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통의 경우 사극은 1) 올바른 역사의식 2) 탄탄한 작가적 구성력 3)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 4) 배우들의 열연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KBS의 왕과 비나 명성황후같은 건 1이 전혀 없는 괴작이었고.. ( 특히 명성황후는 가히 역사왜곡과 아양의 극치) '설중매'나 'KBS의 '개국' 같은 경우는 1)은 사라졌지만 2.3.4가 승패를 가른 작품이죠
2. 임진왜란의 경우는 극히 드물게 1)~4)를 모두 다룬 작품입니다. KBS에서 만든 다큐드라마같은 희대의 졸작이 아니라 전쟁 전야의 선조 초기의 정치적 격동 ( 정여립 사건이나 당파 분쟁) , 일본내의 권력 다툼등도 세세히 다루고 있죠
3. 크게 정사적인 내용에 강항과 허균 두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축으로 해서 전개됩니다. 특히 역사에 충실하게 명나라의 조선에 대한 역학관계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단순한 '잔학행위'를 떠나서 일본 내부의 힘의 균형이나 군부와 다이묘들간의 대립을 극화 함으로서 상대적으로 객관성을 부여했죠
4. 사실상 한국 사람들이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임진왜란의 과정에 대해서 입체적인 분석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찬란한 여명에서 지나치게 보여준 '실사 다큐'적인 구성을 약간 가미한 것이 특징이죠... 시대가 너무 앞서서였지 지금에도 이런 수준의 작품은 나오기 힘들다고 봅니다. ( 제작비 문제가 아니라 노하우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자질문제입니다.)
5. 특히 볼거리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본 기술을 들여왔다고는 하나 한국 특촬사에 길히 남을 해전장면이라던가, 군중 동원 ( 물론 비슷비슷한 엑스트라가 떼거지로 나오지만) 으로 유명한 각종 전투의 재현등이 돋보였습니다.
6. 지나친 볼거리 덕분에 조총이나 화포가 현대의 소총이나 박격포력의 위력을 보여주는 엽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_-;; 뭐 그런 건 조금은 참아도 되겠죠.. 일본군의 공성무기들이나 복장, 깃발등은 대단히 잘 재현되었죠..
7. 연기자들로 보면 이 작품을 위해서 삭발까지 했던 풍신수길의 정진씨가 한명회 연기 이후의 이 작품으로 전성기를 맞았고 소서행장은 문화방송 성우분이, 가등청정은 수사반장에서 '최다 횟수로 범인으로 나온' 분이, 이순신은 김무생씨, 원균 ( 잘난체 하는 용장으로 나오지만 주색잡기를 즐기는 인간으로는 안나옴) 은 신충식, 선조는 현석, 정철은 전원일기의 동네 노인, 개시 ( 요새 박선영이 하는)는 원미경, 마귀 ( 명나라 장수)는 조춘, 강항에 임채무씨 등등이 열연을 펼치죠
8. 주목할 것은 지금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비중도 높은데.. 풍신수길의 부인은 이혜숙씨가 풍신수길이 가장 두려워하는 ( 일본사를 공부하기 전까지는 왜 그런지 몰랐음) 덕천가강 역에는 뽀빠이로 유명한 성우 고 김현직씨가 열연했습니다. ( 진짜 일본 막부 실력자 같습니다. -_-;;)
9. 어쨌든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볼수 밖에 없는 걸작이죠..
PS: 근데 일본 등장인물들중에서 '석전 삼성'이라는 사람도 있죠.. 이 사람이 누군지 이후 일본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궁금하기도 하네요
첫댓글..임진왜란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신립"장군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칠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소상히 나오는데 정말 깜짝 놀랐읍니다...최상의 방어요충지인 문경새재를 포기한 이유가 조선 관군들의 사기저하로 인한 탈영때문이더군요...싸울생각이 전혀없는 오합지졸들이 기회만 되면 탈영을 해댔기때문에
천혜의 방어요충인 문경새재를 포기하고 부하들이 도망을 못치게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는 장면에서 기가 막히더군요...그전까지 어떤 책에서도 보지못한 내용이 드라마에 나오는걸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읍니다..사극의 문제점중에 하나가 관객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 다알고있는 내용을 드라마로 만들어야하는
부담이 있는데 조선왕조 500년중 임란편은 그런의미에서 대단히 잘된 수작이었읍니다...드라마를 보고 배운게 많았으니까요...그리고 제기억으론 작가분이 후일 mbc에서 "땅"이라는 대하드라마를 집필했는데 외부압력으로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붓을 꺾었다고 알고있는데 혹시 이에대해 더알고 계시는게 있으신지?
첫댓글 ..임진왜란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신립"장군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칠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소상히 나오는데 정말 깜짝 놀랐읍니다...최상의 방어요충지인 문경새재를 포기한 이유가 조선 관군들의 사기저하로 인한 탈영때문이더군요...싸울생각이 전혀없는 오합지졸들이 기회만 되면 탈영을 해댔기때문에
천혜의 방어요충인 문경새재를 포기하고 부하들이 도망을 못치게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는 장면에서 기가 막히더군요...그전까지 어떤 책에서도 보지못한 내용이 드라마에 나오는걸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읍니다..사극의 문제점중에 하나가 관객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 다알고있는 내용을 드라마로 만들어야하는
부담이 있는데 조선왕조 500년중 임란편은 그런의미에서 대단히 잘된 수작이었읍니다...드라마를 보고 배운게 많았으니까요...그리고 제기억으론 작가분이 후일 mbc에서 "땅"이라는 대하드라마를 집필했는데 외부압력으로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붓을 꺾었다고 알고있는데 혹시 이에대해 더알고 계시는게 있으신지?
일제말에서 6.25사변과 5.16때까지를 그린 대하드라마인 "땅"도 대단히 잘된 수작이었는데 방송도중 어느날 갑자기 방송을 안하더군요...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조선왕조 500년에서 임진왜란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싶다란 생각이 듭니다. 이것 소장하고 계신 분이 계시려나? 요즘 하는 시시껄렁한 드라마 보다 이런걸 dvd로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1987년에 본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