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토왕성 폭포 등반기
♣산행일시 : 2009년 1월 24일
♣산 행 지 : 설악산 토왕성 폭포 전구간
♣등 반 자: 김영화(리딩),박성환(세컨),곽성길(라스트)
♣등 반 방 식: 알파인 스타일
♣날 씨 : 강릉 기준 영하 20도의 기온에 강풍과 때때로 돌풍이 붐.
♣장 비 : 공동:100자 2동,스크류 12개,퀵드로 20개, 슬링 다수
개인:바일 2,크렘폰,비너 다수
2009년 1월 23일 저녁 9:00 부산 출발
오전: 6:00 설악동에서 토왕폭 어프러치 진입
오전: 7:30 장비착용후 등반 시작
오전: 9:30 전원 하단 등반 완료!
오전: 10:00 중단 설원지대 휴식
오전: 10:20 상단 스타트 지점 도착
오전 10:30 상단 등반 시작
오전 11:00 리딩 동대 테라스 도착
오전 11:20 리딩 피치 확보 및 빌레이 완료 세컨 출발
오후 1:00 라스트 동대 테라스 도착
오후 1:10 리딩 동대 테라스 출발!
오후 2:30 라스트 정상 도착 전원 등반 완료...!
오후 3:30 상단 하강 완료
오후 4:30 하단 하강 완료
오후 6:00 토왕폭 어프러치 하산 설악동 도착
토왕성 폭포
동양 최대의 빙폭, 설악동에서 비룡폭포를 지나 위치하고 있으며 하단 80미터 중단 110미터 상단 130미터 총 320미터로 형성되어 있으며 하단 우측의 결빙 상태는 오버행과 직벽이며 좌측은 70~80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다.
중단은 30~40도의 경사면 이며 눈이 쌓이면 걸어서 진행을 하지만 눈이 없을 경우 자일 확보를 하고 오르는게 안전하다.
상단, 100미터 정도가 80도 정도이며 나머지 30미터는 70~80도 정도이다.
프롤로그(prologue)
설악산 소공원의 을씨년스런 바람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한다. 눈이 온지 좀 되었는지 곳곳이 빙판이 형성되어 있고 눈이 쌓여 있는 곳은 녹았다 얼었다는 반복해서인지 단단하게 크러스트 되어 있다렌턴 불빛에 의지해 산행해 보기도 참 오랜만이다 아직 어둠에 휩싸인 설악의 풍경이 중압감으로 다가온다.말없이 걷는 걸음이 잘 띄어지지 않는다 지역적인 특성상 거리의 제약으로 인해 한번 오기 힘든 설악이라서 그런지 자의든 타의든 한번 오게 되면 전장으로 떠나는 전사의 기분을 가지게 만드는 것 같다.작년 여름에 적벽등반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다 20대때의 젊은 혈기로도 오르기 힘든 곳을 한해에 다 해치워 버리게 되는건가... 사람의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다 순간 얼굴에 알듯말듯한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1월 19일
정적만이 감도는 궁싯스런 작은 방에 때아닌 벨이 울린다 시계를 보니 밤 11경이 쉰저녁에 왠 전화지 하면서 살포시 착신 버튼을 눌린다 "성길씨 자다 일어났습니까?"허걱 센터장님이시다 이 밤에 왠일로?"아니요 그냥 있었습니다""성길씨 주말에 무슨 일 있어요?"주말이라? 그러고 보니 아까 한 8시경 후배녀석들한테 전화가 왔었다.
밀양의 모M 대학 산악부 출신인 나는 올해 내려오는 수순으로 산악부 OB 회장을 코낌으로 역임하게 되어 버리는 바람에
동아리 활성화 차원에서 나의 등반사진을 스크랩해서 카페에다가 올리곤 하였다.물론 의도는 그러한 사진들을 보고 후배녀석들의 꺼져가는 등반열정을 다시금 되살려 보리라는 취지였었는데 뭐 그게 어디 빗나가겠는가한때 설악산에서 한달 30일을 눈밭에서 구르고 다니던 놈들이라 사진만으로 자극을 받을께 뻔하였다.전화의 내용인 즉슨 청송과 영동의 인공빙폭 등반 사진에 혹해서 같이 날잡아서 함께 등반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였다 물론 날짜는 이번주말...
그래도 센터장님의 뉘앙스가 참 무언가 있음직한 말이라"아니요 주말에 별다른 일은 아직 없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성길씨...토왕가자..."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5년간의 공백이였다 29살에 취업이란걸 한 이후로 등반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으니...일본에간 동기가 여름에 귀국하기 전까지는 등반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질 못했는데 그 동기놈이 불쑥 한국으로 귀국을 하였다.어렵게 취직한 일본의 IT쪽 회사를 때려치고 (정말 자의로 때려치고 왔단다 ㅡㅡ;;) 머리 식히러 필리핀 여행을 간단다원래 이놈이 방랑벽이 심한 놈인데 왠일로 일본에 오래 있는다 했다 그렇게 필리핀 가기전 한달간을 한국에 머물면서 할꺼 없다고 이리저리 등반이나 다니자고 하지 않는가 물론 나는 전혀 튜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그놈은 일본에서 실내암장을 2년정도 꾸준히 다녀서 튜닝이 되 있을데로 되어 있는 상태였고...암튼 그렇게 김해 시민공원 외벽,동래외벽,대륙암,신반 병풍암,밀양 부엉새바위 등등 줄만 잡아달라는 친구말에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고 8월에는 적벽등반이라는 내 등반인생의 숙원을 성취하게 되었다그러나 그렇게 다니면서 나의 저질체력과 뱃살리즘의 심각성을 심히 겪고 나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되었다그때 희규라는 후배놈이 사직동에 참 좋은 실내암장을 발견했다고 들떠 소식을 전하였고 실내암장 순례를 즐기는 친구따라 한번 찾아가 보게 되었다그렇게 인연이 되어 한 6개월 정도 지금까지 튜닝을 좀 하고 있던 상태였던 나였다
"네 저는 무조건 좋습니다""그래 그러면 내가 등반허가서 신청할테니까 나중에 또 연락할께요""넵~~~"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대답만 열심히 할 뿐
사실 대학산악부의 특성상 바위등반은 놀러 다닌다는 느낌이 강하다릿지라든지 그레이드 낮은 페이스 등반이라든지 밑에서 먹거리 펼쳐놓고 먹어가며 놀아가며 씨부리제이션 로타리 돌리기도 하믄스근데 빙벽등반은 설악에서 한달 30일의 고행과도 같은 생활이 있어서 일까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동경이 있는것 같다 그곳이 토왕이든 어디든 그저 얼음을 한다는 자체로 희열감을 같게 만드는 무엇이...그런 특성이 있어서 일까 내 밑에 후배녀석들도 얼음등반은 꾸준히 하길 좋아하고 지금도 자기의 모자람을 알고 운동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고들 한다
청송에 등반을 갔다가 후배녀석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역시 내가 등반을 그만둔 기간에 부쩍 자라 있었다 서로 리딩하기를 원하고 낙수가 흐르던 어쨌든 우선 올라갈려는 무모함...그리고 듬직함 물론 자만심도 엿보이고...거기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올해 토왕을 갈꺼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녀석들도 상단까지는 안해봤을텐데 소원풀이 할려는 모양이였다
대학산악부 특성상 후배들의 IC교육으로 토왕등반은 언제나 물건너 저편의 이야기처럼 되어 버릴때가 많았다연맹일정과 단대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정작 하고싶은 등반을 못하고 그해를 넘기고 마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으니까녀석들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개인적인 등반을 즐길때가 되어서 이제 하고 싶은 등반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솔직히 나도 그때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말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 자존심인가 선배로서 귀감이 되고싶지 짐이 되기 싫었는지고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이루어진 토왕폭 등반이였다 처음에는 몇명 속닥하이 갔다 올 모양새였는데 센터장님의 아량은 항상 그 위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그래도 토폭 등반은 3명이 최대 인원이였고 다른 분들은 워킹으로 아쉬움을 달랠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단체생활이란게 희생과,봉사와,배려와,아량...똘레랑스?...관용심이 없다면 삐걱거릴수 밖에 없기에 모두다 이해하고 수용하고 성원을 보내주신다이자릴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월 23일
크렘폰에 안티스노우봇을 붙인다고 낑낑거리고 있다 토왕폭 중단 설원지대에 눈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쓸일이 없는 고무판대기를 크렘폰 바닥에 부착시키는 중이다생각보다 장착이 잘 되지 않는다 뭐든 손에 익지 않으면 어색한 법인가 그러고 보니 바일을 잡아 본지도 꽤 오래전 일이군센터장님의 전화로 스크류와 퀵드로도 챙긴다 토왕 등반하고 다음날 용대리 매바위 인공빙폭이나 장수대 실폭을 등반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비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신다이놈들은 예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입을 한 것들인데 이번에 한번 써먹게 되나보나 쉬운루트로 선등의 묘미를 만끽해 볼까 싶다
동기와의 약속, 5년후에 맥킨리 원정 함 가자는 약속, 지금은 5년이 훨씬 넘어 버렸다 그때는 생각만으로 이뤄질 줄 알았는데 세상사는게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는 모양이다일본 간 동기 놈은 가셔브롬 4봉 등반, 초오유 등정 그외 유럽 알프스도 제집 드나들듯 들락날락 하던 놈이였다어느날 일본으로 간덴다 히말라야에 푹 빠져있던 놈이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일본으로 간덴다 어학연수 코스 1년 그후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그런다그런데 한국에 있기 싫단다 그냥 싫단다 그 무렵 동기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했던건 히말라야가 그의 삶을 마구 지배하던 시기였던것 같다여기저기 원정의 유혹은 산재해 있었다 k2를 가니 다울라기리를 가니 또 어떠한 원정을 준비하니 너도 같이...
산만 바라보고 살수는 없었을꺼다 현실은 현실이니 일본에 친누나가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그는 미련없이 한국을 떴다무수한 원정의 유혹을 뿌리치고 저기 저 멀리 히말라야의 여신이 웃고 있었는데도...그가 한국을 떠나던날 속으로 많이 울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그토록 곁에 있을때는 아웅다웅 잘도 싸웠는데 왜그리 보내기 싫던지물론 그당시에 나도 취업문제로 심약해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한 형제같던 놈을 보내야 했기에 더 마음이 아팠는지도...
그 후로 자일을 매지 않았다 마지막 동계훈련으로 설악을 가서 후배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본 후로 자일을 매지 못했었다동기 녀석이 없으니 자일을 매지 못하겠더라... 왜일까 나도 의문이다그때는 등반에 대한 욕심도 많았는데 후배들과 마음편히 등반을 지속할수도 있었는데...많이 괴롭혔지 놈들 특히 호택이...그 영향일까 놈은 등반을 하지 않는다 특히 얼음을...그래도 그때 줄잡은 정식이가 요즘은 탑클라이머 소리를 듣는다...등반에 대한 열정도 있고 음...다른 놈들도 연맹의 도움으로 아마다블람도 갔다오고 지들 알아서 에베레스트도 갔다오고 그 뒤로 동아리가 좀 컸다다들 혼자서 지 알아서 큰줄 알겠지만...
저녁 9시에 사직동 클라이밍 센터에 모여서 출발이다 가는길에 울산 미희누님을 픽업한다 50이 넘은 나이에 등반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나도 50이 넘어서 그런 열정이 남아 있을까? 대학산악부의 치명적인 단점이 조로인데...언제나 주위엔 배워야 할 사람들로 넘쳐난다선등을 해야 할 센터장님이 운전대를 잡고 계속 운전을 하신다 항상 믿음직스런 모습이지만 그래도 걱정은 된다토왕폭 등반의 긴장 탓인지 약한 목감기 기운으로 목소리가 잠겨 계신다 그래도 내색 않고 파워풀한 드라이빙이 계속된다언양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군위 휴게소로 푹 자고 일어났더니 치악 휴게소다 여기서 운전교대센터장님 교대하셔도 잠은 주무실까?홍천ic에서 내려서 주유 한번하고 한계삼거리 지나 미시령 터널 지나서 드디어 설악의 품으로 들어간다등반전에 속초 시내로 가서 배를 채우자고 하신다 쪼매 유명한 청진동 해장국집을 찾아서 뼈다구로 배를 채우고 설악동으로 고고싱~~~
1월 24일
설악동 주차장에서 짐을 꾸린다 영하 20도의 추위 체감기온 영하 30도 그래도 반가운 추위다 얼마만의 손시려움이고 발시려움인가 어설프게 장만한 빙벽화를 신고 오버트러우져를 껴입고 등반장비를 베낭에 꾸리고 렌턴을 켜고 장갑을 다시금 메만지고 드디어 토왕골을 향해 출발이다워킹조는 바로 비선대로 가서 마등령을 올라 공룡능선을 타고 희운각을 경유해 천불동으로 하산하기로 한다바람이 심하고 기온이 엄청 낮아 걱정이다 심설산행은 처음인 분들도 계셔서 오히려 토왕등반팀보다 더 걱정이다그래도 든든한 준홍햄이 있어서 잘 리드해 가리라 생각해 본다 리더의 마음을 조금은 느끼고 오시겠지
렌턴 불빛에 의지해 3명의 용사가 나아간다 길은 눈이 녹아서 얼어붙은 빙판이 형성되어 있다 빙벽화의 비브람창은 빙판에 쥐약이다 한번씩 미끄럼을 탄다 스텐딩 글리세이딩 ㅎ 올만에 느껴보는 감촉 그러나 낯설지 않다 빙판에서는 보폭을 작게해서 아장아장 걷는게 제일이다아장아장...허벅지 안쪽이 금새 뻐근해진다 이것도 올만에 느껴보는 감각 새롭지만 유쾌한 기분매표소에서 등반신고서 받을때 우리보다 4팀이 먼저 올라갔다고 그런다 오늘 등반의 가장 큰 변수가 아닐까 싶다토왕골 입구의 아롱이네집에 도착하니 한 8명 정도의 토폭 등반팀의 렌턴 불빛이 어지럽다 빙판때문에 아이젠을 차고 계신다그분들을 지나서 (나중에 보니 하드락 클라이밍 센터팀? 인듯)본격적인 토왕골 어프로치가 시작된다평소에 하체 트레이닝을 하지 않아서 어프로치가 곤욕이다 땀이 샘솟는다 마스크를 벗고 비니를 벗고 센터장님의 뒷꽁무니를 부지런히 쫒아간다눈이 녹아서 얼어붙은 빙판이 많아서 걸음이 순조롭지 못하다 시쳇말로 짜증만땅이다가는길에 계곡에서 한번 쉰다 보온병의 꿀모과차를 꺼내 입속에 넣는다 찐한 꿀맛이 끝내준다센터장님은 땀이 별로 안나시는지 걸으니까 좀 덥네 라고 그러니 옆에 성환이는 팬티까지 촉촉하게 다 젖었단다...역시 다한증 환자 ㅎ한잔의 꿀차에 힘을내서 부지런히 걷고 또 걷는다 어둠속에 렌턴 불빛에 의지해 걸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좀 긴듯한 기분이다
드디어 토왕 하단 크렘폰 착용하는 곳에 도착이다 주위는 전형적인 V자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1998년 눈사태 사고가 났었던 그곳...그때 우리학교는 저항령 계곡을 러셀하면서 치고 올라가다가 눈발이 점점 심해져서 중도에 베이스로 복귀하고설악동 C지구 야영장에서 복귀하지 못한 창원대와 경남대 텐트의 눈을 치우며 야영장에 스텐바이...가계앞 드럼통에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밤새 잠못 이루다 어수선 해지는 소식으로 선배들이 토왕골에 구조를 도우러 가던 기억들...그 후로 토왕성 폭포는 더욱 경외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몇년만에 하단을 직접 보는가 예전에 보았던 풍성하고 넓다란 얼음은 아직 형성되지 못했고 주로 어렵기로 소문난 오른쪽이 오히려 쉽게 결빙되어하단을 등반중인 팀들이 거진 하단 오른쪽에 붙어서 등반중이다어설픈 빙벽화의 끈을 바짝 조여서 그런지 왼쪽발에 혈액순환이 안되 동상증상이 온다 이럴땐 발을 주무르는게 최선책인데센터장님은 다른팀들의 등반에 등반의욕이 고조되셨는지 서두르는 기색이다 일단 세컨을 내가 잡아야 되었는데 발 때문에 성환이가 줄을 잡는다미안하고 고맙다 팀원의 상태를 금방금방 눈치채시는 센터장님의 배려로 일단 발을 마음껏 주무른다 이제야 좀 살것 같다
토왕 하단의 얼음의 형상이 볼록렌즈처럼 배불뚝이 같이 형성되어 있다 하단 2/3 지점까지는 꽤 까다로운 등반이 될것 같다토왕 얼음의 특징이 눈으로 볼때와 막상 붙어서 등반할때의 난이도가 심하게 차이가 나는데 토왕골의 특성상 검은 바위와 흰 얼음의 착시현상 때문이지 않나 싶다 등반길이 긴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보통 실력의 100%를 발휘해 등반한다면 금새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다하단을 등반하면서 체력안배에 실패해서 다음 중,상단 등반에서 고생을 많이 하였다
리딩 하단 등반완료 성환이가 출발한다 몸풀기 등반이 젤 어려운 하단부터 시작하니 바일 잡은 손이 금새 시렵고 체력도 금새 소모되는것 같다공포의 스크류 회수를 하면서 성환이가 바일을 들고 흔든다 난 이때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는다고 하단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회수를 위해 바일 박고 탯줄을 걸었는데 바일이 통째로 얼음에서 빠져 버려서 한 3M 정도 텐션을 먹었다고 그런다 그래서 바일 한자루 만으로 추락한 거리를 올라갔는데 생쇼를 한 모양이다 그래서 밑에 있는 나를 보고 바일 하나밖에 없다고 재스쳐를 취한 거였는데 난 것도 모르고 토왕폭 등반 소원풀이 하는게 기분이 좋아서 바일을 흔드는줄 알고 사진을 냅다 찍어 줬더랬다 ㅡㅡ;; 이건 뭐 이런 몸개그는 첨이다
성환이 하단 등반 완료... 생각보다 시간이 좀 지체되는 상태로 조급한 마음에 하단 얼음에 붙자마자 후드득 올라갔는데 이게 토폭 등반의 미경험이 빚어낸 최대의 실수였던 것 같다상단등반을 위한 체력안배를 했었야 하는데 라스트라고 힘 100%쓰면서 올랐으니 하단 완료지점에 오르자마자 퍽 퍼져버리는 저질체력을 경험하고야 말았다하단의 얼음상태는 하단 중간쯤에서 약간 왼쪽으로 등반을 하였는데 앞서 올라간 팀이 없어서 거의 스윙을 하면서 올라야 했기에 체력(지구력)이 많이 소모되었고 경사도 막상 붙어보니2/3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거의 90도를 넘어 오버를 형성하고 있었다 등반은 언제나 최선이 안전이다 자기의 등반실력을 떠나 언제든 자기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난 내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던 것 같다만약에 내가 선등으로 올라간다면 최대한 쉬운 오른쪽으로 붙어서 체력안배에 신경을 쓰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등반을 해야 할것 같다 물론 토왕의 얼음상태는 시기에 따라 항상 변하니 그점도 염두에 두어야겠고
중단에 도착하여 휴식이다 아니 퍼질러 앉을 수 밖에 없다 다리도 풀려버렸다 오버 구간을 N바디로 계속 올라서 급체력 저하가 왔다 올라오니 성환이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퍼질러 앉아있다 그래도 얼굴은 서글서글한 웃음이 가득하다 벌벌 떨면서...성환이의 함박웃음을 보니 나도 어느정도 마음이 안정이 된다 둘다 바보같다 저질체력...여기서 체력보강을 위한 간식타임을 가진다 어택에 넣어온 조그마한 보온병을 꺼낸다 모두 꿀모과차 한잔을 들이킨다 몸속에 흡수되어 고갈된 체력을 회복시켜 주었으면 좋으련만평소에 잘 먹지 않는 건포도를 입안에 한웅큼 집어 넣는다 몸에 바로 흡수되는 느낌... 강하게 달아서 먹기 거북스런 느낌이 없다그냥 좋다 꾸역꾸역 입으로 넣는다 초코파이도 하나 집어 넣는다 입이 건조해서 별루다 육포도 꺼내서 준다 턱이 아파서 도저히 육포 먹을 힘이 없다그냥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중단 설원지대를 오를려는 찰나 무전기를 떨어뜨린다 저 멀리 퐁퐁퐁 튕기면서 추락한다 속도가 붙으면 하단 밑으로 떨어질 기세다어어~~ 그러는데 다행이 경사가 완만해지는 곳에 멈춘다 밑에 있는 설팀중 한분이 눈에 포켓을 만들어 넣어주신다 너무 감사하다저질체력으로 다시 밑으로 내려가서 무전기를 가져온다 벌써 숨이 턱밑까지 찬다 체력고갈 아 미치겠다~~~
중단 설원지대를 돌파하고 상단 스타트 지점으로 올라온다 매고 온 자일이 너무 무겁다 온몸이 짜부라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올라야지 토왕인데...토왕인데...상단 스타트 지점으로 센터장님과 성환이가 올라간다 난 밑 설원지대 꼭대기에서 잠시 대기 밑에서 센터장님 등반 모습을 지켜본다첫 스크류를 박고 조금 오르시더니 오른쪽 노믹 바일을 한 10번 넘게 치신다 저쪽 얼음이 좀 부실허나 그 뒤로도 두세번 정도 10번 넘게 치는게 목격된다그때 떠오르는 기억...
토왕을 오르고파 너무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하셨던 선배님이 불쑥 떠오른다나보다 3기수 높은 분인데 우리 동아리를 궤도에 올리셨던 중추적인 역활을 하신 선배님토왕을 오르고 싶어 그분 사부님을(이 사부님이 가셔브롬 4봉 정상을 오르신 경남에선 좀 유명하신분) 무쟈게 괴롭혔던... 그래서 끝내 소원을 이루신 나에겐 언제나 면대하기 어렵던 선배님그분이 토왕을 사부님과 함께 가서 하단은 사부님이 선등으로 오르시고 상단은 선배님이 선등으로 오르셨는데술자리에서 토왕 얼음을 이야기 하실때 항상 하시던 말씀 "강빙","바일이 안박히고 팅긴다"뭐 이런 이야기를 곧잘 하셨다저 광경은 그걸 말하는건가? 일단 붙어보면 알겠지...
동대 테라스까지 다른팀을 추월해서 1등으로 안착~!!!그 담에 성환이가 오른다 무전기로 회수라고 말해달란다 바짝텐션이라 몸이 땡겨서 회수하는게 곤욕이라고...한 두세번 회수라고 이야기 해준다 뭐 등반이란게 그 상황에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될게 너무 많기에 좋은 경험일꺼라고 생각한다그리곤 나의 차례다 상단 스타트 지점에 확보한 스크류가 얼음표면을 흐르는 물로 완전히 얼어붙어 덮혀 있었다안그래도 힘이 없는데 바일을 꺼내 스크류가 보일때까지 얼음을 깎는다 좀 성가시다 그래도 회수를 해야지...
드디어 상단 얼음에 바일을 찍는다 이번엔 체력안배를 해가면서 올라가야겠다 손으로 땡기기보단 발을 써서 밀고 올라가야지 사다리를 탄다고 생각하자,계단을 올라간다고 생각하자 스텝바이스텝 한걸음씩 한걸음씩센터장님이 오른쪽 다른팀을 추월하느라 왼쪽으로 루트를 잡았는데 여기가 그 유명한 토왕 낙수구간이다토왕사진을 보면 우리팀은 죄다 온몸에 얼음샤워를 했는데 그에 반해 오른쪽으로 오른 팀들은 옷이 어찌그리 말짱한지 깨끗하다 부럽다...그리고 그 말로만 듣던 "강빙"이다 한 두세번 칠때는 의례히 팅기는거거니 했는데 피크가 다 박히도록 계속 치는데도 팅~팅~ 거리며 튕긴다쇠에다가 바일질을 하는 느낌이다 한쪽팔로 의지한체바일이 팅기니 급속도로 팔에 펌핑이 찾아온다이두박근이 이렇게 펌핑이 오는 건 첨이다 전완근 펌핑이면 이해를 할련만 이두박근 펌핑이라니...안박히니 쪼아놓은 구멍에 걸고 오르는수 밖에 천만다행으로 내 허리춤은 바짝텐션으로 믿음이 확실하다낙수구간이라 오버재킷과 오버트러우져로 무장을 해서 별일 없을줄 알았건만안경을 간과했다 성환이가 렌즈를 누누히 강조를 했는데 아직 이렇게 낙수를 맞으며 등반한 적이 없어서 렌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추운 날씨고 물이 안경렌즈에 닿자마자 코팅이 된다 시야가 확보가 안되니 등반속도가 느리다 사고의 속도도 느리다 생각을 해야되는데 오르는 짓에만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있다너무 시야가 흐리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차 안경을 벗으면 좀 잘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얼핏든다안경을 벗으니 훨씬 잘 보인다 아이러니다 ㅋㅋㅋ
동대 테라스에 도착하니 오른쪽에 두팀 젤 왼쪽에 우리팀 이렇게 3팀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우리팀은 라스트까지 다 올라온 상태고 옆 2팀은 이제 세컨이 올라온 상태다 상단 꼭데기는 우리가 먼저 올라갈 것 같다우리의 센터장님 또 서둘러 올라가신다 빙벽의 신이다 어디서 얼핏보니 빙벽의 신 줄여서 "빙신"이라 카든데빙신 센터장님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 믿음직스럽다 조금만 있으면 정상이다 내마음은 벌써 환호를 부르고 있다 "이얏호~~~"
"등반완료~!!!"드디어 정상을 내어준 토왕폭토왕폭 신령께 거듭 감사의 싸인을 보낸다 오랜 숙원이 풀리는 순간이다1등으로 올라간 덕에 쉬운구간으로 자일을 설치하셔서 뒤를 따르는 우리도 즐겁다성환이가 세컨으로 올라가고 드디어 내가 오를 차례다 근데 옆팀 선등이 나보다 먼저 출발하여 줄을 깔고 있는 상황인데 등반루트가 겹쳐서 스크류 박을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상황그리고 밑에 동대 테라스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때문에 함부로 낙빙도 못시키는 상황이다일단 찍지 말고 걸고 올라가기로 한다 선등의 추락을 염두해두고 5M정도 간격을 띄어서 스크류 박을때를 기다린다 오 드디어 스크류 설치...좋아 추월이다 선등 오른쪽으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등반을 한다 찍을 수도 없어서 조금만 걸려도 당긴다물론 바짝텐션이 있기에 가능하다 옆팀 선등을 추월하고 좀 오르다 밑을 보니 한 5M 정도 차이가 벌어져있다 이제 맘 놓고 등반을 속행한다 점점 경사가 줄어든다 온몸이 희열감으로 도취된다 아직 정상은 아닌데 벌써 정상에 도달한듯 성취감이 온몸을 감싼다 저 앞에 너무나도 큰 산이 올려다 보인다 센터장님의 등이다 그 순간 그렇게 넓고 따뜻해 보일수 없다다른말이 필요하겠는가 믿음이 확 간다 그리고 너무 고맙다 센터장님 덕분에 토왕 꼭대기 구경했으요 넘 고마워요~~~
꼭대기 눈밭에 올라서 오줌을 시원하게 갈긴다 얼마나 참았는가 하하하 속이 시원하다 간식을 꺼내 소진된 체력을 보충한다 입에 넣자마자 바로 흡수 되어 버린다 신기한 체험이다체력이 고갈되어 못먹던 육포도 씹어 삼킨다 이놈도 그냥 흡수 된다 입으로 들어가는건 다 흡수된다 웃긴다 이상한 체험이다그러곤 포토타임 가져간 사진기가 추위에 동작이 안되어 나의 핸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 다들 기분이 좋다 성환이는 거대한 만세를 부른다이제 가져간 자일로 하강만 남았다 자일의 무게로 하강이 지랄 같았지만 무사히 안착 드디어 소공원으로 간다
다시 돌아본 토왕폭은 우리가 올랐든 안올랐든 그냥 그렇게 그자리에 우두커니 솟아있다지랄 맞게 올라갈때는 내인생에 다시는 토왕은 없다고 고래고래 속으로 외치며 올랐는데글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아닌가 혹시나 기회가 닿으면 또 오르게 될지 모르겠다그러나 확답은 없다 아니 인생이란 자체가 정답이 없다 그저 흘러가는데로 몸을 맡기는 수밖엔...
에필로그(epilogue)
토왕폭 등반을 가기전 "촐라체"라는 소설을 한권 읽었다 그 소설속 주인공 박상민과 하영교의 소설속 교감이 너무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서 일까이번 토왕폭 등반기가 거의 소설처럼 쓰여져 버렸다 그래도 극의 재미를 위해 간간히 웃음의 요소를 자리 잡아줬는데 미천한 글솜씨로 제대로 표현이 되었을런지는 모르겠다20살 이후로 산에 살다시피 하였다 29살까지는... 그러다 여기 패밀리 클라이밍 센터에 다니면서 센터장님의 산에 대한 애정에 푹 빠져버렸다 그냥 대단하신 분이라는 표현밖엔 떠오르는게 없다그의 고뇌를 옆에서 눈여겨 보면서 사실 한 동아리에 몸담은 나는 어떤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비춰질까 생각했다 물론 인간은 미완의 동물이라 완벽하지는 못하다나도 이런저런 결점이 많은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사실 그 사람의 순수한 열정만은 쉽게 변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된다고 생각했다지금 나의 행동들이 그러한 모습으로 비춰질지는 의문이다 이세상의 모든것들이 나의 뜻대로 돌아가지는 않을것이기 때문에...오해는 오해를 낳고...진심은 진심을 불러낸다고 생각한다어느것이든 큰 한걸음은 없다 차근차근,아장아장 걷다보면 정상이고 그 정상을 넘어서면 또 다른 정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것이다 그래도 그 작은 이룸과 그 행복으로 우리는 살아가는것 같다이 미천한 나에게 토왕성 폭포의 꼭데기를 보여주신 영화 선배님과 성환이에게 심심한 감사를 보낸다
Mariah Carey & Boyz Ⅱ M-One Sweet Day
출처: 부산패밀리클라이밍센터 원문보기 글쓴이: [곽성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