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PORTER
비밀의 공중 호텔
[서지 사항]
정화영 장편 소설 / Illustration 개박하
초판 발행일 2025년 3월 10일 | 128×188㎜ (무선) | 168쪽 | 값 13,800원
ISBN 978-89-6319-633-6 03810
[분류]
국내도서 > 한국 소설 > 장르 소설 > SF소설
국내도서 > 한국 문학 > 한국 소설 > 영어덜트 소설
[주제어]
#SF소설 #미래소설 #SF #기억 #트라우마 #심리 #스카이크루즈 #텔레포터 #북멘토
책 소개
《비밀의 공중 호텔》은 SF, 판타지, 추리, 공포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문학 시리즈 ‘텔레포터’의 네 번째 책이다. 구름 위를 영원히 항해한다고 알려진 스카이 크루즈 ‘공중 호텔’. 어느 날, 차석준은 공중 호텔로부터 초대장을 받는다. 공중 호텔에서는 나쁜 기억을 지우고, 좋은 기억은 강화하는 기억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석준은 투숙객으로 선발되어 공중 호텔에 입성하게 되고, 호텔의 웅장한 규모에 놀란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호텔.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전부 가짜처럼 느껴지고, 석준은 투숙객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출판사 서평
숨 막히는 속도감과 복잡한 심리 묘사, 충격적인 반전까지!
정화영 작가의 첫 장편 SF 소설
《비밀의 공중 호텔》
투숙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위로를 준다는
하늘 위의 파라다이스, 공중 호텔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
스카이 크루즈 ‘공중 호텔’은 모든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인 하늘 위의 파라다이스다. 공중 호텔의 투숙객들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공간에 묵으며, 나쁜 기억은 지우고 행복한 기억만을 남기는, 특별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호텔에 묵는 투숙객들은 모두 그림 같은 호텔을 배경으로 행복감에 빠져 있는 표정이다. 당연하게도 이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은 소수의 부유층뿐이다.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을 지불해야 공중 호텔에 투숙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평범한 고등학생인 차석준 앞으로 공중 호텔에서 초대장이 도착한다. 자신이 가진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신청서 한 장이면 1주일 동안 공중 호텔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석준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테스트에 합격해 공중 호텔로 향하게 되고, 공중 호텔의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운 내부 시설 등에 놀라게 된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공중 호텔의 내부를 구경하던 중, 석준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인공 바닷가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물에 빠진 한 여자애를 발견해 가까스로 구출한다. 또한 평소에 너무나 좋아했던 가수 ‘가미성’이 공중 호텔에 한 달 넘게 투숙 중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며, 호텔에 몰래 잠입한 형사로부터 이 호텔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혹을 전해 듣게 된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스카이 크루즈 ‘공중 호텔’. 석준은 본능적으로 그 완벽한 파라다이스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을 느끼고 마는데……. 과연 공중 호텔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석준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워 버리고 싶은 끔찍한 기억,
지울 수 있다면, 지우겠습니까?
《비밀의 공중 호텔》은 영원히 구름 위를 날아다닌다는 신화 속 장소 같은 장소, 공중 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차석준은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석준은 트라우마로 인해 사라진 기억을 회복하고, 궁극적으로는 트라우마를 이겨 내겠다는 욕망으로 공중 호텔에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호텔에서 마주한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석준은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기억 여행 서비스를 진행하는 담당자 ‘마스터 한’은 석준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최첨단 기술을 통해 지울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만화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한 인물의 기억과 심리 상태에 대한 진지하고 복잡한 접근을 하고 있다. 게다가 ‘과연 나쁜 기억을 완전히 지워내고 좋은 기억만 가진 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삶은 행복할까?’라는 매우 철학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며, 공중 호텔에서 그 심리적인 문제를 치료할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모두들 어찌할 수 없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아무도 모르게 실패하고 있는 현대인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계급 간 격차에 의해 접근할 수 있는 의료 기술의 질이 달라지는 현실을 낱낱이 고발하는 한편,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이 배제된 과학 기술로는, 그저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점을 독자에게 명확히 주장한다.
더 나아가 진짜와 가짜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공중 호텔을 배경으로 부모와 자식, 성별, 나이, 적과 아군을 매우 파격적으로 뒤섞어 독자에게 엄청난 충격파를 선사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도저히 모를 결말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지워 버리고 싶은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나면 정말 행복해질까요?”라고. 부디 더 많은 독자가 이 작품이 온몸으로 전달하는 ‘질서보다 아름다운 무질서의 아름다움’ 속에서 의미 있는 감동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차례
프롤로그
하늘 위 공중 호텔
또 다른 세계
첫 번째 기억 여행
기억 버튼 리트리벌 큐
수상한 제안
어떤 기쁨과 슬픔
마스터 룸
감춰진 비밀
한 가지 방법
섬광 기억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글 정화영
강과 산과 공원이 맞닿은 곳에서 살며 동화와 소설을 쓴다. 제1회 SBS TV 문학상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을 받고 방송 작가로 일했다. 202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같은 해 제21회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제8회 미래엔 어린이책 공모전 문학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어린이를 위한 책 《퍼플 빅》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누리호의 도전》 《수학 마법쇼》, 어른을 위한 책 《그런 날, 어떤 하루》 《서툴지만, 결국엔 위로》 《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 줘》 등을 썼다.
책 속으로
30여 분 동안 비행기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45도 정도 기울어진 기체는 긴 시간 불안정한 상태였다. 나는 흔들리는 몸을 고정하기 위해 몇 번이나 벨트를 확인했다. 기억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중 호텔은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계속해서 날아다니도록 설계됐다. 고객은 호텔이 운영하는 전용기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야 한다.
“공중 호텔이다!”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게 뭐야?”
거대한 공중 호텔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래 봤자 비행기일 뿐일 거라는 막연한 상상이 완전히 깨졌다.
본문 14페이지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승객들은 로비 중앙에 마련된 고급스러우면서도 푹신한 의자에 앉아 파란색으로 빛나는 음료수를 마셨다. 파란 음료 안에 들어 있는 흰색 덩어리는 푸른 하늘을 떠도는 뭉게구름처럼 보였다. 신기하게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구름 모양이 바뀌었다.
“차석준 고객님, 앞으로 나오시겠습니까?”
화려한 실내 장식과 요란한 조명에 조금 경직됐던 나는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안녕하세요.”
훤칠한 키에 진한 눈썹, 단정한 입술을 가진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친근한 얼굴이었다. 가슴에 달린 짙은 녹색 이름표가 도드라졌다. 거기엔 ‘마스터 한(Master Han)’이라고 써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제부터 퇴실할 때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마스터 한입니다.”
마스터? 명칭이 낯설었다. ‘미’스터가 아니라 ‘마’스터라니.
묻지도 못하고 남자를 따라 걸었다. 로비를 빠져나오자 어디선가 바다 냄새가 났다. 대형 스크린에는 바다처럼 보이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본문 18페이지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비닐 소재의 투명한 소파가 반짝였다. 소파는 보기와 달리 몸에 닿는 감촉이 폭신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사람의 피부처럼 따뜻했다. 누군가의 품에 안긴 것처럼 편안해졌다.
“의사…… 였어요? 마스터님?”
“네. 의사이면서 개발자입니다. 뇌 과학 박사고요.”
마스터 한은 보온병처럼 생긴 주전자에서 차 한잔을 따라 주며 다시 시선을 맞췄다.
“신청서 잘 읽었습니다. 솔직하게 쓰셨더군요.”
기다렸던 말이었다. 아니, 따지고 싶던 말이었다. 신청서 잘 못 쓰면 떨어뜨릴 것처럼 하더니.
“솔직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받으셨던 액정 카드에 거짓말 탐지 기능이 있었어요.”
“아!”
마스터 한은 자만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희 호텔에서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드리기도 하고, 과잉 기억을 지우기도 합니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기억이라면 강화해 드리고요. 신청서는 여행 목적을 설정하는 용도예요.”
본문 35페이지
“도와주세요! 미성이는 지금 위암 투병 중이라고요.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감금된 거예요!”
왓쳐들이 달려와 서민을 제압했다. 서민은 끌려가면서도 계속 외쳤다.
“이 호텔에서 사라졌다고요. 여기 공중 호텔에서!”
도와주고 싶어 일어서려는데 누군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그냥 있어. 지금은 나설 때가 아냐.”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형사였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도와 달라잖아요.”
하지만 형사는 고개를 흔들며 나를 주저앉혔다.
“일단 앉아.”
“왜요, 가미성 누나한테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형사는 속삭이듯 말했다.
“진정해. 가미성은 진짜 실종자야.”
“실종자라고요? 그게 또 무슨……. 저 어제 해변에서 봤어요.”
본문 73페이지
“이것도 믿지 마.”
“뭐, 뭘?”
“밴드. 이게 널 감시하잖아. 시시티브이나 다름없다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예지는 왜 이렇게까지 날카로워졌을까.
“시시티브이? 나 그런 거 상관없어. 감출 것도 없고. 따져 보면 핸드폰 지피에스(GPS)도 추적 장치인데?”
“태평하다. 그러다 너도 이용당할 수 있어.”
“이용당하다니?”
예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기억을 지우지 마.”
공중 호텔을 자주 왔었다는 예지는 내게 벌어진 일을 다 아는 것처럼 말했다. 내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 얘긴 어디서 들었어?”
예지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단 여기까지만. 이따 다시 얘기해. 여섯 시에 해변 입구에서 만나.”
본문 8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