다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던 그 망국적인 사욕 때문에 나라는 그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율곡을 소환하고 다산을 소환하자. 두 분의 그 탁월한 애국심을 이어받아 모든
국민이 애국심으로 다시 무장하여 나라가 바르게 가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人事(인사)가 바로 用人(용인)인데, 요즘 인사의 난맥상을 어떻게 두고만 볼 것인가. 율곡과 다산, 그렇게도 옳은 인재를 등용하라고 외쳤는데 오늘의 인사정책을 보고 그 두 분은 뭐라고 말할 것인가. 부국강병으로 자주적인 외교와 국방을 실현하자고 그렇게도 간절하게 율곡과 다산은 외쳤는데 오늘의 외교 정책에 두 분은 뭐라고 말할 것인가.
율곡과 다산, 누가 뭐라 해도 두 분은 역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다. 학자이자 경세가요 정치가였던 두 분, 그분들의 애국심을 우리 모두가 본받고 그분들이 나라에 바친 정성을 우리도 바치도록 노력하자. 희망은 안 보이고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우는 오늘의 정치, 두 분의 정신으로 희망을 찾아 나서자.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