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의 연수회에서 동기 장성모 교장의 강의를 경청한다.
성실하며 진지한 친구다. 나는 이런 말할 자격도 없다.
차를 끌고 해창마을 길가 주차장에 멈춘다.
차들이 지나가는 사이에서 옷을 갈아입고 빨간 벽의 카페 옆길을 따라 걸으니
이끼 낀 석물이 여럿 선 무덤이 보인다.
나무계단을 올라가 보니 우석 김종익과 그 부인 무안박씨의 무덤이다.
김종익의 비문을 읽지 못하고 박씨의 비문을 대충 읽다가 끝에 보니
월탄 박종화가 쓰고, 여초 김응현이 글씨를 썼다.
(돌아와 김용익과 그 비를 찬하고 쓴 이들을 찾아보니 모두 사전에 올라있는 명사들이다.)
올라가세요 안내판을 보고 팬션인가를 지난다.
무덤들이 많다. 여수기맥 줄기일거다.
석물이 늘어선 묘지에서 한남자가 풀을 뽑고 있다.
철망까지 쳐진 무덤과 밭을 지나 숲으로 잠깐 걸으니 사거리 갈림길이다.
곡고산을 올라간다. 진달래가 가득하다. 하얀 남산제비꽃도 활짝이다.
배낭에서 물을 꺼내 한모금 마시고 순천만과 순천시내 뒤의 산들을 본다. 흐릿하다.
진달래를 보며 앵무산으로 오른다. 출발지에서 3.2km인데 1시간 10분이 다 걸렸다.
율촌산단 뒤로 광양에서 여수로 건너가는 다리들이 보인다.
빨간 비행기 한대가 여수공항 활주로에 내린다.
돌아갈까 하다가 400미터 앞의 건너 정자까지 가본다.
정자에서 숨을 고르고 농주 하서쪽으로 평탄한 능선을 걷는다.
순천만의 뻘이 햇볕을 받고 있다.
와온마을의 솔섬은 작다.
해는 윗쪽 제석산쪽으로 질 것이다. 와온에서 석양을 받으며
차로 돌아가도 좋겠지만, 찻길보다는 산길이 좋아 되돌아간다.
바스듬히 비텨오는 햇볕에 진달래는 더 투명해진다.
바위 위에 몇 번 서서 서쪽을 내려다 본다.
곡주산을 내려 사거리를 오는데 나뭇잎속에 누워있던 고라니 한마리가 도망간다.
비쩍 마른 모습에 뒷다리가 기울었다.
쫒아가 사진을 찍으려는데 안보이더니 얼마 안가 또 나뭇잎 속에 웅크리고 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묘지 위에서 벌판과 강줄기 뒤 산 위로 지는 해를 본다.
폰은 눈보다 더 붉게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