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불경 죄
최 병 창
오늘 아침에 또 큰 죄를 짓고 왔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터럭을
잘 간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근 이발소에 가서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왔네
불과 100여 년 전까지 만해도 머리를 자른다는 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런 불경죄를 한 달에 한 번씩은 빠트리지 않고 저지르고 있
으니 이런 고얀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기사 불경죄라 하면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하지 말라는 일은 꼭 저
지르게 마련이고 하라는 일은 일부러도 하지 않았으니 청개구리나 고
슴도치도 닮아갈 수 없는 못된 버르장머리는 헤아리고 헤아려도 끝이
없었네
그도 그럴 것이 오직 제 몫 챙기기에만 신발 닳는 줄 몰랐으니 어쩌다
부모 나이쯤 되고 보니 불경이란 절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집
곳곳에도 숨어있으니 머리 깎고 중 되기는 이미 글렀지만 불경죄는 감
히 씻을 길이 없었네
그래도 자라나는 머리칼은 어찌할 수 없어 또 잘라야만 하고 그놈의
불경죄는 두고두고 쌓여만 가니 내심 드려다 볼 수 없는 속살은 또 얼
마나 꽁꽁 뭉쳐만 있을까, 이젠 바깥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안쪽으로
들어가야만 했으니 그것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기 때
문이네
이직도 큰 죄를 지을 날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불경죄는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네
그래서 누적된
애증이란 영원히 불경스러운 것인가
"네 이놈 네 죄는 네가 알렸다"라고 하면서.
< 2018.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