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는 가 싶었더니 이미 낮기온은 한 여름을 방불케 한다.
아침 저녁의 기온차는 산골기온으로 더러 한기가 올라오지만 그래도 계절은 다음 계절을 향해 간다.
하여 봄날에 바쁘다는 산골마님은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른다.
와중에 피붙이들까지 건사하며 뺑뺑이 도는 날들은 숨넘어갈 지경이다.
그래도 오월에 예정되었던 제주도 여행을 취소하고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사실 오월만큼 사랑이 넘치는 날이 어디 있으랴 싶게 무슨 명목상의 날들이 그리 많은지
그런 날들을 빼고 간신히 제주 여행을 도모하였더니만 아, 뭔 일이래?
일본 또한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열흘동안 "골든 위크" 기간이요
중국 역시 황금연휴라 유커들의 제주도 여행 발길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여 취소했으니
5월의 제주도는 이미 날아갔다.....그들과 어울려 제주도를 찾는다? 어불성설이요
이미 숱하게 다녀온 제주도인지라 별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굳이 사서 할 필요는 없는 법.
하여 남겨진 시간에 봄나물을 뜯거나 절이거나 삼매경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일단은 무설재 뜨락 곳곳에 잔존하는 나물들을 채취하여 바로 먹기도 하고 염장 식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애쑥을 뜯고 두릅을 따고 가죽나물, 머위, 곰취, 명이나물, 눈개승마를 염장시켰다.
게다가 민들레 김치를 비롯한 초부추 김치와 오이지, 햇양파와 마늘쫑, 마늘잎과 햇마늘까지 완비하면 할 일이 끝난다.
물론 작년에 만들어둔 깻잎을 비롯한 염장식품류를 지금껏 잘 먹고 있으니 한 해를 지나가는데는
역시 봄나물을 미리 만들어두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하는 법....매일 간장을 달이고 부속재료를 넣고 끓이고 식히고
나물마다 제 특성을 간직하는지라 염장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긴 해도 기본적인 것은 비슷하니
날마다 간장 냄새가 온 집안을 흘러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날을 소진해가며 일년치 먹거리를 준비하는 마음은 뿌듯하다.
간간이 다양한 종류의 식초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기쁨도 누리고 있으니
이만하면 산골마님이 왜 바쁘고 뷴주한지는 이해가 되실 터.
그렇게 나돌아치며 나물 잔치를 끝내고 나서 텃밭 정리에 들어갔다.
밭을 일구고 거름땅을 만들어 비닐을 씌워둔 밭에 다양한 야채들을 심는 것 또한 이 봄에 할 일이다.
하여 엊그제 장날에 모종을 사러 나갔다.
고수, 방풍, 루꼴라, 당근, 바질, 아스파라거스, 와사비, 상추류들은 바로 뒷 텃밭에 심겨졌고
윗 텃밭에는 고추, 토마토류, 피망, 파프리카, 가지, 오이, 수세미, 호박,아삭이 상추, 초당 옥수수들을 심었다.
이것들은 아마도 아침 저녁 쥔장의 발길과 애정어린 눈길과
잊지 않고 공수해야 할 물과 햇살과 땅의 기운으로 무럭무럭 자라나
사랑하는 딸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공수될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돌아친 덕분에 봄기운이 여름으로 바뀌고 뜨락에는 샤스타데이지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이미 봄날의 꽃들이 제자랑질을 끝내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할 무렵 아침 마다 뽑아낸 잡초들과의 전쟁.
그 다툼이 끝나고 나니 뜨락과 마을을 가득 채울 샤스타데이지, 그 꽃들로 마을을 채우기 위해
이집저집 죄다 나누고 다함께 즐기는 초여름의 뜨락들은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제 바쁜 일상들이 끝이 나고 다음 주에는 전라도 나주, 강진, 장흥으로 휘리릭 날아갈 예정이다.
시요일 친구들과의 동행은 언제나 즐겁다.
사회생활 속에서 만나진 글쓰는 동료들이란 참으로 허물이 없다.
각자 직업은 천차만별이어도 글품 만큼은 하도 다양해서 그들의 삶자락을 엿보게 한다.
어쨋거나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까지
별별 날들이 차고 넘치는 오월은 아마도 그래서 더욱 짧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요
중간 중간에 당양한 만남 모임도 있으니 더욱 그럴 일이다.
여하튼 누가 뭐라해도 오월은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달이기도 하다.
첫댓글 읽는데도 바쁜데 본인은 또 얼마나 바쁠지?
가늠이 됩니다요. 적당히 몸도
돌봐가며 일하시길~!
ㅎㅎㅎㅎ 그러게나 말입니다.
봄은 역시 바쁨도가 최고임다.
눈에 선합니다
어떤모습이실지~
바쁜일 없는데도
이러고 있네요
열정으로 지내시니 건강도 돌보세요^^
ㅎㅎㅎㅎ
반갑다요.
여전히 잘 지내실 터....
서로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