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충격적이다.
아니 충격이다. 나의 느낌을 바로 말한 "충격적"에서 적(的)도 중국글자의 뼈대를 이룬다고 쓰지 말라고 한다.
그냥 충격이라고 해도 의미전달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니 뜻 전달이 충분하다.
지금까지 내가 쓴 말과 글에, 그것도 가끔씩 유식한 말이라고 쓴 것들이 전부 중국어 아니면, 일본에서 넘어온 말들이었다는 점에서 얼굴이 붉어졌다.
유시민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예전에 읽은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개정판 머릿말에서 소개한 책이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이다.
유시민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바탕으로 개정판에서는 최대한 우리글을 이용하여 썼다고 했다.
나도 참 재미있게 읽은 책중에 하나였다.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1"을 읽고 난 후 나의 느낌이란,
비록 글로써 말로써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과의 메일이나 나눈 말 속에 수많은 중국어, 일본어, 외국어, 그리고 중국, 일본, 외국의 문법들이 들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이 모르고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쓰던 말과 글이 그대로 한문독음으로 우리들이 지금까지 쓰는 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과거 청산을 입으로 외치는 동안 조금만 힘썼으면 바꿀 수 있던 이런 우리말과 글을 되찾는 것 조차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들이 원망스럽다.
그나마 이오덕 선생님같은 분들이 힘겹게 노력하셨음에 뒤늦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뒤늦게'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오덕 선생님은 이미 2003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글은 말을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부호로 만들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잘 쓴 글은 말에 가장 가깝게 쓴 글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말과 글은 항상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마 글을 배운 그 시점부터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이젠 말을 하기 전에 먼저 글을 써놓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방송인데, 그러다보니 우리가 쓰는 말속에 글말이 섞여나오면서 더욱 어지러워지게 된다고 한다.
그런 글말의 특징을 보면, 중국어, 일본에서 사용한 중국어의 독음, 외국에서 들어온 문법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것들을 나눠 설명하고 있다.
먼저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 알기 힘든 중국어를 사용하는 예를 들도 있다.
미(美), 음(音), 운무, 마모, 미소, 무산, 의아, 후회, 이견, 초로, 필히, 발발과 같은 말들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많이 사용한 중국어지만,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이것도 바꿔서 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또 앞서 이야기했듯이 글말에서 쓰는 조우, 해후, 향후, 지속, 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차, 배제, 차치와 같은 말은 모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주로 신문에서 많은 예를 들었는데, 너무 많은 예로 쓰지 말아야 단어들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니 이 단어도 쓰면 안되다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중국글자말투도 가능하면 쓰지말라고 한다.
~적(的), ~화(化), ~성(性), ~하(下), ~감(感), ~시(視), ~상(上), ~리(裡)들이 그런 말들이다.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본말이다. ~진다. 된다. 되어진다. 불린다. ~에 있어서, ~의, ~와의, ~과의, ~에의, ~로의, ~에서의, ~로서의, ~로부터의, ~에로의, ~에게서, 보다(더욱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 ~에 다름아니다, 의하여, 속속, 지분, 애매하다, 수순, 신병, 인도, 입장, 미소, 그녀..
이 많은 말들이 전부 일제시대때 지식들이 사용한 일본말을 번역하면서 그대로 우리말로 스며든 것이다.
일제시대 이전에는 이런 말들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몰랐다고 해도 이제는 사용하지 말아야겠다고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적는 동안에도 이오덕선생님이 쓰지 말라는 말들을 계속 쓰고 있다.
한번에 고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줄이도록 노력해야겠다.
해방 이후 우리말을 위협하는 또 하나, 서양말이다.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서양에서 건너온 문법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한다. "~었었다"가 그것이다. 사실 나도 "었었다"를 아무 생각없이 썼는데, 우리말에 없는 문법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외래어를 그냥 사용안하고, 가능하면 우리말로 변환해서 사용하는 북한이 더 우리말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노력을 해야하는데 변화는 없는가보다.
이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신문이나 방송은 변한게 없다. 그들은 이오덕 선생이 이런 노력을 한낱 투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실제로 이오덕 선생에 대해서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말의 민주화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벼슬아치들의 권위적인 말들이 사라져야 하며, 일제와 군대식 말이 사라져야 한다. 우리말로 되어 있던 동네 이름들이 일제시대 일본이 통치하기 쉬우라고 한문으로 바꿨다고 한다. 해방이 되면 다시 우리말로 되찾았어야 하는 마을 이름들이 지금은 대부분이 한자어로 되어 있다는 점이 또한 안타깝다. 이오덕 선생님은 그나마 서울이 중국말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신다.
말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방송이 가장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앞서 적어놓았다.
방송을 통해 그나마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있던 농민들의 말도 '유식한' 중국말과 일본말들이 스며들었다고 한다.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 글을 살려야 말이 산다.
* 모든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
* 문필인은 삶에서 떠나지 말아야 한다. 즉, 삶의 글을 써야 한다는 소리다.
* 더구나 농민들의 말을 소중히 여기고, 농민들의 말이 글로 쓰일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어린이들에게 우리말 우리글을 바로 가르쳐야 한다.
책을 읽고, 주위 사람들이 쓰는 말과 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말 이오덕선생님이 알려준 잘못된 말들을 많이 쓴다.
나부터 메일을 쓸때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조심해야겠다.
이오덕 선생이 돌아가신 지금, 이런 분이 많이 계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