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는 두 개의 버스터미널이 존재한다.
하나는 남부에 있는 수원터미널, 또 하나는 서부에 있는 서수원터미널이다.
수원시가 인구는 많아도 면적이 넓은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버스터미널이 두 개인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수원터미널이 생긴 원인은 이러하다.
2001년에 수원터미널이 수원역 근방에서 권선동으로 옮겨갔는데,
당시 서수원 주민들은 터미널 이전으로 엄청난 불편함을 느꼈다고 전한다.
터미널로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배 이상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수원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시에서도 불편함을 모르는 게 아니었어서,
수원터미널 이전 당시 터미널을 동서로 쪼개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동부와는 달리 서부 쪽에는 선뜻 사업에 나서려는 회사가 등장하지 않았고,
뒤늦게 신세계와의 협조로 2005년에서야 겨우 개장을 할 수 있었다.
위치의 차이 때문에 서수원터미널은 현재까지도 정체되어 있다.
그러나 호매실지구의 입주 이후 서수원 일대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분명 현재 상황은 노답이지만,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상반된 면이 공존하는 서수원터미널을 오랜만에 찾아가 보았다.

서수원터미널은 구운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수원시내 서쪽 끝부분으로 수인산업도로와 서부로가 교차하는 곳이다.
인천, 안산, 수원역으로 이어지는 수인산업도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서부로의 경우에도 성균관대역, 성균관대, 북수원IC, 권선구청, 세교신도시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이다.

도로 입지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곳이지만,
수원시내 서쪽 끝이라는 도시공학적 한계로 인하여 정작 유동인구는 많지 않다.
심지어 서수원 안에서도 이곳보다 수원역, 수원터미널로 가는게 더 편한 지역이 많다.
바로 이런 곳에 서수원터미널이 존재한다.

다행히도 서수원터미널은 이마트 건물에 임대하여 운영을 하고 있다.
이마트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사람 구경 하기 힘든 시내 외곽에 불과했을 텐데,
그나마 할인마트를 끼고 있어서 어느 정도 사람을 끌어모으기에 수월하다.

10년 전에도 이곳을 방문하여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 당시에는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간이터미널'이라는 평을 내렸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의 주체는 이마트이며, 실제 입구도 이마트 정문보다 규모가 작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 대낮에 청소부 아주머니 두 분이 문을 닦고 계신다.

터미널 정문을 지나면 나오는 모습도 영락없이 이마트와 같은 생김새이다.
터미널 간판을 보고 들어왔는데도 정작 터미널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감쪽같다.
철저히 상업성을 목적으로 지어진게 터미널 이용객 입장에서 불만일 수 있지만,
이마트 측에서 건물을 지을 때 OK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면 서수원터미널은 아직도 표류 중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터미널 1층은 이마트와 터미널의 구분이 애매하다.
분명 터미널로 들어왔는데 나도 모르게 할인매장 푸드코트에 서있을 수 있고,
쇼핑을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매표소가 보이는 낯선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위의 사진에서 뒤를 돌아보면 바로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여기가 바로 서수원터미널을 위한 공간으로 매표소와 대기실이 할인매장과 이어져 있다.
대기실이 넓어보일 수 있으나, 잡다한 시설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넓어보이는 착시효과다.
실제로는 그렇게 대기 공간이 넓지는 않다.

유독 대기공간에 비해 매표소가 길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처음 터미널을 지었을 때엔 상당히 많은 승객이 오갈 것이라 생각해서 크게 지은 걸 수도 있겠으나,
개통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표소에 사람이 꽉 찬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과연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서수원터미널 시간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공항버스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천공항행 노선의 경우 극적으로 횟수가 증가했다.
2008년 기준 하루 17회 다니던게 현재는 하루 55회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배차 간격은 약 10~20분 내외로 일반 전철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포공항행은 10년 전에는 없었으나 지금은 하루 12회 운행하고 있다.

공항버스가 상당히 늘어나는 동안 다른 노선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경상도 노선들부터 살펴보자면 진주행이 신설되었는데,
2008년 당시에도 협의 중이라고 뜰만큼 진주행 노선이 생긴지는 꽤 오래되었다.
경주-포항행은 6회로 동일하고 첫차, 막차 시간까지 같다.
그러나 북대구 5회 → 2회, 울산 5회 → 4회, 울진 2회 → 1회로 전반적으로 횟수가 줄어들었고,
진주행 외에는 신설 노선이 없어서 부산, 창원, 안동 등등 한 번에 갈 수 없는 지역이 너무나 많다.

전라도 노선의 경우에는 노선 자체는 10년 전과 그대로이다.
그러나 광주행 고속버스가 중간에 잠깐 생겼다가 사라졌으며,
운행 협의중이라던 목포, 순천행은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익산-군산행 7회 → 3회, 남원 4회 → 3회로 사실상 호남 지역은 거의 노선이 없다고 봐야할 수준이다.

강원도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10년 전에는 있었던 춘천행은 최근까지 다니다 흔적없이 사라졌으며,
오직 철원으로 가는 노선만 하루 다섯 번 운행된다.
전형적인 최전방 군인 수요로 유지되는 노선으로, 이를 제외하면 강원도 노선은 없다.

이곳은 시간표를 특이하게도 충청북도 / 충청남도로 나누었는데,
그래봤자 충청남도로 가는 노선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충북 노선은 죽산-두원공대-광혜원-이월-진천, 증평, 백운-제천 이렇게 세 개가 있다.
셋 모두 10년 전에 비해서 횟수는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대도시권으로 가는 노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노선 숫자가 많은 것은 같은 권역인 경기도 노선이다.
10년 간 부천행이 사라지고 가평, 조암행이 생기는 변화를 겪었으며,
오산 26회 → 21회, 인천 14회 → 6회, 안산 17회 → 4회, 공도-안성 6회 → 2회의 변화가 있었다.

시간표를 종합해보면 모든 지역 노선이 굉장히 부실한 것은 여전하다.
특히 대도시로 가는 노선은 사실상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광역시급 대도시보다 군 또는 소도시 단위 노선이 더 많다는 사실은,
많은 주민들에게 서수원터미널이 외면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서론에서 말했듯 수원시는 면적이 넓은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버스로 조금만 나가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빌 수 있는 대체제가 산재해있다.
시내버스로 10분만 가면 수원역이 나오고, 거기서 10분을 더 가면 수원터미널이 나온다.
수원시의 세 여객터미널 일일 이용객을 각각 비교해보면,
수원역 36,000명, 수원터미널 7,700명, 서수원터미널 480명이다.
참고로 수원역은 전철을 제외한 일반열차만을 나타낸 통계다.
수원의 대중교통이 철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서수원터미널의 넓은 승차장에는 버스 두어 대만이 들어와 있을 뿐이며,
플랫폼에 대기하는 사람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가 힘들다.
120만 명이 사는 대도시의 버스터미널 이용객이 하루 480명이라는 사실은,
서수원터미널이 그만큼 노답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수원시에서 시내버스 종점도 바꾸어보고, 고속버스 전용 터미널로 바꾸려고 하는 등
서수원터미널을 살리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가 암울하다고 미래까지 암흑일 수는 없는 법이다.
호매실지구 입주를 기점으로 서수원 개발의 신호탄이 울려서,
현재는 수원비행장 및 농촌진흥청 부지에 대규모의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고속도로와 무척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서 마냥 비관적인 전망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노답을 No Doubt한 상황으로 반전시킬 수 있을까,
지난 10년 간은 그렇지 못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관심이 간다.
첫댓글 터미널부지는 녊고 좋은데 이상하게 이용객이 없더군요. 인천공항노선만 아주 잘되고 있습니다.
중간에 운영주체도 서너번 바뀌기도 했습니다만, 이렇다할 변화는 없습니다.
애초에 성균관대역 주변에 위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보면 볼수록 애매하다...라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성대역 주변이라면 최소한 대학생 수요는 꽉 잡고 있었겠지요.
사진잘봤습니다
대부분 수원터미널에서 이용하다보니 서수원은 버려지다시피 되는거같네요
그리고 자가용이 있다보니 버스이용자들도 줄고있고 서수원과 수원터미널사이에 수원역이 있다보니 서수원까지 가야할이유도 없다보니 더 이용객이 없는건 사실인거같네요
맞습니다. 굳이 서수원터미널을 따로 쪼갤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서수원터미널을 이용할만한 사람들이 수원역으로 많이 흡수되는 것 같습니다.
@Maximum 차라리 공항버스 노선을 수원터미널에 들어오게 하고 서수원은 터미널 밖에서 승차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원역의 존재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경부, 호남선 일반열차가 전부 정차하는 주요역 중 하나이다보니 철도 중심으로 장거리 교통수요가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앞선 글에 언급했던 인천발 KTX의 수원 연결과 경부고속선으로 연결되는 연결선의 신설까지 논의되고 있어서 버스 수요가 극적으로 늘어나기는 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항선이 잘되는 것은 철도교통으로 연결이 어려운데다 꾸준히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보니 예외사례처럼 남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맞습니다. 수원 자체가 수원역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수원역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죠. 공항선의 경우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데다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여행객이 급증해서 얻은 효과에 가깝다고 봅니다.
서수원터미널은 인천 - 오산 갈때 군산행 타고 가다가 들려서 봤는데 내리는 사람은 있었으나 타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공항노선만 잘 되는 터미널 입니다...
공항버스를 포함해서 하루 480명이니 공항리무진을 빼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Maximum 한때는 광명에서 출발해서 서수원 들렸다가 천안가는 노선도 있었는데 폐지됬죠...
일본처럼 역과 터미널이 좀 붙어있으면 좋겠습니다. 수원터미널도 수원역에서 버스로 서너정거장은 걸리더라구요.
오산역/오산터미널, 동대구역/동대구터미널 얼마나 좋습니까.
예전에는 서울(서울역, 용산), 수원, 천안, 광주, 온양 등등 두 개가 붙어있는 곳이 많았죠.
지금도 수원이나 천안에서 열차-버스 환승객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아쉽습니다만,
수원은 워낙 근처 도로가 혼잡해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할말이 없네요.
수원은 버스에 비해 열차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주말이나 연휴에 버스의 이용승객이 많은 것을 보면 수원의 유동인구는 인천이나 성남을 압도하는 것 같습니다...
시외/고속버스의 수송 분담률이 낮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은건 수원 인구가 많기 때문이죠...
수원뿐만 아니라 용인, 화성, 오산, 평택 등등 주변 지역이 워낙 미친 속도로 개발되고 있어서
더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있습니다.
안중-서수원(8471번)이 수요가 적어서인지....어느순간 노선이 사라졌나봅니다....서수원터미널 시간표에서도 보니 안중행이 사라졌내요...
8471번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만 기점이 서수원에서 수원터미널로 바뀌었습니다. 작년쯤에 바뀌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