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취하고 정에 취한다는 그곳이 고샘, 막걸리 골목이었다.
이훈정 화가
요즘같이 비 오는 여름 밤이면 생각나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 남원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금동 고샘 골목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막걸리 가게들, 그리고 우리나라 주류 품평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춘향막걸리를 한 주전자에 떡 하나 붓고 차려지는 안주상은 어렵게 시간 내서 남원까지 여행온 예술인과 문화 답사객들에 그 특유의 맛과 추억을 역은 것은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지 않을가 생각한다.
남원방문 손님들을 하루 투숙케 할려면은 바로 막걸리집으로 향하라는 말들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잘 구경하고 맛있는 추어탕과 막걸리는, 해는 져도 손님들의 발걸음을 붓잡고 그냥 돌아가긴 아쉬운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남원의 정을 듬뿍 쌓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남원시외버스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전주에서 보내준 물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40대 후로 보이는 배낭객이 전국 유명막걸리 투어 책자를 보여 주면서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각 지역 막걸리집 소개에 30년의 전통, 동산집이 남원의 대표로 소개되어 있었다. 10여 가지의 울긋불긋한 반찬과 춘향막걸리 상표도 찍혀 있었다.
택시를 잡아주고 기사에게 동산집 막걸리집을 안내해 달라고 생각도 했지만 모처럼 일본에서 휴가차 한국의 막걸리 투어를 하신 특이하신 분을 그냥 보낼수가 없어 내 차에 태우고 안내 책자집을 찾아 주기로 하였다. 택시 기사가 칸나(나그네)을 친절하게 막걸리 골목에 내려 주고 저기요,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샘골목에 들어서자 점쟁이 가게로 거의 점령되어 긴 대마무 끝에는 붉은 깃발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칸나와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으나 막걸리 집은 옛 분위기가 있겠지, 하고 들어가 플라스틱 둥근 의자에 앉아 책을 보여 주면서 막걸리 2병을 주문하고 잔득 기대하고 기다렸다.
남원에 있는 막걸리 집은 다 똑같이 안주가 푸짐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러시아의 작가 아나톨리 선생님의 송별식을 이곳 고샘골 막걸리집에서 성대하게 가진바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막걸리 두병이 들어가는 한 주전자에 6,000원에 안주로는 홍어찜, 조기구이, 꼬막, 꽁치구이, 제육볶음, 해조류, 두부조림, 땅콩, 콩조림, 낙지 볶음, 튀밥, 다슬기등등이 나오는데 추가로 주전자를 주문하면 안주는 탁자를 2층, 3층으로 겹쳐 쌓여져 분위기는 황홀의 절정에 이르게 되는 것이 남원의 막걸리집이 아니었던가?
아무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고샘골목의 막걸리 집은 안주와 분위기가 각각 달라 예술인들과 막걸리 애호가들이 자주 찾아와 밤샘을 하였던 곳이기도 한 이곳이 점쟁이집 들로 채워져 있었다.
책속의 푸짐한 안주들은 다 어디로 가고, 달랑 지름 15cm정도의 고추전과 검정콩 조림이 전부였다. 순간 책자를 보고 남원의 막걸리집을 찾아온 칸나의 얼굴을 표정을 흘깃 보았고 나의 기슴속에는 챙피함과 부끄러음이 솟구쳐 올랐다.
유명막거리 투어 책에 싣어 있지만 안했어도 괜찮을텐데... 투어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얼마나 실망하고 갈까? 걱정이 되어 남원의 정서를 훤히 파악하고 있는 남원경실련 집행위원장인 친구에게 전화해 좋은 막걸리 집을 소개 부탁하고는 먼저 주점을 나왔다.
그후 부끄러운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전 김해에서 배상자 박스에 여성백이 담긴 택배가 왔다. 일본에서 자기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인데 1년전의 친철에 대한 성의라 하면서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 받아 달라는 간단한 쪽지가 있었다. 이번 인연으로 다시 동경에 가기 전에 다시한번 남원을 찾겠다는 소식과 함께 일본초대를 하고 싶다는 부탁도 있었다.
몇 년전만 해도 남원막걸리 집에 가면 실제로 한 주전자만 마시고 가면 손해이므로 두 세 주전자 정도 마셔줘야 마진이 남는다고 꾸억꾸억 마신적이 있었다. 주점주인 또한 수지계산 때문에 먼데서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안주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항상 푸짐하였다. 그냥 손님들이 좋다고 웃어주는 모습에 행복하였기 때문이다.
남원막걸리는 다섯 번 취한다고 한다. 술자리의 흥에 취하고, 구수한 누룩향에 취하고, 통큰 인심의 안주에 취하고, 판소리에 취하고, 저렴한 가격과 정에 취한다고 한다. 상마다 쌓여가는 안주들은 남원의 정인 것이다. 여기에 연인과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막걸리 주고 받으며 나누는 가운데 오르는 술기운과 같이 정이 쌓여만 가는 곳이 바로 고샘골목이 아니었던가....
시원한 막걸리, 한주 가득히 쌓여 가는 안주와 남원의 인심을 가득 채워갈 수 있는 고샘짐의 명성, 우리 삶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한 폭의 그림같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적어 보고자 한다.
천년고도에 남원에 대한 호기심 자극을 위한 체험중심으로 감동, 전율감 만낌을 겨냥 관광컨셉 구축을 위한 선진 개념의 프로그램 시스템이 이루워져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 개념을 도입 홈 스테이 농촌체험등을 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여름 휴양지 및 가족 역사 탐방의 새로운 여행 패턴이 이루워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을의 특산물 개발로 방문자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토속적인 전통주막과 전통된장, 간장등을 만들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마을 재정 자립도를 향상시켜 마을과 시설운용이 동시에 움직이도록 유도유지 경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청소년 심신 수련장과 삼림욕장, 찜질방등 고급문화를 탐익할 수 있는 에코뮤지엄시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남원은 감성적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생태적 문화체험적 연출함으로 현대인의 마인드의 충족의 볼거리, 즐길거리등 오감으로 체감하여 남원을 체험할 수 있는 특화된 문화관광컨셉이 지속가능한 자연 친화적 체험공간으로 개발전략을 세워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