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리의 악사
뉴욕 센트럴 파크
한적한 공원 구석..
왠 악사 하나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뉴욕의 공원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유독 센트럴 파크의 이 부분에선 언제나 이맘때면 그가 나타나 홀로 바이올린을 켜곤 한다.
앞에 조그만 챙 모자 하나가 엎어져 있지만 워낙 인적도 없는지라 그다지 돈이 들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맞은편의 벤치에선 아직 애 티가 나는 소녀가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그 악사를 보고 있다.
그 때 등장한 한 남자 덕에 산책로 저쪽에서 앉아 모이를 쪼던 비둘기들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중절모에 정장을 차려입은 제법 풍채있는 체구.. 조용히 걸어오던 남자는 음악에 이끌린 듯 조용히 다가와 악사의 근처에 가만히 선다.
“일을 꽤 크게 벌려 놨더군.”
음악을 듣던 남자가 말한다. 악사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저 연주하던 곡만 계속하고 있다.
상대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가 계속 입을 연다.
“덕분에 의뢰인쪽은 꽤 즐거운 모양이지만 말야.”
악사의 연주는 한창 클라이막스에 다다른다.
“원래 그런 인간들이 아닌데 어쩐일인지 보너스까지 얹어 주더군. 특별히 보너스는 수수료 계산에서 제했네.”
째질 듯 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바이올린의 고음이 수 초간 계속 된다.
남자는 순간 주변이 조용해 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들리는 것은 긴장감 있게 울리는 바이올린의 하이 톤. 숨 쉬는 것도 민망할 정도의 긴장감이다.
그렇게 고음을 지속하던 악사가 드디어 긴장을 늦추며 마지막 트릴을 연주하고 활을 크게 쳐 들며 연주를 마친다.
“뭐, 그딴 일로 멀리서 뒤통수나 때리는 건 지루하니까. 사실은 슬쩍 들여다볼까 했는데 녀석들이 날 부르더군. 부르는데 갈 수 밖에.”
악사가 악기를 들여다보며 가만히 말한다.
“훗..사신을 불렀군. 훌륭한 연주였어.”
남자가 손을 들어 천천히 박수를 친다.
악사는 악기를 만지작거리며 조율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남자가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반으로 접힌 1달러 지폐 한 장과 동전 몇 개를 꺼내 모자 속에 집어 넣는다.
“좋은 연주였어. 앞으로도 부탁하지.”
남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그리곤 곧 이어서 조그만 목소리로..
“돈은 4번 지하철 86번가역 라커. 120번이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걸어가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악사가 허리를 굽혀 모자를 뒤적거린다. 접힌 지폐 속에 몇 개의 동전과 함께 열쇠 하나가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돈을 다시 모자속에 집어 넣은 악사는 방금 전의 열쇠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활에 송진을 몇 번 문지른 다음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카페 게시글
소설
히트맨 인 뉴욕 - #1 거리의 악사.
마스터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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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
04.05.13 13:5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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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낭만적인 힛트맨 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