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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가정의 구성원이고 교육의 근본은 가정교육이다. 그러나 바쁜 생활 속에서 가족은 그저 독립된 구성원들이 잠시 모인 집합체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서로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청소년기의 문제들은 많은 부분에서 인성교육, 즉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간의 사랑을 돈독히 해서 가정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단란한 가정, 사랑이 넘치는 가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잘 알아야 한다. 가족간의 정을 나누고 싶어도 어색해하는 가정도 많다. 이럴 때는 가족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가족면허증 아이가 몇학년 몇반인지, 부모님의 출신 학교가 어디인지 알고 있을까. 그저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저절로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쉽고 자연스럽게 서로 알고 싶다면 가족면허증을 발급해보자. 자신에 대한 정보 중 가족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을 시험문제로 만든다. 부모와 자녀간뿐만 아니라 부부끼리, 형제끼리도 문제를 출제한다. 식사 후 정해진 시간 동안 문제를 풀게 한 뒤 일정 점수를 넘어서면 자격증을 발급해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족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면허증을 주고받으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도 높일 수 있다. 면허증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해 매년 새롭게 시험을 본다. 낙제할 때마다 가족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벌칙을 마련하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식탁스케치 요즘은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함께 밥을 먹더라도 대화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식사 시간은 가족이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따라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족식사 시간을 정해두고 식탁스케치를 하면 좋다. 불참할 때의 벌칙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수저놓기, 반찬 꺼내기, 물 떠오기 등 가족 모두가 함께 식탁을 차린다. 부모의 경우 회사 이야기·어릴 적 이야기·연애담 등을, 자녀들은 학교에서 힘든 일·고민·가족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등을 화제로 삼는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일방적으로 지시, 요구, 강요하는 내용은 피한다. 가족 대화를 녹음한 뒤 식사가 끝난 다음 함께 들어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을 얘기한다.
●기분 달력 대화가 중요하지만 누구나 매번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은 마음을 상대가 알기도 어렵다. 이럴 땐 기분 달력을 만든다.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커다란 달력을 준비하고 날짜마다 가족 구성의 이름을 적어넣는다. 준비한 이모티콘이나 얼굴 감정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날의 감정을 직접 써넣는다.‘아빠-기분좋음’ ‘엄마-짜증’ ‘나-우울’ ‘동생-속상함’ 등을 말하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기분이 좋은 날에는 왜 그런지를 화제 삼아 대화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우울해하거나 기분이 나쁜 날에는 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최대한 배려해준다.
●사랑상품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것을 배우는 곳 역시 가정이다. 이러한 것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싶다면 사랑상품권을 이용하면 좋다. 외식권, 소망권, 공부권, 청소권 등 다양한 상품권을 발행해 부모나 자녀가 자발적으로 서로를 위해 무엇인가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족의 희망사항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부모가 ‘게임정지권’을 발행하고 싶다면 이를 통해 자녀는 부모의 바람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우선 가족회의를 거쳐 어떤 상품권을 발행할지 의논한다. 이때 상품권 종류는 발행자와 고객의 요구가 일치하도록 한다. 가족 1인당 3종류를 2장씩 발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1개월씩 한다. 상품권 활동을 요구할 경우 상대방의 사정을 최대한 고려한다. 또 서로에 대한 약속이므로 자녀는 물론 부모 역시 똑같이 의무를 지켜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가족과 함께 각자의 유언장을 작성해 보거나 자녀가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부모의 러브스토리를 완성하는 등 다양한 가족문화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좋다.
■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변한다 자녀와의 대화법, 조기교육, 성교육 등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고민은 다양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교육프로그램인 ‘부모들의 생각 바꾸기’를 책자와 동영상으로 개발,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건전한 자녀 교육관, 자녀 재능 발견하기, 독서교육 등 자녀를 키우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15개의 소주제로 구성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동영상 자료를 활용, 주제 당 20분 정도의 사이버 영상 강의 형태로 제작됐다. 중앙교수학습센터(www.edunet4u.net)의 ‘학부모 정보마당’ 코너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우리 아이는 천재다.’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남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 ‘우리 애만 잘 되면 된다.’ 등을 꼽고 아이 능력이나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교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전달법’을 통해 자녀의 잘못을 직접 지적하는 대신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를 전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네 식모냐?’라고 말하는 대신 ‘엄마는 네가 이부자리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커서도 자기 일을 스스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자녀교육에서 있어서 효과적이다. 경제교육을 위해서는 돈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고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거실의 TV 치우고 가족문화 가꾸세요” “이제는 가족문화도 가르쳐야 하는 시대입니다.” 파주 문산중학교에서 기술·가정을 가르치고 있는 최명순(46) 교사는 교육은 먼저 가족에 대한 개념을 갖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족을 알고 가족문화를 익힐 수 있었던 대가족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에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의식이나 애정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가족 해체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2003년부터 최 교사는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회초리 없이’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재량 활동 시간을 통해 가족문화교육을 시작했다. 결과는 바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다소 반항적이었던 한 여학생은 직접 부모님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기획, 실천하기도 했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한 남학생은 가족을 알면서 그때서야 인생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최 교사는 전했다. 그는 “가족을 안다는 것은 곧 나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공부든 다른 활동이든 이러한 가정교육이 기본이 돼야 의미있게 되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문화 교육에 대한 효과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최 교사 스스로도 깊이 느꼈다.“가족면허증 만들기를 아이들과 했는데 정작 저도 딸아이가 몇학년 몇반인지를 모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느꼈죠.‘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이러한 결과물을 정리해 작성한 연구 보고서 ‘가족문화교육 콘텐츠 개발·적용을 통한 가족공동체 의식 함양’이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제 49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에 입상했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검증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최 교사는 말한다.“함께 TV 볼 만큼의 시간이라도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교육의 시작은 학교도, 학원도 아닌 가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