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10) - 선비의 고장 안동에서 바른 고을 의성으로(안동 동헌 – 의성군청 35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14
4월 13일(목), 아침에는 서늘하고 낮에는 약간 더워 걷기에 적당한 날씨다. 오전 7시에 숙소 옆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5분 거리의 안동 동헌으로 향하였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나니 안동시장이 출발인사차 동헌에 나온다. 권기창 시장의 인사,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선비의 고장 안동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뜻깊은 대장정의 마지막까지 보람되고 안전한 여정이기를 기원한다.’
안동 동헌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
오전 8시에 동헌을 출발하여 5분여 걸어가니 옛 안동역 앞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니 엄청나게 규모가 큰 안동문화예술회관 앞을 지난다. 큰 건물에 내건 표어, ‘웅비하는 안동, 세계를 품다.’ 10여분 더 걸으니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난다. 문경, 예천 거쳐 오는 동안 여러 하천을 지나왔는데 모두 낙동강의 지류, 안동에서 낙동강의 본류와 마주친다. 자동차 전용, 철도, 도보 등 여러 종류의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수변공원이 아름답고 강을 건너는 이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다리의 길이는 600여 미터. 다리 중간쯤에서 선상규 회장의 설명, 건너편 언덕의 정자가 영남지방의 4대 누각 중 하나인 영호루(映湖樓)인데 조선통신사가 지날 때 연회를 베푼 곳이었다.
낙동강을 건너는 발걸음이 가볍다
다리 건너서 기왕에 걸었던 의성방향의 자동차도로 대신 시민운동장 쪽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질주하는 자동차도로 옆의 인도가 협소하여 위험한 길을 피하고자 전날 집행부에서 답사하여 새로운 코스로 정한 길이 안전하고 쾌적하다. 시민운동장 지나 꽤 높은 고갯길을 넘어 한 시간 반여 걸어 이른 곳은 남선면 원림보건소, 잠시 휴식 후 한참 걸으니 건너편 도로에 큰 대궐 모습의 남례문(南禮門)이 우뚝하다. 그 아래 쪽 소로를 따라 걸으니 이전에 걸었던 남후면 경내에 이른다. 잠시 후 경관이 아름다운 미천생태하천지역이 나타난다. 깨끗하게 흐르는 하천에 비친 산과 숲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이를 지켜보노라니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걸으면서 느끼는 기쁨의 하나. 측백나무 숲이 아름다운 절벽 지나 수변의 휴식공간에서 집행부가 준비한 바람 떡을 들며 휴식, 잠시 후 남후면 지나 일직면에 들어선다.
측백나무 숲이 아름다운 절벽을 지나는 일행
도로변에 있는 일직초등학교 지나 큰 길 건너 이른 곳이 점심장소, 단골로 이용하는 음식점 주인이 밝은 얼굴로 일행을 맞는다. 도착시간은 12시 20분, 오전에 17km를 걸었다. 깔끔한 식단의 점심을 들고 13시 10분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잠시 후 이른 곳은 일직면소재지, 지나는 길목에 내건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초상을 바라보며 꽤 유명했던 그의 고향이 이곳인 것을 깨친다. 잠시 후 이른 곳은 옛 기와집이 품위 있는 소호헌(蘇湖軒), 조선 전기 때 문신이었던 서해가 서재로 쓰던 별당이다. 앞면 3칸, 옆면 2칸의 대청이 품위 있고 지붕 모서리를 장식한 기와에는 용 두 마리가 새겨져 있어 민가에서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다. 주변 건물도 수백 년 된 기와집, 문화와 선비의 고장다운 품격이 느껴진다.
국도 5번 도로를 따라 안동에서 의성까지 이어지는 자동차 길이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들로 걷기에 위험, 다행이 국도 옆으로 소로가 이어지는 곳이 많다. 그 길 따라 30여분 더 걸으니 안동시 일직면에서 의성군 단촌면으로 경계가 바뀐다. ‘바른 고을 의성, 마늘의 산지’라고 새긴 문구가 눈길을 끈다. 단촌의 고추가 최고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도로변의 디딜방아마을 앞에 설치한 디딜방아가 운치 있다. 어느 곳이나 아름다운 고장이어라.
한 시간여 걸어 단촌면소재지 지나 오후 4시 반쯤 국도 5번에서 의성, 청송 방향으로 꺾어든다. 도로변의 재랫대 휴게소에서 마지막 휴식, 사흘간 함께 걸은 강호갑 부회장이 초코바를 사주고 며칠 후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서둘러 서울로 올라간다. 함께 걷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후원의 손길을 베푼 회원들도 다수, 이 기회에 오혜란‧강기홍‧김재순‧이정희‧우채영‧김용수 제위께 감사.
막바지 피치를 올려 최종목적지까지 내쳐 걸어 의성군청에 이르니 오후 6시, 35km를 열심히 걷느라 일행 모두 수고하였다.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여장을 푸니 저녁 7시가 넘었다. 하루하루 보람되고 의미 있는 발걸음이 아름다워라.
열심히 걸은 후의 저녁식사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