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44 (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 상소동산림욕장– 대동하늘공원 –성심당 –한밭수목원 - 계룡스파텔)
평소 하늘 쳐다보기를 참 좋아한다. 아침 햇살에 눈부심이 좋고 저녁노을의 차분함이 아름답다. 때로는 내일의 날씨를 가늠해보기 위하여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아마도 어머니를 닮았다. 그러나 고속도로 위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은 드물었다. 오늘은 내일 알뜰한 대전 투어를 위하여 미리 떠나는 주말 밤 여행의 시작이다. 온전히 내가 비추는 내 불빛만 총총 따라갔던 밤길에 떠날 때부터 내 불빛 끝에 걸린 저녁하늘을 작정하고 올려다보기로 한다. 막상 고속도로 위에 올라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하늘은 없고 모든 자동차들은 각자의 불빛을 충실히 헤쳐 나가는 밤에도 끈이지 않는 삶의 경쟁 같은 풍경이다. 이토록 삶과 인생이 바쁜데 한 계절을 뜻 깊게 보내기위한 일상의 틈을 우리부부는 대전으로 결정하였다. 대전의 장태산은 참 오래전에 메모해 둔 곳이다. 마치 가을이 어디 쯤 물들어 오고 있는지 메타세콰이어의 단풍을 보기위하여 찾기로 한 것이다. 장태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을 중심으로 약 1km떨어진 위치에 숙소를 잡았으니 마치 우리 동네 뒷동산 산책하듯 아침 일찍 나섰다. 어젯밤 들어오면서 볼 수 없었던 메타세콰이어 붉은 가지 사이로 빛과 안개가 함께 스며들고 있었다. 이곳의 중심은 단연 메타세콰이어 나무이다. 한결같은 색깔로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아름다움에 앞서 웅장하다. 우리는 스카이웨이 반대쪽으로 시작하여 길이 놓여진 정상까지 휘돌아 출렁다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트레킹하였다. 오르고 내리고 또는 돌고 도는 코스마다 이곳의 메타세콰이어는 단풍이 물들었다는 생각보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여 그 웅장함 속을 걷는 것이 황홀함의 절정이었다 할 수 있겠다. 장태산의 중심에 이곳에 머문 모든 사람들은 일상의 답답했던 순간을 퍼내고 온통 붉게 물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 분주하다. 우리는 온전히 한 바퀴를 돌아 원점회기하여 상소동산림욕장으로 향했다. 장태산에서 약 35km 떨어진 상소동산림욕장은 만인산과 식장산 자락 중간지점에 위치한 힐링 여행지로 오토캠핑장으로도 유명하며 돌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살며시 오른쪽으로 돌리면 가을에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풍경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고 붉게 익은 단풍부터 노랗게 물든 단풍까지 장관이다. 한편 계곡을 끼고 있어서 사방댐과 조그마한 웅덩이들의 예쁜 풍경까지 관광객들의 카메라를 붙잡고 그야말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가을이라는 화려함에 젖어 생각 없이 걷는 사이에 한국의 앙코르사원이라 불리고 있는 돌탑들이 나온다. 그래그래 가을이면 이곳이 왜 인기가 있는지 사진 상으로 설명이 되었듯 곳곳에 예쁜 스팟이 많다. 지금은 가을이라는 충분한 생각이 들게 만든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좋은 것은 물론이며 속이 후련하다. 사실 봄꽃을 들여다보면 샤방샤방해지면서 풍선처럼 들뜬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수선스러운가 하면 가을 단풍은 일 년을 견디면서 담아 둔 한 같은 그 무엇을 저토록 화려한 색깔로 흠씬 토해내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후련하고 대견스럽다. 자연이거나 인생이거나 마무리는 그렇게 계절처럼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고 또 보고 돌아서서 다시 한 번 앵글을 돌려본다. 그리고 떨어진 잎까지 화려한 은행나무 아래에서 그곳의 인증 샷을 남기고서 대전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대동하늘공원으로 향한다. 대동하늘공원은 대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며 달동네의 언덕마루에 조성된 공원이라 한다. 이는 대전 동구 8경에 선정되어 도심의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도심속의 적막한 소외지역이 아니니 시민 소통의 장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하늘공원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할 계획으로 공원 아래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으나 내리는 순간 갑자기 무릎 통증이 시작된다. 예전에 없었던 일이다. 꾸물꾸물한 초겨울 날씨에 너무 많이 걸었나 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까지는 올라보아야 할 일이었다. 어렵게 정상에 올라보니 예쁜 풍차와 함께 시원하게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에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 힘들게 계단으로 올라온 보람이다. 공원에 올라와 보니 동북쪽 계족산 끝자락부터 남서쪽 보문산 자락 사이에 시원하게 펼쳐진 대전시내의 전경에서 활력을 찾는다. 물론 이곳의 오밀조밀한 거리미술관과 벽화 역시 지역 살리기의 몸부림으로 충분하다. 아마도 야간이라면 더할 수 없는 아름다운 야경까지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더딘 발걸음으로 내려와 <어글리딜리셔스 대전점>에서 점심과 휴식을 취한 뒤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핫하다는 성심당으로 향한다. 물론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명한 곳의 빵맛과 몇 백 미터 씩 줄을 선다는 정서도 여행의 한 몫으로 즐겨보고 싶었다. 성심당 앞은 그야말로 젊음의 거리였다. 길고 긴 기다림의 줄 사이에 우리 부부만큼 나이든 이는 없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함께 줄을 설 수 있음에 오히려 재미스러웠다. 빵맛이야 어떻든 대전의 상징이자 대전 관광의 종착점인 명소라지만 우리가 대전을 들렀기에 들러볼 수 있던 것 아니던가? 그렇게 대전의 시내 정서까지 즐기는 동안 겨울 하루가 저물어간다. 계획대로라면 한밭 수목원까지 꼼꼼하게 둘러 볼 참이었니 날씨까지 쾌청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만 예전에 비하여 온종일 운동량이 많아 한밭 수목원은 가는 길목이라 따뜻한 열대식물원만 잠깐 스쳐오기로 하였다. 그리고 계룡스파텔에 들러 대전에서 짊어진 피로는 이곳에 풀어 놓고 추억만 가져오기로 하였다. 돌아오는 길 역시 고속도로 밤하늘의 낭만은 느껴볼 수 없을 만큼 늦은 시간 둥지에 찾아들었다. 피곤할 만큼 많이 걸었던 탓에 둥지는 더욱 더 안온하다.
* 장태산자연휴양림 - 대전 서구 장안로 461 * 상소동산림욕장 - 대전 동구 상소동 산 1-1 * 대동하늘공원 - 대전 동구 용운동 산 40-1 * 성심당본점- 대전 중구 대종로480번길 15 1-2층 * 한밭수목원 - 대전 서구 둔산대로 169 * 계룡스파텔- 대전 유성구 온천로 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