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사월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연두와 초록이 교차하는 시점에
초록앞에 연두는 눈을 질끈....제 할 일 다하고 사라질 준비를 한다.
이런 슬렁이는 마음과 그를 충동질 하는 계절감을 놓칠 수 없어 여행 친구들과 길을 나선다.
물론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지라 날씨 요정이 거들어주길 기대한 만큼 날은 적당히 흐림과 맑음 사이를 오간다.
하여 나서는 발걸음은 절로 날아갈 듯 하였으나 아, 그놈의 네비게이션이 말을 듣지 않는다.
별 수 없이 핸폰으로 세종시 가는 길을 검색하고 어제 미리 살펴보았던 지도를 머리 속에 떠올린다.
금광호수를 눈으로 쫓는다.
무르익은 연두를 온몸에 치장한 버들이 물가를 점령하고 있고 이미 져버린 벚꽃이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즈음 호숫가를 돌면서 마음은 희희낙락이요 오늘의 하루가 어김 없이 해피해피할 것 같은 예감이 스윽.
터미널 근처에 다다르니 동행할 지기는 벌써 터미널에 도착을 하였다는 전화를 해오고 약속시간에 도킹 성공.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동행을 자처한 여행지기가 수다발을 날린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여 가는 내내 운전집중 모드로 심심하였을 일이나
그러대로 차안에서 들려오는 수다는 약간의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더군다나 아는 길을 가는 동안에는 그런 수다가 기분을 업시키기도 하고
반면에 네비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핸폰 검색으로 낯선 곳을 가는 쥔장을 대신하여
옆 좌석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동행인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쨋거나 정안 IC를 지나 몇개의 터널을 지나서 한솔 첫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그곳에 살고 있는 여행지기를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난 가을 불발 모임에 이어
다시 초대를 해준 여행지기의 성의에 고마움을 표한다.
그렇게 또다시 지기의 차량에 동승하여 터미널로 찾아드는 여행지기들을 만나러 간다.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 여행지기들은 꼭꼭 숨어있는지 전화통화조차 쉽지가 않아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시간이 지나 찾으러간 지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지만 내린 차를 찾지 못하는 동승지기를 보면서
에그머니나, 차를 못찾는 군....웃. 었. 다
그렇게 여행지기 5인방이 모였고 안산 시흥에서 승용차로 찾아올 막내공주는 직접 레스토랑으로 온다니
가벼운 마음으로 대전시 언저리에 있는 "SAM'S TABLE,"로 향한다.
워낙 그 구역에서 소문난 맛집이기도 하거니와 세종지기의 아들이 한다고 해서 휘리릭 찾아갔다.
와우, 분위기도 좋고 단촐하기도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번잡하지 않아서 일단 마음에 쏘옥.
당연히 예약 손님들로 가득이지만 나름 내실에 차려진 테이블에서 맛보는 메뉴들은 전부 고퀄리티를 자랑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음식 하나 하나 정성을 들여 재료를 손질하고 아낌 없는 재료 투척으로
그야말로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정성과 성의가 느껴지는 맛들의 향연이다.
웬만하면 밥심이라던 아줌마들의 식성과 취향을 완벽하게 바꿔버린 아주 나이스 파스타와 스테이크.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리조또는 그야말로 환상의 음식이었어서 식탐을 불러일으키고
식전 빵의 등장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이 사라졌으니 차고 넘치는 음식의 향연에 푹 빠져 배부르다면서,
너무 많이 시킨 것 아니냐면서도 끝까지 먹어주시는 저 탐식을 어쩌나....
게다가 식후에 제공되는 커피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10900냥에 제공되는 점심 추천메뉴에도 1인 1커피까지 완벽하게 서비스된다 하니
식전 에피타이저 맛있는 빵부터 본식, 식후 커피까지 3단계 풀코스가 직장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금상첨화겠다.
사실 여행모임은 매회 회비 갹출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좋은 일, 궂은 일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그때 그때마다 스스로가 자청하여 한턱을 내는 경우가 있고 이번 세종 모임도 그런 의미가 주어졌다.
초대한 여행지기가 솔선수범하여 아들의 레스토랑으로 인도하고 음식을 제공하면서 여행지기들의 부담을 감당해주었다.
사실 웬만하면 회비를 걷을 요량이었으나 지기의 진심을 받아들여 그 배려에 굴복하기로 한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세종시 홍보대사 처럼 온갖 안내와 서빙을 마다하지 않았으므로
이런 지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은 배가 되고 둘러본 세종시는 많은 면에서 호주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혜택을 많이 받는 도시라는 생각과 지금도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와중이지만
나름 쾌적하고 깨끗한 계획도시의 표본이 되겠다.
또한 국회의사당 예정 자리를 보고 기함을 하기도 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회의사당을 세종으로 옮기는 것에는 반대 입장이다.
서울에서 출퇴근 하기에 쉽지 않은 거리임은 물론이고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인들에게
세종이 그 많은 것을 부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암튼 전반적인 상황은 그렇다는 것이고 소소하게 세종시 수목원이나 호수공원은 뉴욕 센트럴 파크 못지 않게
그 넓고 거대한 자리를 세종 시민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예술의 전당 혹은 대통령 자료실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나라에 대한 역사적 고찰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 나름 운영은 잘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였어도 나라 행정구역을 온전히 옮겨가기는 참으로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이다.
꾸역꾸역 옛조상들이 수도감으로 지목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요건을 나몰라라 무시하고 옮겨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청와대를 비우고 굳이 용산으로 자리를 옮기며 국방부를 밀어내고 관저를 만들면서 국세를 낭비하며
국민의 혈세를 쥐락펴락 제마음대로 써제끼는 것을 이미 보아왔던 터라 더 이상의 무리수는 두지 않았으면 한다.
여하튼 수목원에 사람도 많고 하여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으나 야생화 분재를 보면서
무설재 뜨락에 만연한 꽃들의 잔치를 보자니 새삼스럽기도 했다.
한때 야생화에 미쳐 온갖 야생화를 공수했던 열정의 기억이 떠오르나
홍수때문에 다양한 야생화가 사라져버린 아쉬움도 기억 한켠에서 스멀스멀.
저렇게 예쁘게 가꾸면 작품이 되겠지만 인위적인 행태가 아쉬웠어도
한낱 야생화 일지라도 이렇게 대접을 받는 모양새를 보자니
마구잡이로 무설재 뜨락에 자연스럽게 자라라고 내던져둔 야생화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호수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소녀상...어찌나 반갑던지
역시나 역사적인 행태는 잊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의 표본.
하지만 박모 교수는 위안부 소녀들이 자청한 것이라고 했다지?
돈을 벌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끌려간 소녀들에게 무례한 일이지...법원에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했다나 뭐라나?
호수공원 곳곳에 조형물들이 시선을 끌고 특히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공연장이나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큼 뛰어난 실내외를 자랑하니 배가 아프기 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좀더 나아진 면모를 보이는 나라가 된 듯한 느낌도 있다.
무튼 점심 이후에 걷는 수목원 길자락은 해가 내리쬐어 힘들었다면 공간이동으로 호수공원 걷기는 정말 굿굿굿.
뿐만 아니다...산책은 물론 공연장과 도서관이 저 멀리 보이니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여
산책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호수공원을 즐길 선택지가 많다.
그렇게 흐린 하늘로 돌아선 호수공원 산책 코스는 그야말로 기분좋음으로 다가오고 그 안에서 커피 한잔은 피로를 날린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던 까닭에 오후 다섯시에는 호수공원에서 나올 수 있었으니 예정된 스케줄이란
정확하다.
곧이어 각자 도생으로 제 노선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또 다시 네비는 완전 먹통이 되고
핸폰에 의지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요즘 세상, 문명의 이기를 듬뿍 누린다.
핸폰 네비가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나 싶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절대적으로 네비 같은 건 쳐다도 안보고 오로지 지도 검색과 감으로 다녔는데
그동안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스스로 찾는 법을 잊어버린 듯하여 안타깝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현대를 살아가면 또 그리 맞춰야 하는 법이니 그러려니로 넘어간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멀리 연기가 하늘을 뒤엎고 불이 난듯하다를 되뇌이며 오는데
역시나 안성 미양면에서 큰불이 났던 모양....그렇게 안성 ic를 진입하는데 세상에나
하이패스 통과지점 하나를 막고 있으니 엉키고 설킨 그 지역을 빠져나오는데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고 시간은 저절로 흘러가 버리더라는,
하였어도 여행지기의 서방님은 벌써 도킹할 장소에 와계시다는 전언에 마음은 바쁘고.
그렇게 지기를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조금씩 내리던 비는 마구마구 내려주시고
마음은 이미 집으로 향해 있던지라 발은 저절로 악셀을 향해 꾸욱.
집으로 돌아와 즐거웠던 하루를 생각해보니 간만에 매우 해피해함의 만족도가 차고 넘친다.
그렇게 또 하루를 소멸 시키고 꿀짐을 자고 일어나 다시금 일상 복귀.
오늘은 곰취나물을 정리하여 장아찌를 만들었다.
어느 날, 여행지기들과 함께 삼겹살이나 구워먹어야겠다.
첫댓글 아멘... 부럽습니다.
ㅎㅎ 즐거웠던 하루가 새록새록.
잘 다녀왔네 그려~!
바쁜 와중에 잠시 쉴 수 있어서 좋았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