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6일 2023 반도체대전(SEDEX) 키노트 발표에서 “내년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신형 AP ‘엑시노스 2400’에 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레이 트레이싱이란 빛의 움직임을 추적해서 이를 3D CG로 재현하는 기술이다. 가상의 광선이 물체 표면에서 반사됐다가 돌아오는 경로를 정확히 계산·재현함으로써 마치 실제와도 같은 3D CG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애플은 아이폰15 프로·프로맥스에 탑재한 AP ‘애플 A17 프로’에 레이 트레이싱을 탑재하고, ‘바이오해저드 빌리지’와 ‘바이오해저드4 RE’, ‘어쌔신크리드: 미라지’ 등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한 차세대 모바일 게임을 잇달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한 맥·아이패드용 AP인 애플 M3에도 레이 트레이싱을 탑재했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스냅드래곤8 2세대’ AP에 레이 트레이싱을 탑재했고, 향후 출시하는 모든 고성능 AP는 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세 회사가 모바일 AP에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하는 이유는 모바일 게임과 메타버스 서비스의 현실감을 올리려는 데 있다. 애플 비전 프로나 메타 퀘스트 등 혼합현실 기기를 이용할 때 메타버스 환경에서 3D CG와 현실 간 괴리감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놀라운 기술인 레이 트레이싱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막대한 연산력을 요구하는 점이다. 레이 트레이싱은 화면 내 셀 수 없이 많은 광선의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재현해야 한다. 현행 AP·GPU는 사실 이러한 수많은 광선의 움직임을 추적·재현하기에는 턱없이 성능이 모자란다.
때문에 삼성전자·애플·퀄컴은 AP 내에 레이 트레이싱 연산에 특화한 하드웨어 ‘레이 트레이싱 코어’를 추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엔비디아·AMD의 PC용 GPU에도 이 레이 트레이싱 코어가 들어 있다. 박용인 사장도 “레이 트레이싱은 굉장히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하드 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하면서 게임·메타버스 앱의 해상도 하락과 프레임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이 함께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 AI를 활용해 3D CG의 해상도를 끌어올리거나(업스케일링), GPU가 만든 프레임 중간에 생성 AI가 만든 프레임을 더함(프레임 보간)으로써 화면을 한층 부드럽게 하는 형태다.
엔비디아는 이미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이라는 생성 AI 기술을 활용해 레이 트레이싱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AMD-삼성전자-퀄컴도 DLSS에 대응하기 위한 생성 AI 기술 ‘피델리티FX 슈퍼 레졸루션(FSR)’을 향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차세대 갤럭시에도 레이 트레이싱과 함께 최신 FSR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애플은 독자 행보를 고집하고 있어 자체 개발 기술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생성 AI를 활용한 3D CG 품질 향상 분야에선 당분간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