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에 세계 최초로 정부 기구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한 나라 스웨덴에서 “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여성들만의 몫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 비영리 페미니즘 단체 '맨'(MAN)이 있다.
이 단체는 기존의 성평등 운동이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 철폐’ 등 주로 여성을 주체로 했던데 반해 “남성성을 재정의해 성평등을 실현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26일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만난 맨(MAN)의 프로젝트 매니저 샤하브 아마디안(35)은 “성평등이라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남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성 새롭게 정의, 폭력과 연결 고리 끊어야"
기자였던 아마디안은 일을 그만두고 스웨덴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수감자들이 “스스로의 남성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배웠다”고 털어놓는 걸 보며 남성성과 폭력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디안은 남성 역시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조하는 가부장제의 희생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부장제는 얼핏 보면 남성들에게 많은 장점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 하나하나를 보면 그렇지 않다”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여겨져 자제하게 되고 결국은 후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평등 선진국인 스웨덴에서도 “남성성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마디안은 “5년 전 이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했다”며 “매주 몇 개씩 협박 메일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들의 주장은 사회적 담론으로 부상해 언론ㆍ정치 등 공적인 영역에서 주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아마디안은 지난 5년간 활동을 하며 이룬 가장 큰 성과로 “남성성에 대한 얘기를 보편적으로 알리고 이로 인해 남성들이 어떻게 남성성을 얘기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을 꼽았다. 그는 “기존의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티 페미니즘’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혐오 만연한 SNS에서 충돌 옳지 않아"
그렇다면 성별 갈등이 스웨덴에서도 주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걸까. 아마디안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그는 “성별 갈등이 없진 않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파시스트적 관점에서 ‘안티 페미니스트’가 된 일부 남성이 있지만 이들은 공공토론의 영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만 얘기되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그들이 얘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혐오가 만연하는 SNS에서 그들과 충돌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마디안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연에 나가면 절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남성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며 “그래서 택한 방법은 일명 ‘뒷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개인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고 얘기를 펼처 나간다”고 말했다.
"‘라떼파파’ 스웨덴 전체 얘기는 아냐"
아마디안은 3살짜리 딸을 키우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라떼파파’(한 손에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손에 유모차 핸들을 잡은 아빠라는 뜻으로 육아에 적극 나서는 아빠를 의미)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일부 지역에서는 흔히 보이는 모습이지만 스웨덴 전역을 상징하는 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마디안은 “시골은 여전히 육아휴직을 하지 않는 아빠들이 흔하고 전통적인 남성성이 득세하는 곳이라 ‘라떼파파’는 먼 얘기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에 살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은 너무 멀고 힘든 일일 수 있다”며 “우리의 잣대로 그들을 판단해서는 안 되고 그들에게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마디안은 지난 25일 북유럽대사관이 주최한 NORDTalks 행사를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가부장제는 지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남자답다고 여겨지는 체계”라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남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댓글 👏👏👏👏👏
맞는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