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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엽 기자(powerusr@ebuzz.co.kr) |
LG전자와 삼성전자,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두 대기업은 과거에도 이런 스펙이나 최신 기술에 대한 논쟁을 벌이곤 했다. 하지만 주로 원조 다툼이나 기술 우위를 주장하지, 이번 같이 대 놓고 '상대방의 기술이 무효'라고 비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위 기사의 핵심 이슈를 정리해 보면 아래의 3가지이다.
▶ LG측 주장 : 스펙 뻥튀기이며, Cell Light Control은 오히려 계조표현력을 떨어트린다.
▶ 삼성측 주장 : 실제 명암비는 '무한대 1'인데, 오히려 줄여서 표기한 것이다.
무한대의 명암비를 계측하다!!!
필자는 사실 이런 논쟁 자체가 별로 영양가가 없는 업체간 신경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특히, 초저휘도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최신의 분광휘도계(Spectroradiometor)가 있어야 하는데, 가장 낮은 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최신 제품도 고작 0.003cd/sq.m까지만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100만대 1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를 증명할 방법도 없다. (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휘도계나 측색기들의 최저 스펙은 0.01cd/sq.m까지이다)
그런데 필자가 삼성 깐느 PN50A450의 소비전력과 휘도 및 명암비를 파악하기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삼성측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Cell Light Control이 실제로 완벽하게 작동을 하고 있으며, '무한대 1'의 명암비는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아래의 첫번째 사진은 깐느 A450에 블랙의 영상 신호(디지털로 RGB 0, 0, 0)을 넣었을 때의 휘도를 미놀타 CA-100+로 계측한 것이다. 사진에서는 0.06cd/sq.m가 나왔는데 화면모드 등에 따라 0.02 ~ 0.06cd/sq.m의 휘도로 계측된다.
※ Luminance of 0.02 ~ 0.06 cd/㎡ in 'Normal Black' mode
그런데 암실 상태에서는 블랙 신호를 넣어도 픽셀들이 약하게 방전되는 것이 눈에도 보이는데, 잠시 후 갑자기 깐느 A450의 화면이 완벽하게 블랙이 되면서 휘도값이 0.00cd/sq.m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즉, 휘도값이 zero라는 얘기다. 측색기의 계측 프로브를 완전히 막았을 때와 동일한 수치이다. 삼성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무한대 1의 명암비가 계측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사실 100만대 1의 명암비를 계측할 수 있으려면 백색이 300cd/sq.m가 나오는 상황에서 흑색이 0.0003cd/sq.m까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냥 0cd/sq.m가 나오니 무한대의 명암비는 측정이 가능한 셈이다.
※ Luminance of 0.00 cd/㎡ in 'Mega Black' mode
일단 이렇게 무한대 1의 명암비가 계측을 통해 증명될 수 있기 때문에 LG전자측의 '과장광고' 비난은 좀 뻘쭘하게 되버린게 아닌가 싶다. 정치권에서 자주 말하는 '근거없는 비난'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픽셀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 하이파이넷도 추가적인 계측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미처 못 봤을 것이다. 아니면 테스트한 제품이 미완성품일 수도 있다.(리뷰어에게는 종종 이런 제품들이 온다)
하지만 이렇게 메가 컨트래스트가 계측되었다는 것과 그것이 얼마나 유효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이번 A450에 적용된 Cell Light Control이란 것은 Full Screen 컬러가 Black으로 된 후 약 4~5초 후에 작동(영화모드 제외)을 하기 때문에 TV나 영화를 시청할 때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 잠깐 눈을 쉬고 싶다면 모를까, 아무런 영상 정보도 없는 블랙 화면을 보고 있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Cell Light Control 기술이란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전체 화면이 Black이 되어야 작동하지만 만약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다양한 영상정보가 있는 상황에서도 블랙이 되어야 할 화소의 전원을 실제로 껐다고 다시 곧바로 켤 수 있도록 발전한다면 매우 환상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미 깐느 A450의 블랙은 매우 훌륭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이슈가 있다. 만약 이렇게 좀 억지스러운 방법을 통해서 무한대의 명암비가 구현되는 것을 과장광고라 한다면 사실 LCD와 PDP-TV에 게재된 상당 부분의 스펙들이 죄다 과장광고가 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삼성과 엘지 모두 수치 마케팅에 열심히 임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렇다고 이걸 인정해 주면 우리는 계속 허수 마케팅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살아야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제조사와 소비자 뿐아니라 리뷰어에게도 악몽이다.
문제는 화질이란 말야, 멍청아!!!
기사의 소제목을 이렇게 쓰면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설명을 드리고 넘어 가도록 하겠다. 위의 소제목은 예전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 당시 클린턴 진영이 (아버지) 부시 진영을 향해 날린 선거용 캐치 프레이즈(It's the economy, stupid)를 패러디한 것이다. 수치 마케팅 좀 그만하고 화질로 눈을 좀 돌리자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제조사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 소비자들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그렇다 문제는 스펙상의 수치가 아니다. 실제 우리 눈으로 볼 때의 화질 차이가 중요한 것이지 명암비가 1만대 1이면 어떻고, 100만대 1이면 어떤가? 표현색상수란 것도 이미 억과 조를 넘어 '경'에 이를 정도로 수치 전쟁이 심했다. 이거 뭐 국민들들 숫자 단위 까먹을까봐 산수 공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이제 좀 수치 말고 '화질'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들이 좀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는 정신 차리고 글 좀 읽어 주시면 좋겠다.
일단 기본 상식 하나를 외우자. CRT와 PDP는 장면의 밝기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밝기도 따라서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PDP가 심한데, 그 이유는 소비전력을 낮추고 화소가 눌러 붙는 것을 막기 위해 APC(Automatic Power Control) 기능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PDP-TV는 아래의 첫번째 장면에서와 같은 어두운 장면에서는 명암대비가 매우 좋아 지지만, 아래의 두번재 사진과 같은 밝은 장면에서는 명암대비가 대폭 낮아지고 백색이 회색같이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장면별 밝기에 따라 휘도가 달라지는 PDP의 다이나믹한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패턴들을 계측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배경색의 밝기에 따라 White와 Black의 휘도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계측해 보면 실제 영상을 볼 때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 명암비와 최소 명암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명암대비를 Scene Contrast라고 부른다. 한 장면에서의 명암대비가 강할 수록, 그리고 계조 구분이 명확할 수록 실제 눈으로 느끼는 명암대비도 강하게 나타난다.
다음의 그래프는 먼저 삼성 깐느와 엘지 토파즈의 (배경 밝기에 따른) 중앙부 백색 휘도의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둘 다 선명한 화면 모드에서 테스트한 것인데 다른 영상 모드에서도 휘도 수치만 달라질 뿐 경향 자체는 비슷하다. 엘지 Topaz는 배경이 어두울 때의 백색 휘도는 삼성보다 높은데 배경이 밝아질 수록 휘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져 아주 밝은 장면에서는 오히려 삼성 Cannes보다 휘도가 낮아진다.
이번에는 주변색의 밝기가 흑색 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자. 기본적으로 엘지 Topaz는 흑색의 휘도가 삼성 Cannes보다 약 2배 이상 높은데, 더욱 중요한 것은 배경색이 밝아지더라도 삼성 Cannes의 흑색 휘도는 별로 높아지지 않는데 비해 엘지 Topaz의 흑색 휘도는 많이 올라 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삼성 Cannes는 장면의 밝기에 상관없이 흑색 휘도는 0.02 ~ 0.06 사이를 유지하지만, 엘지 Topaz는 장면에 따라 0.08 ~ 0.14의 꽤 높은 휘도의 흑색이 된다는 것이다.
장면에 따른 흑색과 백색 휘도의 변화 폭을 알게 되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최대와 최소 명암비를 산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 Cannes의 경우 장면의 밝기에 따라 약 1500 ~ 6000 : 1의 명암비가 구현되지만, 엘지 Topaz의 경우 약 500 ~ 3000 : 1의 명암비가 구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 2 ~ 3배의 명암비 차이이다. 3만대 1과 100만대 1의 명암비 차이는 33배이지만 실제 화면에서 나올 수 있는 명암비 차이는 2~3배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앞서 여러 차례 설명드렸다시피 명암비의 수치가 곧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특성은 아니다. 명암비가 2~3배 차이난다고 해서 2~3배 더 선명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밝기를 가진 색을 우리 눈이 동시에 볼 때 구별할 수 있는 명암비는 100 : 1, 즉 1%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어두운 장면이 나올 때에 블랙이 얼마나 깊게 보이는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휘도에 대한 우리 눈의 반응은 대략 로그함수적 특성과 비슷하다. 따라서 삼성 Cannes가 엘지 Topaz에 비해 2~3배 선명하다기 보다는, 아래의 그래프에서와 같이 시감적으로는 약 10% 내외의 차이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도 암실 기준이므로 명실에서는 더 떨어질 것이다. 필자가 리뷰 2부에서 3 ~ 7% 정도 더 낫다고 한 표현이 이렇게 수치적으로 대략 뒷받침이 되는 것이다.
앞서도 설명 드렸지만 삼성 깐느 A450의 무한대 1 명암비는 Cell Light Control이란 기술을 통해 픽셀을 완전히 꺼 버린 덕분이다. 문제는 무한대의 명암비는 완전히 특수한 상황에서만 구현되기 때문에 실제 화질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앞서 벤치마킹 2부에서 사진을 통해 명암비 차이를 증명해 드렸고, 이번 기사에서는 계측결과를 통해 다시 비교 분석해 드렸다. Cell Light Control 기술이 A450의 계조표현력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LG전자 측의 주장은 근거없는 비난이라 생각된다. 그냥 3만대 1과 100만대 1의 명암비 차이가 실제 육안으로는 별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 LG Topaz vs Samsung Cannes, 'FPD Benchmarking' (Blu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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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중립적인 백색이 중요!
아래의 그래프에서 색온도가 표시된 회색 실선은 주광 궤적(Daylight Locus)를 뜻한다. 원래 색온도라는 것은 빛을 모두 흡수하고 반사는 하지 않는 이상적인 흑체를 기준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 이 주광궤적보다 약간 아래를 지나가는 흑체궤적(Black Body Locus)가 기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보는 태양빛은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산란되고 특히 구름에 의해 투과되면서 색이 약간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사물을 원래의 태양광이 아닌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약간 달라진 태양광을 통해 보기 때문에 주광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현재 모니터나 TV 방송의 백색 표준으로 사용되는 D65도 Daylight 6500K라는 뜻이다.
색온도는 색감 차이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색온도가 낮거나 높은 것 보다는 주광 궤적에 얼마나 잘 근접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도 많다. 주광궤적 위로 올라가면 (같은 색온도라 할 지라도) 녹색 톤이 섞여 누르스름해 지고, 아래로 가면 마젠타 톤이 섞여 불그스름한 기운을 띄기 때문이다. 삼성 TV들은 대부분 이 주광궤적에 잘 맞춰져 나오는데, LG 제품들은 주광궤적은 물론이고 흑체궤적보다도 아래로 내려가 마젠타 톤이 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색온도만 보고 delta uv는 안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홍조를 띄우기 위해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광궤적에서 멀어질 수록 중립적(neutral)인 색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반 소비자들은 거의 대부분 (여러 대의 TV를 나란히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1대의 TV만 보기 때문에 색온도의 차이에 그다지 민감하지 못하다. 따라서 (백색의) 색온도가 정확하게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색 계조들간의 색온도가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좋은 영상을 재현하는데 더욱 중요하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이듯 삼성 Cannes A450에 비해, 엘지 Topaz는 계조별 색온도가 들쭉날쭉하여 일관된 색감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색재현 범위... 색재현율보다 색 균형이 더 중요!
다음의 그래프는 삼성 Cannes A450과 엘지 Topaz의 3원색을 비교한 것이다. CIE xy 색도도상에서 구하는 색재현율의 경우 Topaz가 약 90%로 삼성 Cannes의 약 75%에 비해 좀더 넓다. 하지만 컬러의 밸런스 면에서는 두 제품 다 표준(ITU-R BT.709)에 비해서는 균형이 깨진다. Topaz의 경우 Red와 Green이 오버되고, Cannes의 경우 Blue가 오버된다. 바다색이나 (빨간) 사과의 색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는 점을 여기서부터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3원색(RGB)와 2차색(CMY)만 잘 맞는다고 좋은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백색의 색온도 뿐아니라 회색 계조들의 일관된 색온도가 중요하듯이, 3원색과 2차색도 계조별 일관성이 중요하다. 아래의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엘지 Topaz의 경우 2차색들의 계조별 색좌표가 꽤 많이 요동치고 있다. 예를 들어, Cyan의 경우 Peak Cyan에 비해 중간 Cyan들은 좀더 Green쪽으로 올라가 있다. Topaz로 보는 바다색이 에머랄드빛이 도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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