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선무당에서 '선'이라는 접두사는 설익다의
'설'이나 '섣부르다'의 '섣'과 같이 서투르거나 미숙함을 의미한다.
근대화 이전에 무당의 역활은 종합적이었다.
질병치료는 물론이고, 자손의 출산, 부부관계,
재산 문제, 가정불화 등 그야말로 '모든 문제 해결사'였다.
우연이겠지만, 집안에 액운이 닥쳤을 때 무당을 불러서
굿이나 푸닥거리 이벤트를 벌인 이후에 의뢰인의 욕망이 성취되고
액운이 제거되는 경우도 간혹 있었으리라.
현대의학에서도 환에게 위약(僞藥, Placebo)을 투여할 경우
30% 정도에서 병세의 호전이 보인다고 하니, 무당의 굿거리를
허무맹랑한 사기극이라고 볼 수만은 없으리라,
질병이나 가세의 몰락 등 액운이 닥쳤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민초들에게 무당은 일종의 심리상담가였다.
능숙하고 지혜로운 무당은 신뢰를 주는 말솜씨와 진지한 굿거리
이벤트를 통해 의뢰인에게 위안을 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으리라.
그러나 내림굿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설익은 무당,
즉 선무당의 경우 서투른 언변이나 굿거리로 인해서 의뢰인을 더욱 낙담시키고
결국 우환이 더 깊어지게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보살의 『중론』에서
우리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바로 이런 속담에 부합하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제24장 관사제품의 게송으로 구마라습의 한역문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공(空)을 올바로 관찰할 수 없어서 근기가 우둔한 사람은 스스로를 해친다.
잘못된 주술이나 잘못잡은 독사와 같이." 여기서 말하는
'주술(呪術)'의 범어 원어는 위드야(vidya)다.
위드야는 지식이나 지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게송에서는 주문이나 마법을 뜻한다.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우리나라에서는 무당을 불러서 굿거리를 했듯이,
옛날 인도인들는 주문을 외거나 마법을 써서 우환을 제거하고자 했다.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듯이 주문이나 마법을 잘못 쓰면
오히려 우환이 깊어진다. 독사를 잡으려면 엄지와 검지에 힘을 주어서
독사의 목을 움켜쥐어야 한다. 독사의 허리를 잡을 경우
독사는 목을 돌려서 내 팔을 물게 되고, 그 독이 내 몸에 퍼진다.
우리가 반야경의 공(空)사상을 잘못 이해할 경우, 주문을 잘못 외거나
독사를 잘못 잡듯이, 또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오히려 내가 큰 해를 입게 된다.
후대의 유식불교에서 말하던 악취공(惡取空)적 이해다.
악취공이란 '공을 잘못 파악함'이란 뜻이다.
공이란 "세상만사 낱낱에 실체가 있다."는 우리의 잘못된 생각을 씻어주는
비누와 같은 것인데, 그런 공을 다시 실체시하여 자신의 이념, 사상, 견해로 삼는
것이 악취공이다. 그 증상은 가치판단 상실상태에 빠져서 막행막식 하는 것이다.
『중론』
제13장 관행품에서는 공에 대한 오해의 위험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공성(空性)이란 일체의 견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부처님들께서 가르치셨다.
그러나 공성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구제불능이라고 말씀하셨다."
세상만사에 실체가 있다는 분별을 공성의 비누로 세척했으면,
공성의 비눗기 역시 헹궈내야 한다. 이런 통찰을 공공(空空) 또는
공역부공(空亦復空)이라고 한다. "공도 역시 공하다."는 뜻이다
공을 이해하고자 할 때에 선무당이 되지 말지어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