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퍼온글)..일거보세염 잼씀~

집없는 달팽이 "여보, 저 난(蘭), 얼마나 당신을 원망했을까?" 나는 식탁의자에서 베란다에 있는 서양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어이 없는지 웃었다. 집에 있는 화초는 아내가 관리하나 이상하게도 금방 지적한 그 난은 지난 12월부터 꽃봉우리가 맺혔다 사라지고, 맺혔다 사라지곤했다. 난을 아끼던 아내는 속이 상한다고 했다. 열흘 전이었다. 퇴근하니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난 분을 올려놓고 난 줄기를 이러 저리 뒤지며 뭔가 찾고 있었다. 바로 집없는 달팽이를 사냥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작년 말부터 난 꽃이 피어야 하나 그러지 않는 것을 보고 아내는 영양이 모자라 그런 줄 알고 계속 우유팩을 씻은 물을 주었다. 정작 꽃봉우리가 떨어지는 까닭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오이를 썰어 화분 위에 두면 집없는 달팽이가 오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집없는 달팽이가 오이에 붙어 있었다. 범인은 바로 이 녀석들이었다. 그리하여 밤마다 그 녀석들을 추적하여 열한 마리를 잡아냈다. 그러면 이때까지 집없는 달팽이를 박멸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 녀석들은 야행성인데다가 습기를 좋아했다. 아내가 매일 물을 주니 습기가 알맞았고, 밤에는 난봉우리와 난 줄기를 잘라먹으니 영양 상태가 좋았고, 낮에는 축축한 화분 속에 잠자니, 살아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렇게 생활했으니 당연히 사람 눈에 잘 뜨이지 않았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동양란과 서양란이 삼십 분이 있다. 동양란은 키우기가 어렵지만 서양란은 적당히 물을 주면 잘 자란다. 그리고 꽃도 일이 개월 동안 계속 핀다. 지금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는 집없는 달팽이에게 생기를 뺏겼던 서양란이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아래 위, 곳곳에 죽 뻗은 줄기줄기마다 굵은 잎들과 함께 난 꽃송이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집없는 달팽이를 솎아냈더니 새촉과 함께 활기차게 줄기를 뻗는 난을 바라보며 하루를 연다.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떤가?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 두렵지 않으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경우가 많다. 사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 속에 숨어 있는 집없는 달팽이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