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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후선배가 웃으면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옆 보조침대에 걸터 앉는 선배...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많이 아파보인다...
'선배... 들어가서 쉬지 또 왜 오셨어요...'
'글쎄, 나 설린이한테 떡볶이 얻어먹으려고'
떡... 볶이? 모르겠다는 내 표정을 보고는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선배였다
'어제 체육관 닦기 시합했잖아! 떡볶이사기'
어제... 체육관 닦기...라...
한참 어제 일을 회상하다가 ... 생각났다!
떡볶이 사기 시합해서 내가 졌었지...
'아! 맞다, 알았어요 선배, 나 퇴원하면 바로 살게요!'
선배는 예쁘게 웃어보이다가 이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을 굳혔다
무슨... 일 있는건가...
'... 저 설린아...'
내가 고개를 들어 선배와 눈을 마주하자 내 시선을 피하는 선배...
왜 그러는거지?
심각하게 부르면... 내가 당황하잖아...
'선배, 말 하세요, 왜요?'
선배는 혼자 표정을 굳혔다 웃었다 인상을 썼다 폈다 하더니 한숨을 푹 쉬고 기분 나쁜 표정
으로 나를 봤다, 기분 나쁜... 그런 웃음... 선배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표정...
'우리 내기 한번 더 할래?'
선배의 표정을 봐서는 도무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기분탓이겠지... 착하기만한 선배를 기분나쁘게 생각한 내가 나빠!!
'무슨 내기요?'
'음, 일단.. 할거지?'
내가 나쁜건 아는데... 나도 잘 아는데... 오늘따라 선배의 분위기가 다르다...
뭐랄까... 난... 지금의 선배가, 그 다음에 나올 말이 무얼지... 두렵다
'... 선배... 나... 내용도 모르고 하는거 무서워요... 제발 심각하게 말하지 말아요... 난 선배가
심각하게 말하면 선배가... 무서워요...'
내 말에 선배는 아까의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닌 진지하고 부드러운 자기 자신만의 미소로 나에
게 다가와서는 내 침대에 걸터 앉았다
'... 그랬어?... 미안....'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며 한숨이 나왔고...
'... 내가 내용은요 ? 뭘 걸건데요?'
'... 난 설린이를 믿지만... 동생을 사랑해...'
동생... 사랑? 혹시... 뭐 시후를 자기한테 넘기라 이런 소리 아니야?
순간 게이... 그러니가 동성애자의 사랑 행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온몸에 닭살이
돋기 시작하더니 선배가 순식간에 변태로 보였다
'... 하... 너 또 이상한 생각하지?'
... 네...
내 머리를 부비적 거리더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는 선배
어떻게 이상한 생각을 안합니까!
'... 동생으로서 너무 아껴... 그래서 난... 둘다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
까 둘의 사랑이 정말 진심인건지가 궁금하다는거야...'
'그런거라면 걱정 말아요! 나 현모양처 될거니까!'
선배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듯 나를 한번 보더니 나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와서 쓸쓸한 눈빛으
로 나를 봤고... 그 눈빛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먼 훗날 내 가슴에 비수를 꽂을 줄 난 몰랐다
'나도 알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거잖아... 그러니까 니 믿음을, 시후에 대
한 사랑을 내가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데... 그걸로 내기 하자'
'시후에 관한 사랑으로 내기요? 그야, 저는 당연히 이길거니까 좋지만... 뭐 걸게요?'
'... 흠... 일본행티켓! 제공은 내가 하고! 대신 꼭 가야되는거야, 날짜까지 꼭! 표가 아까우니
까, 알아들었지?'
일본행 티켓... 후후훗, 일본에 멋있는 남자가 많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흐뭇...
하지만 이런 마음을 먹으면 선배한테 지는거야! 나한테는 시후밖에 없어!
'하지만 선배... 있잖아요... 그럼 나는 뭘 걸어요?'
'... 흠... 내 말 듣기! 그러니까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
소원... 너무 큰거 말하면 어쩌지?
그러나 지금 저렇게 애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선배가 너무 큰걸 요구할것처럼 보이지는 않
았고... 나는 흔쾌히 오케이 승낙을 내렸다
'근데 선배,내가 시후를 끝까지 믿어줄지 아닐지 뭘로 테스트해요?'
내 말에 너무나 심각해진 선배의 표정,
아니 심각했다기 보다는 슬퍼보였다, 나 혹은 미안해보였다 가 맞을라나?
'... 요즘... 신시아는 안만나?...'
신... 시아... 당돌한 6학년... 확 싸잡아 먹어도 모자랄만큼 재수없고 시후에게 껄떡대던 년
사실... 그 년이 나와 시후 앞에 동시에 나타나거나 나에게 나타난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어쩌면... 나를 빼고 둘이서만 연락할 수도 있는거였다..
아니야... 벌써 못믿으면 안되는거야... 그럼 내가 지는거야..
'하.. 안만나요! 시후는 나밖에 없어요!'
'... 그럼... 다행이고...'
'뭐야! 그럼 내가 벌써 이긴건가?'
넉넉한 허탈 웃음으로 크게 웃어보이자 선배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내게로 시선을 돌
려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아직은 아니야... 이거 어때? 일주일동안 안울기... 다른 일로는 울어도 좋지만... 일주일동
안은 한시후 믿고 한시후에 관한 일로는 안울기!'
한시후에 관한 일로 안울기? 확실히 자신이 없기는 했다,
울수도 있는거지.. 쳇.. 솔직히.. 사랑에 관한 일로 눈물이 많은 나로서는 좀 힘든 내기였다
'... 왜? 자신 없어?'
약간 비꼼이 들어간 것 같은 선배의 말,
너무 잘 알고 있잖아... 내가 자존심 하나는 드럽게 세다는거...
'쳇! 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우리 동생... 부탁해도 될지 한번 볼게'
선배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본행티켓... 일본구경을 하러 갈 수 있단 말인가?
그거 시후랑 같이가면 안되는건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 돈으로 산것도 아니고 좀 염치가
없어보여서 그 질문은 관두기로 했다
흠흠, 아무튼 시후야! 니 마누라 이번에 일본 여행가게 생겼구나.. 크크큭..
한참 뒤 병실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한시후,
양손 가득 옷짐이 들려있을 줄 알았는데, 시후의 손에는 지금 과일바구니밖에 없었다
이녀석... 설마 나 입원한동안 옷도 안갈아입으려는 생각인가...
'뭘 그렇게 봐, 과일 먹고싶어?'
'... 아... 아니 딴생각좀 하느라, 그런데 의외네? 이렇게 가볍게 오리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응, 그냥 병원에서 밤새 너 지켜주고 옷은 집에 가서 갈아입고 하면 되니까, 왜 서운해?'
네녀석... 무슨 대답을 원해서 그런 질문을 한거야,
짜식, 은근히 밝힌다니까
'아니, 하나도 안서운해, 더군다나 기쁜데? 잠시라도 딴남자 만날 시간이 생겨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창밖을 봤는데...
아무 반응 없는 시후녀석이 더욱더 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니녀석 성격에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다니... 이상해... 불길해...
살짝 고개를 돌려 시후녀석을 보니 ...
그럼 그렇지 눈알이 빠지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꽉 깨문 입술... 아니... 이라고 해야 맞을까?
그 단단하고 억센 치아로 당장이라도 나를 씹어버릴것만 같아 두렵구나...
'... 딴남자 누구...'
오예,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데?
솔직히 딴남자라고 해봤자 네놈의 형이나 우리 오빠 그리고 재훈이나 일진 선배들밖에 더 있
겠냐, 뻔히 알면서 ... 가 아니라 진짜 단순한 너는 모를수도 있겠구나
그럼 이왕 이녀석 속아 넘어간김에 조금이라도 더 압력을...
'몰라서 물어? 나 따라다니는 남자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이름을 다 기억해?'
방금까지만 해도 시후의 눈에서 나오던 레이저가 두개였는데 이제는 세개가 되었다
저 레이저로 나를 지글지글 녹여버릴것만같애...
한대 때리면... 그러면 어떻게하지? 한대맞고 죽어버리면!
그런데... 의외로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문쪽으로 걸어가는 놈...
그런걸로 삐져서 나가버리냐? 역시 벤뎅이 속이라니까!
그녀석의 뒷모습에다가 나만 알게 살짝 메롱을 했는데...
그녀석은... 문쪽으로 가서는 문을 열고 나가는게 아니라 문 고리를... 꽉... 잠궈버렸다...
'야! 답답하게 문은 왜잠궈!'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문고리에 손을 갖다 댄 채로 뒤돌아 서있는 시후,
갑자기 시멘트를 온몸에 발라 굳어버렸나.. 저녀석이 왜저래?
'... 강설린... 니가 아무리 그런 얘기로 나를 도발하려고 해도... 넌 나 못이겨...'
약간의 비웃음이 들어간 그녀석의 목소리...
젠장할... 누구에게 진다, 혹은 못이긴다는 말을 내가 진짜 싫어하는건 어떻게 알고!
'도발이라니! 웃기시네! 그리고 너따위는 내가 쉽게 이겨! 꺼져 허접!'
그녀석의 말을 멋지게 받아쳤다는 생각에 혼자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는데...
저녀석... 오른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더니 혼자 쿡쿡쿡 웃어댄다...
뭐가 웃기다는거야? 허접이라는 말이 그렇게 웃겨?
녀석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웃음을 최대한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
'... 강설린, 이런 작은 도발에도 넘어가면서 날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작은 도발... 그래... 저녀석은 일부러 내가 싫어하는 말을 했던거야...
그런데... 이긴다? 난 녀석을 이기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어쩌면... 아주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저녀석에게서 질투심이라는 걸 이끌어내서 그 것을 즐
기며 녀석을 내가 다룬다며 승리감을 가지고 살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훗, 그래... 까짓것... 지금이라도 녀석을 더 열받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도발에 넘어가다니... 하하... 한시후 너랑 놀아주는거 힘들거든, 알잖아, 원래 내가 한남자랑
오래 못노는거~ 미안하다~'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 녀석을 잘근잘근 속으로 씹으며 다시 시선을 창가로 돌리는데...
고개를 돌릴새도 없이 재빠르게 다가온 한 남자의 발소리가 병실을 울리더니 그 주인공은 내
어깨를 잡아 침대에 눕힌채 눌러버렸다
'... 그럼 다른 남자 누구랑 놀건데?'
싱글싱글,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내려다 보는 놈...
그나저나 이건 너무 야한 포즈잖아!
가까이 다가와 있는 녀석의 얼굴때문에 무슨 말도 못하고 시선 마저 외면해버리려 했던 그때!
이건 녀석의 도발이야... 날 이기려고 하는거라고!
나 절대 져서는 안돼! 강설린, 더한 도발로 밀고 나가는거야!
나는 오히려 태연한척 웃어보였다
'다 못외웠는데? 몇명이나 알려줄까? 오십명이면 되겠어? 알잖아, 내가 선천적으로 머리가
나빠서 외워야 될것의 십분의 일도 채 못외우는거'
상당히 강한 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녀석...
'... 강설린... 너 지금 무슨 생각하냐?...'
무슨... 생각...?
'... 승부욕 강한 너는 지금쯤 내가 너를 도발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겠지... 더군다나 너는 나를
이겨야 된다고 생각할거고... 내말 틀려?'
내 정곡을 콕 찔러버리는 녀석...
그런데... 내가 너를 도발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겠지... 이 부분이 좀...
그럼... 아니라는 소리야?
'훗, 안틀려. 역시 한시후야, 그건 그렇고 방금 니 말... 꼭 니 생각은 다르다는거 같다?'
이번에 내가 기분나쁘다는 듯이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무슨 생각하는거야!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거기다가 너는 아무생각 없이 그런 말을 왜 툭툭 내뱉는건데!
'... 난 너를 도발하려고 한 적 없어...'
'...'
'... 지금 이 포즈도 너를 도발하려고 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지금 내가 하는 말도 너를 도발하
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
'... 이 자세... 꼭 어떤 자세같지 않아?...'
꼭 어떤... 자세?... 이 야시꾸리한 자세는...
한... 한시후! 아니야, 이녀석 아무리 변태라지만...
그러나 내 마음은 내 시선이 꽉 잠겨져 있는 문고리로 향함과 동시에 부서져버렸다
'... 하하하... 무슨... 나 허리아프다... 비켜라...'
그제서야 불안함을 느낀 나는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내 어깨를 누른 한시후의 두 팔에는
점점 더 강한 힘이 들어가 내 어깨를 눌러버렸다
'... 누구마음대로?...'
'누... 누가보면 어쩌려고! 이 자세만으로도 충분히 오해받는다고!'
'문은 확실히 잠궜으니까 걱정 말고... 오해... 라... 오해가 아닐텐데...'
'... 너... 배 안고프냐? 나 배고파 과일줘...'
그래, 강설린... 남자친구한테 자존심 챙겨서 뭐하겠냐...
그냥... 그냥 져주자...
그러나 나의 비굴모드에도 불구하고 점점 야비해져가는 녀석의 인상...
'하하하... 그런데 왜 과일바구니에 딸기가 없냐... 하하하... 비싸다고 안넣었나봐 그치? 요 밑
에 과일가게 가면 있는데 내가 사올게...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으나...
'... 잘됐다... 강설린... 내가 딸기 줄게...'
'니가 무슨 수로! 됐으니까 내가 사올...'
'마침 나 오늘 립글로즈 딸기향이거든...'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멈추는 줄 알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말 잘라먹었다고 소리라도 쳤을텐데...
녀석의 당돌한 말에 순간 ... 경직되어버렸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허공에다가 키스마크를 찍어대더니...
'오~ 오늘 삘 제대로 받는데?'
하고 혼자 정신병자처럼 즐기고 있었다
미쳤구나... 삘은 무슨...
더이상 이렇게 한시후의 팔에 깔려서는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잠시 한시후가 내 어깨
에서 팔을 뗀 사이 침대에서 후다다닥 뛰어내려와 창가로 다가갔다
마치 코미디쇼를 본다는 시선으로 나를 보는 녀석,
그리고 나에게 한발자국 다가오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닫혀있던 창문을 열어제꼈다
'... 한시후... 가까이오지마... 여기 7층이야... 가까이 오면 나 뛸거야...'
녀석은 비웃음을 간직한 채 천천히 나에게 한발자국씩 가까워졌고...
'진짜야 내가 못 뛸거같애?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내가 그다지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고 소리치자 녀석이 만만했나보다
내 말을 씹고 계속 이리로 오는걸 보면...
'... 뛰어...'
그 때 들린 녀석의 목소리...
나는 그녀석의 눈을 봤고 그 눈에는 장난기가 없었기에 ... 무서웠다
진짜.. 뛰라는거야?
'뭐라고?'
'뛰라고, 왜 안뛰어? 나 가까이 가는데?'
저... 저녀석이... 젠장...
'그래! 뛴다 뛰어! 내가 뛸거라고!'
어차피 인생 한방이지 뭐... 내가 살면 하늘이 나를 사랑하는거고...
내가 죽으면 하늘이 날 미워하는거고... 세상 그뿐이지뭐
눈을 질끈 감았다... 설마... 날 죽이지는 않을거지 시후야?
니가 와서 영화처럼 나를 잡아줄거잖아...
그렇게 하늘과 시후를 믿으면서 창가로 상체를 내밀었는데...
'... 그래, 뛰어라 병신아... 떨어져서 니 뒤지면 내가 니 시체위로 떨어져 뒤질테니까...'
... 그렇게 로맨틱한말을 어쩜 저렇게 살벌하게 할 수 있는지...
너 죽으면 나도 죽어... 나도 너 따라 뛸거야...
이렇게 멋있게 하면 덧나냐?
하긴 네녀석은 그러는게 좀 안어울리긴 한다만...
나는 상체를 다시 병실 안으로 들여와 녀석을 보았고,
녀석은 또다시 씨익 웃으며 나에게 느릿느릿 다가와서는 내 어깨를 잡더니 밀어서 허리 윗부
분은 창문 밖으로 튀어나가 녀석의 손만 떨어지면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 한시후! 뭐하는거야!'
내가 소리치자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표정으로 말하는 녀석,
'강설린, 한시후 좋아 싫어'
'뭔 귀신 씨나락 까먹다가 위장에 구멍난 소리야!'
'한시후 좋아! 싫어!'
강자앞에서 비굴모드인 강설린이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했겠는가...
'당연히 좋지!'
난... 그랬다... 살기 위해 무슨 대답이든 했다
'한시후 사랑해 안사랑해!'
'응?'
'훗, 대답 안한다 그거지? 잘가라, 몇십년 후 천국에서 보...'
'사랑해!'
난 녀석의 정말 증오스러운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사랑한다고 먼저 외쳤다
어차피 녀석은 이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온갖 저주스러운 말을 퍼부었을테니까...
녀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누구를 사랑하는데?'
한시후, 내가 여기서 살아서 나가면 네녀석을 가만두지 않을테야!
'한시후! 한시후사랑해!'
'크게!'
하지만 ... 여기서 외치면 밑에 다 들릴거야...
'한시후 사랑해!'
'더크게!'
에라! 모르겠다
'한시후 사랑해! 죽을만큼 사랑해!'
'그럼,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키스해줄래?'
언제... 든지...?
'응! 키스해줄게 시후야! 해줄게 해줄게'
그제서야 녀석은 나를 병실 안으로 잡아 끌더니 창문을 강하게 닫았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고...
세상에서 제일 사악한 녀석은 나와 키를 맞추어 쭈그리고 앉았다
'... 한시후 최고 싫어...'
'... 다시 말해봐...'
'한시후 최고 싫어...'
'... 다시...'
후~ 네녀석 고집 누가 이기겠니...
'... 한시후 최고 좋아...'
그러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시후녀석,
'... 좋아 말고...'
'싫어'
단호한 내 대답에 상처받았는지 고개를 푹 숙이는 녀석이었다
좋아 아니면 싫어지...
정말... 큰 상처면 어쩌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울기라도 하면...
하지만 녀석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 그럼 뭔지 한번 잘 생각해봐... 시간을 줄게...'
'...'
'... 단, 내가 너에게 내가 가진 모든 딸기를 주는 순간까지...'
딸... 기?...
내가 생각할 새도 없이 내 입술에 다가온 시후녀석의 입술...
서로 쭈그리고 앉아서 바닥에서 하는 이런 키스는 처음인데...
이거, 서서 하는거보다 심장이 더 떨렸다
콩닥콩닥, 내 심장을 녹였다 굳혔다... 지 마음대로인 이 녀석... 정말 밉지만... 미운데...
이녀석이 없으면 살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은 왜 드는걸까...
그리고... 이녀석 입술 정말... 딸기맛이네...
냄새 좋다... 나도 립글로즈 딸기로 바꿔야겠다...
그러나... 이녀석 나를 약올리는건지... 살짝 살짝 입술을 데었다가 떼면서 딸기맛만 보여주는
걸 반복하기만 했다... 이게.. 이게 진정한 도발 아닌가...
이건... 키스가 아니다... 녀석 역시 딸기를 준다고 했지 키스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나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고 녀석 역시 내가 아닌 바닥을 짚고 있으니...
서로의 팔이 서로를 잡고 있지 않은 이상 제대로 된 키스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녀석, 정말 맛만 보여주고 가는건지 조금의 입술 부딪히기 끝에 나에게서 얼굴을 떼었다
후, 얄미운 녀석...
'어때? 나에대한 감정 어떤지 생각해 봤어?'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해 주었고, 뭐냐는 녀석의 물음에 나는 가까이 다가오라고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나에게 귀를 가져다 대는 놈,
그러나 아무 생각 있던 나는 녀석의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다시 가까이 했다
그렇게 키스 하려고 했는데 내 허리를 잡아 나를 자리에서 일으키는 한시후,
씨, 괜히 분위기만 깨고... 나는 키스 거부당한 느낌에 자존심이 상해 삐죽거리며 일어났는데
'... 역시 신체 접촉 없이 키스하는건 힘들더라고...'
내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내 허리를 끌어안아 아까 그렇게 참았을 키스를 퍼붓는 시후였다
싫지 않다... 아니 좋다... 좋지 않다... 아니 사랑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약점을 핑계로 사귀자고... 그것도 사랑해서가 아닌 자기 여자친구를 떨치
는 핑계로 나보고 사귀자고 했던 녀석을 이렇게 사랑하게 된건...
이게... 이게 바로 ... 천생연분...?
이젠 나도 변녀가 다 되었나보다, 녀석의 달콤한 키스 없이는 하루 살기가 버겁다...
정말... 녀석의 키스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 눈떠 변녀야...'
시후가 내 머리를 콩 쥐어박았고, 그제서야 제 정신을 차린 나는 눈을 떠 녀석을 바라보았다
'야, 딸기맛 괜찮냐?'
'응, 괜찮드라'
'야! 바닐라도 있는데! 오렌지도 있고! 뭐가 더 괜찮은지 봐주라'
뭔놈의 사내새끼가 립글로즈를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닌대?
나는 녀석을 한번 째려주고는 주먹으로 녀석의 배를 쳤다
'악! 뭐야 강설린!'
'작작좀 해라 키스중독자!'
'뭐? 원한건 너잖아!'
'무슨 소리야! 난 강제로 당한거라고!'
'다 끝나도 느끼느라 눈 못뜬게 누구셨더라?'
'뭐.. 뭐야? 내가 언제!'
우리의 하루는 또 이렇게 시끄럽게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야 생각난거지만... 나 이번에 확실히 일본여행 한번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나와 시후녀석은... 서로 죽을만큼 사랑하는거 같으니까...
그러니까 서로의 사랑에 관한 내기라면 우리는 세상 누구에게도 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 27
이 답답한 병실에 있는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자칭 서방이라는 놈이 없을때면 나 혼자 이상한 섬에 갇힌것만 같아서 외로웠다
하루빨리 이 병원을 탈출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내 눈에 들어온건 아까 시후가 핸드폰 잃어버렸다며 울상을 짓고 나갔던... 바로 그
문제의 핸드폰이었다!
난 마누라니까... 난 마누라니까 이정도 권리는 있는거야.
나 역시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시후의 핸드폰을 가지고 메일함을 눌렀는데...
[비밀번호 네자리]
... 비밀번호 네자리라...
알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왕성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0000부터 차근차근 눌?릴?시작했다
0000, 0001, 0002 후... 0125... 0257... 0312... 0423... 으가가각!
나는 결국은 시후 핸드폰을 침대에 내던졌다
번호가 왜이렇게 뒤에 있는건데!!
짜증나서 아무번호나 막 눌렀는데 한참 뒤 열린 메일함,
비밀번호가... 9802였던가...? 왠지 익숙한 번호,
나는 내 핸드폰 번호에서 9802로 번호 검색을 해보았고, 순간 우연이라는 말을 혼자 되풀이
함과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9802 - 싸가지초딩년
... 신시아랑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미쳤나봐...
쳇, 참 더러운 인연이네...
기분이 팍 상한 나는 냅다 손에 있는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그게 시후 핸드폰이라는 건 30초
동안의 패닉상태가 끝난 후였다
'으아아악! 어떻게해!'
얼른 뛰어가서 그 핸드폰을 주웠는데... 우둑 하는소리와 함께 떨어져버린 액정...
정말 딱 반으로 부서진 것이 ... A/S 비 엄청 많이 나오게 생겼군...
나는 내가 몸시 난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핸드폰을 탁자위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은 뒤 내 침대에 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누웠다
그렇게 한참 후
'여보! 아이스크림 먹... 어? 내 핸드폰!'
나는 정신이 말똥말똥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지금 일어난척 눈을 비비며 연기를 해 주었다
부비부비
'응 왔어? 손에 있는거 뭐야?'
아이스크림인거 뻔히 알면서 묻는 말...
'내 핸드폰 여기있었...'
말을 끝까지 못잇는 시후, 당연하지 핸드폰을 드는 순간 액정이 떨어져 나갔는데..
시후야 미안해.. 정말 미안하구나..
'으아악! 이게 어떻게 된거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 핸드폰이 거기 있었지? 나 자는 동안 누가 두고 나갔나?'
내 말에 몸이 휘청하더니 이마를 짚고 보조침대에 주저앉아버리는 시후,
'죽었다, 나 이제 엄마가 핸드폰 안사준다고 했는데...'
그 말에 내 미암함은 점점 달아올랐고,
'무슨 말이야~ 사 주시겠지~ 하하'
'아니야... 핸드폰 이게 7번째야... 엄마가 이제 더이상 안바꿔준다고 했어...'
일곱번째... 저녀석은 비싼것만 쓰니까... 하나당 60만원씩만 쳐도 420만원...
거기다가 핸드폰 요금도 많이 나올거 아니야... 그럼... 그럼...
내 미안함은 거의 하늘을 찌를듯 했는데, 순간 내 움직임을 멈춰버린말...
'젠장... 일부러 싸움날때는 핸드폰도 놓고 다녔는데...'
그렇게 조심했는데... 내가 내 기분때문에 니 핸드폰을 부셨다는거네...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하구나 시후야,
나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내 기분을 조금은 낫게 해주는 말이 있었으니..
'나 이제 우리 여보랑 뭐갖고 통화해!!'
순간 내 입에서 나온 웃음소리,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분명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야 되는건데, 내 입가에는 웃음만 번지고 있으니...
나는 내 나름대로 최신형이라고 자부하는 내 핸드폰을 시후에게 건넸다
'응? 이거 뭐?'
'이래뵈도 신형이야, 니 모델보다는... 그냥 이거 써'
'쳇, 됐다. 원래 남자가 여자한테 핸드폰 주는건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시후,
'그럼 나랑 통화안하겠다는거야? 서운한데? 뭐 괜찮아, 구속할 남자친구도 핸드폰 없겠다, 뭐
다른 사람이랑 통화 할 수 밖에 없겠...'
탁!
아주 빠른 속도로 내 핸드폰을 채가는 시후의 모습에 나는 또다시 웃었다
시후는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더니
'... 마누라 바람피우면 우리 동반자살이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쳇, 동반자살? 난 꿋꿋하게 살아 남을거다 뭐!
그리고는 문득 시후가 사왔던 아이스크림에 눈이 멈춰 그 봉지중에 내가 좋아하는 컵에 들어
있는 딸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만 남기고 모두 녹기전에 냉동실에 넣었다
그렇게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투덜투덜거리며 병실로 들어온 시후,
'어디갔다 왔어?'
힘없이 내 옆 침대 남은 곳에 털썩 주저앉는 시후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자 시후가 한숨을 내쉬
면서 시후의 어깨에 힘이 더 빠진듯 내려앉아버렸다
'... A/S맡겼는데...20만원 달래...'
20만원이라... 어깨가 쳐질만도 하구나...
나는 시후의 모습이 너무 안되보여서 옆에 있던 숟가락으로 내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떠서 입
에 넣어주었다, 넙죽 받아먹는 시후, 그래도 힘은 없어보이는데..
'시후야... 힘내..'
나는 이렇게 아까 시후의 핸드폰 비밀번호에 관한 일을 잊어가고 있었다
잊으면 안됐었는데... 똑똑히 기억하고 마음에 묻어뒀어야 됐는데..
그 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나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쳤으나 발신번호를 본 시후가 핸드폰을 자
기가 받아버렸다
'무슨일이야'
[ 오빠가 왜 그 전화 받아요? ]
똑똑히 들리는 신시아의 목소리, 더군다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시후의 얼굴
자기 얘기를 할게 분명하다는 듯한 시후의 행동
모든게 의심스러웠지만... 믿었다 그냥... 시후를...
'무슨일이야'
[ 휴~ 그냥 설린선배한테 할말도 있고, 오빠는 전화 안받더라구요? ]
'... 설린이한테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 아니 그보다도 지금 오빠 좀 만났으면 하는데, 나올래요? ]
내가 통화내용을 정확히 듣고 있다는걸 전혀 모르는듯한 시후의 말씨,
이건가... 현후선배가 그렇게 말했던 결과... 내가 모르는 새에 연락을 할수도 있다는 둘...
그 말이... 지금 내 눈앞에서 보여지고 있는건가...
'지금 바쁘다'
[ 나보다 중요한 일 있나요, 오빠? ]
자기보다 중요한 일... 나랑 있는게 더 시후에게는 중요한 일이니까...
시후는 나가지 않을거야... 내가 더 중요하다고 할거야...
그러니까... 시후는 분명히 거절할...
'어디로 갈까'
딱딱한 말투지만 지금 저 말은 나보다 신시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시후의 그 한마디에 아까 현후선배와 시합하던 그 순간의 그 당돌한 자신감은 어느새부턴ㄴ
가 자취를 감춘 뒤 두려움이라는 감정만 앞세우고 있었다
내기... 질리가 없어...
내가 내용은 내가 안우는거니까... 내가 시후 믿어주는거니까...
안져... 그리고 오해일거야... 시후가... 시후가 이럴 리가 없잖아?
'여보, 나 나갔... 설린아...'
믿으려고 했지만 생각할수록 피가 거꾸로 도는 듯한 느낌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나도
주체할 수 없는 분함에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터져나올것 같은 눈물때문에 나는 이불을
두 손으로 꽉 쥐고 이를 악물고 있었다
내 모습에 나갔다 오겠다는 말을 하려다가 내 이름을 부르는 한시후,
'... 잘 갔다와...'
'설린아...'
'하, 요즘 병원신세좀 졌더니 씹, 온몸에 경련이 이네... 걱정하지마, 갔다와...'
'... 강... 설린...'
'아무렇지도 않다고, 멀쩡하니까... 나 지금 제정신이니까 얼른 갔다와야돼... 나도 우리 여보
보고싶으니까... 일찍 와야된다... 응?'
나를 살짝 안고는 뒤돌아서 나가는 너무나 슬픈 뒷모습,
그래도 난 애써 눈물을 웃음으로 삼키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나 지금 제정신인데... 좀 있으면 미칠지 모르고... 나 지금 너를 보내주는데, 좀 있으면 너
따라가서 니 목덜이 잡아 끌고 올지도 모르고... 나 지금 이렇게 참고 있는데, 좀 있으면 눈물
못참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리고... 나 지금 너 믿는데, 흔들릴지도 몰라... 그러니까... 제
발... 나 너 계속 믿을 수 있게 얼른 돌아와야돼... 시후야...'
떨리는 내 목소리는 이미 병원안에 있지 않을 시후에게 전해지지 못했겠지...
하지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 통한다니까, 니가 이 말 전해들었으면 좋겠다
바람의 요정이 있다면 내 간절한 소리를 시후에게 전해주세요,
태양의 요정이 있다면 내 뜨거운 사랑을 시후에게 전해주세요,
눈물의 요정이 있다면 내 서글픈 눈물을 참을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그래야 제가 견딜 수 있을것만 같아요...
나 혼자만이 있는 병실,
시후가 없는 이 병실에서는 고요한 적막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 28
밤이 되어 들어온 시후,
보조침대에 주저앉은 시후는 침대에 기대어 나와 눈을 마주했다
'뭘 그렇게 봐'
뾰루퉁한 내 말에 시후는 피식 한번 웃더니...
'... 우리 마누라 이쁘다...'
라는 닭살스러운 멘트를 날렸고, 갔다 오면 장난스럽게 머리라도 한대 쥐어 박으려고 했던 나
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라서 어떤 계획도 실천할 수 없었다
'.. 그.. 그... 그걸 이제야 알았냐!'
앗,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 버렸다!
내 행동에 시후는 또다시 웃더니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그런 시후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너도 니 서방 잘생겼다는거 알겠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부담스러
운데?, 그래도 우리 마누라니까 용서해주지 뭐~'
'쳇, 웃기고 있어!'
나는 녀석의 이마를 한대 쥐어 박으려다가 이내 손을 내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시후야, 집에 가서 자...'
시후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고,
'불편하잖아... 나 괜찮으니까 그냥 집에서 자...'
'... 싫어, 나 간 사이에 누가 마누라 보쌈해갈까봐 못가'
풉, 짜식, 이거 뭐야? 걱정이야 투정이야?
'걱정하지마! 나 보쌈하려는 자식 있으면 내가 반 죽여놓을테니까!'
'... 그럼 누가 마누라 꼬실까봐 못가...'
'나 너밖에 없는거 알잖냐!'
'몰라'
새끼, 차라리 그냥 집에 가기 귀찮다고 솔직하게 말해라!
이놈의 뺨따구를 한대 확 후려쳐버릴까?
지가 애도 아니고 왜 되먹지 못하게 투정이야 투정은!
눈을 확 찔러버릴까 하고 손가락을 들었는데... 녀석의 눈은... 젖어있었다...
'... 마누라 우리 서로 믿자...'
떨리고 있던 녀석의 눈꺼풀... 무슨 일이야...
'... 시후야...'
'우리 서로 믿자고... 누가 뭐래도 ... 그래도 우리 서로 사랑하니까 믿자고...'
'...'
'... 왜 대답 안해...'
'... 응... 그래... 믿자...'
'나도 마누라 믿고, 마누라도 나 믿고, 내가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믿고, 마누라가 내
일 우주가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 믿고...'
'...'
'... 헤어지잔 말은 믿지 말자...'
순간 방금 시후에게 깎아주려고 집어 든 사과를 놓치고 말았다
헤어지잔 말은 믿지 말자... 그럼 언젠가는 니가 그 말을 하겠다는 말이야?
근데... 믿지 말자는 말은 뭐야...
장난치는 분위기였으면 얼른 와서 사과를 주워줬을 시후,
그러나 시후는 진심인듯 떨고 있는 눈커풀을 결국은 뜨지 않았다
차라리 오지 말지, 너 없을때 그때는 모든 물건들을 친구삼아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었었는데
너 오고 나니까 분위기가 너무 슬프고 아프잖아,
가슴 한구석이 싸하게 아려오잖아...
'... 다 믿자면서 왜 그말은 믿지 말재?...'
내 물음에 피식 웃던 녀석...
'... 가끔은 나도 거짓말 하고 싶은데... 바보같은 강설린이 거짓말 다 믿어버리면 어떻게해...
그래서 가장 있을 수 없는 일 하나만 거짓말으로 정해놓자고... 언제든 거짓말 할 수 있게...'
가장 있을 수 없는 일... 우리가... 헤어지는... 일이라는... 시후의 감동적인 한마디...
하지만 단지 그 이유뿐이 아니잖아 시후야,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라는건 이유가 안된다는거
니가 더 잘 알잖아, 더 깊게 물어보고 싶지만 못물어보는건...
물어봐도 결국은 말 안해주고 혼자 더 속으로 앓을 너를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야...
'... 그래... 그 말은... 믿지 말자... 여자가 신랑이고 남자가 신부라고 해도, 별이 모두 땅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북쪽에 남극이 있다고 해도 믿지만... 헤어지자는 말은 믿지 말자...'
시후의 말에 대꾸는 해 주었지만...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낸 시후의 행동에 불안함과 두려움이
병실 안을 가득 메웠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기에 그 밝던 시후가 이렇게 어두워져 버린걸까...
내 앞에서는 눈물도 잘 보이지 않던 시후가 눈가가 왜 젖은걸까...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옆에 내가 있어주면 되니까...
시후의 옆에 어두워지면 내가 불을 켜주면 되는거고,
시후가 울면 내가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면 되는거다
결국 우리는 이루어져야 할 사랑임이 분명하니까...
보조침대에 앉아 침대에 머리를 묻고 잠들어 있는 시후,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다가 점점 시려오는 가슴을 느끼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얼음가시로 심장을 후벼파는 그런 너무 잔인한 기분...
눈을 감으면 그 통증이 덜해질 줄 알았는데...
눈을 감음으로 인해 내 앞에 보이지 않는 시후의 모습때문인지 가슴이 더 아팠다
이러고 자면 허리 아플텐데...
'... 시후야...'
어깨를 살짝 흔들며 시후를 불렀지만 꼼짝 않는 시후,
많이 피곤했... 나...
'시후야, 일어나봐! 똑바로 누워서 자...'
'... 강... 설린...'
시후의 얼굴을 스쳐 어깨를 짚고 있는 내 손, 내 팔에 따듯한 액체 한방울이 떨어져 병원복을
적셨다
잠 꼬대인 것 같은데... 무슨 일인거지...
무슨 일때문에 눈물까지 흘리는거야...
'... 시후야... 일어나봐... 왜 울어... 무슨 일이야...'
'... 헤어... 지자...'
이제 시후의 눈물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이 흐르고 있었고, 눈물을 애써 참기 위해 꽉 깨
문 나의 입술은 윗니 모양 그대로 아랫 입술에 새겨놓고 있었다
시후의 어깨에 올린 손을 이미 떨어졌고... 주먹을 꽉 쥐며...
믿지 말자고... 이 말은 믿지 말자고... 강설린 무슨 생각 하는거냐고...
나 자신을 자책하며 애꿎은 침대만 두드려댔다...
쪽!
부드러운 촉감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 이마에서 살짝 떨어지는 시후의 입술,
번쩍 뜬 내 눈을 보더니 머쓱하게 웃어보이는 시후였다
'하핫, 살짝 나가려고 했는데...'
시후의 웃는 모습에 나 역시 새벽 일은 까맣게 잊은듯 함께 웃고 말았다
'살짝 나가려고 한 사람이 왜 잠자는 사람 이마에 키스는 하고 그래'
장난스러운 내 말투에 장난기가 물씬 풍기는 말을 내뱉는 우리 시후,
'... 참을 수가 없었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 말에 내 심장은 덜컹 지하철 멈추듯 잠시 멈췄다가 운동장을 한 이백
바퀴 뛴 것처럼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너 하나도 안멋있어! 멋있는척 하지말구 얼른 가!'
그러자 시후가 피식 웃으며 한손으로 내 머리를 짚고는 나와 얼굴을 마주한채 가까이 다가왔
고, 그 순간 얼굴을 외면해야될까 보고 있어야 할 까 내 머릿속에서 혼자 복잡해졌을 때 이 모
든걸 정리해주는 시후의 한마디,
'... 서방님... 다녀오세요...'
'응?'
'... 해봐... 서방님 다녀오세요...'
'...얘는 무슨! 얼른 갔다와!'
'그렇게 튕기지 말고 한번 해봐, 서방님 다녀오세요'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어리광쟁이 시후,
고집쟁이 시후를 보면 늘 난 져줄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약해져서..
'... 서방...'
순간 시후의 눈에서 별이 반짝 한게 맞지?
'아씨, 난 그런거 못해! 그냥 갔다 와!'
'야, 서방까지 했으면 계속 하지!'
또 심통났는지 볼에 공기를 넣고 애교스럽게 쳐다보는 시후,
이거 어떻게 해야되나... 존심강한 강설린이 또 져줘야되나, 아니면 그냥 얘를 학교 보내나...
'... 불공평해...'
'응?'
'... 넌... 나한테 서방님 다녀오세요 시키면서 나한테는 왜 그런 말 안해줘...'
내가 무슨 감정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걸까...
한번쯤은 시후에게 이겨보겠다는 그런 심정?...
아니면... 내 내면에 그런 말을 듣고 싶다는 감정이 정말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설마... 안하겠지...?
그 말을 들으면 나도 그 낯부끄러운 소리를 해야 되는데...
'... 무슨 말을 원하는데?...'
'...응?...'
'...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면 니가 나한테 서방님 다녀오세요 란 말을 해줄건데?'
... 갔다 올게 여보야... 이건 너무 닭살스럽나...?
그럼... 전화할게 달링... 아아아악! 부끄러워!
이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 이렇게 한마디만 해줘...'
순간 우리의 밝은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두움이 자리잡았다
내가... 내가 왜 이런 말을 꺼낸거지...?
'... 하하... 아니... 시후야... 그게 아니라... 난... 난말이지...'
'... 강설린...'
'난 신경쓰지마... 나 미쳤나봐... 하하... 학교 안가?'
'... 설린아...'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애써 밝은 분위기로 전환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며 말을
돌려봤지만 낮게 깔린 시후의 목소리는 내 이름만 부르고 있었다
'.. 지각해서 또 학주한테 혼나면 어쩌려고 그래.. 너 이번에 또 혼나면 학주가 아마 가만 안...'
강하게 나를 안아 품 안에 넣어버리는 시후,
그 품에서 나는 말문이 막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시후... 야...'
'... 사랑해...'
'... 시... 후야...'
'사랑해... 사랑해... 강설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계속 사랑한단 말만 중얼 거리는 시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조심스레 시후를 내 품에 가득
안았다
'... 시후야... 나도 사랑해...'
내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던 시후는 나를 품에서 떼어놓고는 울었는지 눈물을 쓰윽 닦아냈다
무슨 일이길래 눈물까지 흘린거야...
'... 나 오늘 늦는다... 밥 알아서 챙겨먹고... 그리고...'
말을 하지 못하고 손으로 초조한듯 입가를 계속 쓸어 닦는 시후.
그리고는... 나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나에게 너무나 가슴 아픈 말을 ...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돌아섰다...
'... 다른 남자 구해도 용서해줄게...'
===========================================
너무 많이 늦었죠?ㅠ
죄송합니다, 핑계가 아니라 정말 너무 바빠서,
틈틈히 쉬는시간에 노트에 적고 구상했던걸 늦게나마 인터넷에 옮겼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저도 주말제 해야 되지 않을까 하네요ㅠ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 내기에서 져 왕따된 그녀에게서는 인향(人香)이 느껴진다 ]_스물여섯.일곱.여덟번째향기♡
러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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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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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무슨일이 생길거같아염.......................................................................시안가 먼가하는년 ㅡ.ㅡ짜증 백퍼센트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러블리님 다시 컴백 해주셔서 감사~~ 얼마나 기다렸는데요~~ㅋ 너무 기뻐요~~ >_< 시후랑 설린이 행복하게 해주세요!!!!!!!!(너 미쳤지!!!)
신시아인가 뭐시긴가..-_-콱 죽여삐고 싶은 살인 충동이 일어나는...쨌든 보구싶었어요오>_<러블리타님 힘내셔요오♡
오랫만이예요 ㅠㅠ 얼마나 기다 렸는지 ㅠㅠ 하여간,, 시후한테 시아가 무슨말은 했었는진 몰라도,, 설린이한테 좀 너무 했어요
1푠부터 다 봤어요 재밌네요~~
ㅋㅋ 많이 기다렸는데 드뎌 올라왔군요 ㅋㅋ 너무 재밌어요 ^ㅡ^ ; 신시안가 걔 꺼지라 그래요 ㅠㅠ (ㅡ,.ㅡ ;;)
러블리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ㅜㅜ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뎅....
흐흑 너무 재미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ㅜㅠ 슬퍼요 시아는 죽고 (잔인,,)-ㅁ-;; 저는 현후도 좋은데,, 시우는 나뻐요 ㅡㅅㅡㅋㅋ
너무 재밋써요ㅜㅜ
헤헷 ㅜㅜ 오랫만인것 같네요!!!! 소설 재미있어요!! ㅜㅜㅜㅜ 시아 머에요!
갑자기 왕따모드에서 과거모드로 돌아오셨네엽-0-;; 어쨌든 사연을 알게 되서 좋구요.. 결국엔 설린이가 지게 되나봐요..그리고 시아의 비밀이 계속 걸려요 시후랑 시아의 사이가 너무 궁금해요,,!!
러블리스타님~~왜 일케 늦게 오세요..ㅠㅠ담편도 빨리요!!기다릴 거에요~헤헷..
저는 그냥.. 으음..-_-;; 러블리 스타님이 더 완벽하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전체적인 문장력과 대화의 부드러움은 정말 좋은데.. 너무 스토리가 빨리 진행되는 거 같아요.ㅜ0ㅜ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데..-0- 그래도 재밌어요~>_<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