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승기 찾아 읽고 '실제연비' 비교를
지난해 11월 둘째주까지만 해도 주간 평균 22달러선에 머물렀던 원유 현물값(두바이산 기준)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가시화되면서 치솟기 시작해 지난주에는 마침내 3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1200원대에서 맴돌던 국내 휘발유 소비자값도 최근 1400원선까지 넘보는 상태다. 이른바 고유가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주유소 가기가 두렵다는 운전자가 늘면서, 새차 구입 주문도 올해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꼭 필요한 차를 안살 수는 없는 일이다. 새차 구입 때 참고할 만한 고유가시대 차량 구입요령을 알아본다.
연비 2㎞/ℓ차이 10만㎞땐 160만원 절약
세금감면 등 혜택많은 경차도 검토할만
■ 제원표의 공인연비를 살펴보라 = 자동차 리서치 전문회사인 에프-인사이드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국내 소비자들은 새차를 살 때 ‘가격과 구입조건’을 가장 우선 따지고, ‘디자인과 스타일’, ‘차에 대한 평판’ 등의 순으로 고려하고 있다. 연비는 거의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는 연비를 차량 선택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산 승용차의 공인연비는 아반떼XD(현대) 스펙트라(기아) SM3(르노삼성) 라세티(지엠대우) 등 준중형차가 배기량 1500㏄급 자동변속차 기준으로 13.6~14.0㎞/ℓ, 뉴EF쏘나타(현대) SM5(르노삼성) 옵티마(기아) L6매그너스(지엠대우) 등 중형차가 배기량 2000㏄급 자동변속차 기준으로 11.2~12.6㎞/ℓ이다. 준중형차가 중형차에 비해 연료 1ℓ에 2㎞ 가량 더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차를 연 평균 2만㎞씩 5년간 운행할때 연료비 차이는 얼마나 될까 평균 연비 13.8㎞/ℓ의 준중형차로 10만㎞를 달리는 데 들어가는 휘발유는 대략 7246ℓ, ℓ당 1380원씩 계산해 1000만여원어치다. 같은 거리를 평균 연비 11.9㎞/ℓ의 중형차로 달리면 1157ℓ, 160만여원어치의 휘발유가 더 들어간다.
■ 실제연비와 연비특성을 따져보라 = 공인연비는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공인연비는 고속 및 저속 주행, 전용도로 및 시가지 주행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의 연비를 평균해 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도로 상황에서 뽑아낸 이른바 ‘LA4’모드를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어서, 지형상 경사 구간이 많고 정체 정도가 심한 한국 도로사정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공인연비보다는 실제연비를 따져봐야 한다. 또 공인연비가 비슷한 차량들끼리도 주행형태별로 다른 연비특성을 보이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고속 주행에서 상대적으로 연비에 강한 차가 있는가 하면, 시내 저속 주행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연비와 주행형태별 연비특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가 거의 없고, 그 차이도 실제 그리 크지 않아 오랜 시간 충분한 비교 시승 없이는 직접 파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전문사이트 등에서 도움을 얻을 수는 있다.
■ 경차 구매 적극 생각해볼만 = 처음으로 차를 구입하는 20~30대나, 혼잡한 대도시에서 출퇴근이나 쇼핑 때 주로 차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경차 구입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다. 경차는 최근 들어 안전성이 강화됐고, 편의성면에서도 준중형차에 못지 않은 사양을 갖춘 모델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가 최근 경차 지원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미 10부제에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으며, 세금, 주차료, 통행료 등의 혜택 폭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차를 구입할 경우 중형차에 비해 특소세·교육세 면제를 비롯해 덜내는 세금만 350여만원에 이르며, 공채와 할인분까지 포함하면 구입때 절약되는 돈은 500여만원이 넘는다. 또 차량가격의 각 2%에 해당하는 등록세 및 취득세를 완전면제해주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경차보급 활성화 차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공업협회 보고서를 보면 경차는 연간 유지비용이 소형차에 비해 167만원, 중형차에 비해 286만원 낮다. 중형차 대신 경차를 타면 절약되는 유지비만으로도 5년뒤 중형차 1대를 살 수 있는 셈이다.
■ 그밖에 고려할 만한 점들 = 차량의 색깔도 연료소모와 관계 있다. 검거나 짙은 색 차는 여름철 햇볕을 받았을 때 엷은 색 차보다 쉽게 온도가 올라가 에어컨을 더 켜게 만든다. 실내 색깔도 마찬가지다. 짙은 회색보다는 엷은 색이나 베이지색이 실내 온도가 덜 올라간다. 그런 면에서 보면 차량의 외부 색깔은 흰색이 가장 유리하다.
불필요한 튜닝을 하지 않는 것도 연료를 아끼는 방법이다. 연료소모를 늘리는 대표적 튜닝이 광폭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다. 젊은 자가운전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광폭타이어는 실제 안전성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일반 타이어에 비해 연료소모를 10~20%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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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 참사자를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