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정말 미안해 ...............
2004년 7월 24일
입술이 따듯해 지는 것을 느껴 깨어보니
딸아이가 품에 안겨 뒤척이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누구야?
우리 딸 맞지? .................................
능청스런 내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딸아이 눈 빛이 심상찮다.
아빠! 오늘 백두대간 안하면 안돼?
왜?
아니 그냥.........................................
딸은 그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사라졌다.
아빠에게 바라는 모든 것들을
"그냥"이라는 한마디에 쏟아 놓고 사라진
딸의 뒷모습이
미안함보다는 아픈 무엇으로 다가왔다.
딸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포기할 수 없는 사랑
혼란스럽다.
오늘 산행을 강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하고
직장일로 혹사시킨 몸도 추스려야 하는데....
오늘
해남 땅끝 마을을 다녀와 출발 시간이나 맞출 수 있을 런지...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떠나고 보자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
그리고
더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테니......
한번 사랑했으면
목숨은 걸지 못할지라도 내 스스로 포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죽령으로 가는 길
도착한 버스엔
빈 좌석들이 나를 맞아들였다.
그것은 짧은 침묵으로 다가선
허전함이었다.
2004년 7월24일 11시52분
버스가 대전 IC를 통과했다.
2004년 7월 25일 00시 38분 잠든
나를 버스가 증평IC를 빠져나오게
했다. 01시 35분 제천IC로 들어선
버스가 01시 50분 단양 휴게소에서
들어섰다. 01시 55분 단양 요금소를
통과한 버스가 죽령에 도착한 것은
2004년 7월 25일 02시 30분이었다.
■죽령 휴게소 전경■
죽령에서 소백산 천문대에 오르는 길
잠시 기념촬영을 마친 우리는
02시 40분 죽령을 출발하여 오늘 대간 길을 향한 첫 발을 내 디뎠다.
약간의 오르막에다가 잘 닦인 시멘트 포장 길
어찌보면 걷기에 수월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길은
초반부터 대원들의 강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구간이었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몇번을 쉬고
몇번을 누워서 하늘을 보았는지 모른다.
여기서 포기를 할까?
어찌면 오늘 난 무리한 산행을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괜한 욕심이었나?
오늘따라 대원들의 페이스가 유난히 빨라진 듯 싶다.
이미 대원들의 불빛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어둠과 고요
따라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도저히 생기질 않는다.
얼마를 올라갔을까?
대간에취해님, 캔디님, 지수님, 그리고 대장님과 또다른 대원 한분이
초반 산행부터 헤메고 있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무턱대고 누워버렸다.
30초.
아니 10초만 지나면 잠에 빠져버릴것 같다.
캔디님이 막무가내로 물과 먹을 것을 권한다.
그냥 잠에 빠지고 싶었다.
04시 15분 천문대에 도착한 나는 이미 지쳐버렸다.
몸이야 이미 출발할 때부터 지쳐있었지만
똑 같은 시멘트 길을 두시간여 동안을 오른 다는 것이 고통이었다.
■출발하기 전 기념사진 02:30 ■
■천문대 앞에서 04:15 ■
천문대를지나 제1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
휴! 휴!..............
고생이 끝났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길고 지루한 오르막 그것도 시멘트 포장 길이 끝났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동안 고생한 대가를 어루만져 주었다.
04시 15뷴 천문대를 통과하자
나무로 만든 등산로가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모처럼 만난 고운 흙 길을
담담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대원들은 몇발자국씩 앞서 나가지만 그래도 따라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4시가 지났다.
날이 밝을 때가 되어었는데 날이 밝아 올 생각을 않는다.
이미 절기상으로 "하지"가 지났다고 벌써 밤의 길이가 길어졌나보다.
야간 산행은 침묵이 절반 이상이다.
오늘도 대원들간의 대화가 거의 없는 침묵속의 산행은 계속되었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서
제1연화봉을 오르기 직전 넓은 평원을 만났다.
가슴이 시원해 옴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산행에서 펼쳐질 명장면들의 시작에 불과한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04시 53분
제1연화봉 정상은 이보다 더좋은 장면들이 있으라란 기대를 걸고 올랐지만
차라리 나무계단에 서있는 전망대가 훨씬 좋았다.
연화봉은 공간이 좁고 잡목 숲이라 전망은 아예 포기해야 했다.
새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날이 밝아오나 보다.
연화봉에서 곧바로 시작 된
가파른 내리막과 약간의 바위 길 그리고 잡목숲을 얼마간 지나니
가슴이 확 트이는 평원을 만났다.
아침 이슬이었을까?
아니면 무엇이 이토록 산 초록 빛깔로 이 평원을 촉촉하게 만들었을까?
어느 날엔가 있었던
간절한 추억이 있는 것처럼 가슴이 녹아 내렸다.
흰빛 구름과 밤하늘 색깔의 산봉우리들
하늘을 바라보는 지금
땅을 바라다 보는 지금
행복이라는 언어를 빼곤 딱히 표현할 길이 없다.
딸아!
지금 아빠 혼자만 누리고 있는 이 아름다운 장면을
훗날
너와 다시금 이 곳에서 재현 될 수 있기를.....................
아름다운 평원은 이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멀리서 캔디님이 빨이 오라는 독촉 소리가 빗발치지만
나는 나무계단에 오래도록 앉아 아름다운 장면들에 취해 있었다.
비로봉을 향해 조금씩 걸어갔다.
아주 아쉬운 맘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간 것 같다.
바위돌 봉우리를 지났을까?
이제까지 펼쳐진 장면들이
머리 속에 담을 수 있는 상상으로도 가능했다면
지금 내 눈 앞에 바라다 보이는 평원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한 장면들이었다.
지리산의 하늘 정원이라는 연하봉도
덕유산의 덕유평전도
소백산 구간에 펼쳐진 장대한 평원과 아름다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침 하늘이
내 맘을 모두 앗아가버렸다.
비로봉에서 국망봉 그리고 늦은맥이 고개까지
05:50 꿈길을 거닐듯
하늘과 땅의 거대한 예술품들을 감상하며 대피소를 지났다.
06:00
가뿐한 마음으로 비로봉에 올랐다.
이미 먼저 온 일행 대원들은
대간에 취해님이 힘들게 메고 온 정상주 한순배가 끝나가고 있었다.
ilsk87님의 카메라가 바쁘게 돌아간다.
늦으면 내얼굴이 빠질 것 같아 일단 얼굴부터 디밀었다.
비로봉을 지나면 끝인 줄 알았던 평원은 게속 진행형이었다.
넓은 초원지대가 나왔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미 낡은 언어가 되버렸다.
그저 하는 말이라곤
야!.....................
야!.....................라는 감탄사 뿐이었다.
■비로봉의 돌비석<앞면>■
■비로봉의 돌비석<뒷면>■
■비로봉에서■
비로봉을 지나 국망봉으로 가는 길
국망봉으로 가기전 아침을 먹기로 했다.
대간에 취해님의 변함없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꽁치찌게, 빵, 깻잎, 고추.........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와 수박까지
왕비님의 커피와
무수리와 나인들이 준비한 수박
결국 포졸과 침실 내시까지 동원된 아침은 성찬이었다.
비로봉에서
하늘과 땅을 감상했으니
이젠 꽃들도 감상하며 가라고...................
넓은 초원지대를 지나 국망봉으로 가는 길은 야생 꽃들의 잔치였다.
산나리 꽃이야 알고 있지만 그외엔 모르겠다.
하지만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꽃은 모두 담으며 걸었다.
왠걸?
또하나 서비스가 추가됐다.
가을도 아닌데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발갛게 만들어 버렸다.
07시 37분
국망봉에 올랐다.
국망봉은 큰 바위 몇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국망봉에도 한국화 전회가 열렸다.
장면마다 새롭게 창조되는 예술품들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아마도 소백산 구간을 빼놓은 대원들은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다.
국망봉을 지나 상월봉으로 가는 길도
대 평원의 연속이었다.
이제까지 펼쳐진 평원이 이국적인 풍경의 초원지대였다면
이 곳은 철쭉나무의 집단 서식지였다.
07시 54분
삼월봉에 올랐다.
이제까지 지나 온 대 평원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오늘 산행의 마지막 평원 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이미 떠나는 대원들을 두고 좀더 남아 있었다.
삼일봉을 지나면 곧바로 잡목 숲이다.
오르막이 있었지만 그리 힘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 평원은 계속 진행형이었다.
08시 15분 우리는 늦은맥이 고개에 올랐다.
■상월봉에서 바라 본 풍경■
마지막 구간 고치령으로 가는 길
늦은맥이고개에서 내려서면 잡목지대이다.
가파른 내리막 길 뒤에 오는 오르막이 여느 대간 길과 다름없다,
아직도 대 평원의 연속이지만
아름다운 평원도 끝나가는 듯 했다.
연하동 갈림길을 가기전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연하동 갈림길을 가기전 큰형님과 회장님을 만났다.
일행 대원들이 늘어나 산행은 활기를 더했다.
연하동 갈림길에서 1031봉으로 가는 길은
조팝나무 평원지대와
굴참나무, 고사리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09시 45분 1031봉을 지나 마당치까지는 바람한점 없는 길이었다.
잠시 독도를 실패한 탓에 마당치를 혼동도 했지만
우린 10시 15분 마당치에 도착했다.
왜 마당치라 했을까?
옛날엔 마당치에 수천명의 군사가 모여 있을 만큼 넓었다 하여
마당치라 불리웠다는 푸른산님의 설명에 그 의문이 풀리었다.
마당치에서 고치령으로 가는 길은
그리 높지않은 봉우리가 한두개 있었지만 힘이 부치는 듯 같다.
10시 50분 형제봉으로 가는 갈림 길에 나타난 1032봉을 지났다.
1032봉에서 가파른 내리막 뒤에 마지막 오름길인 863봉우리를 통과했다.
그리고 고치령까지는 내리막이었다.
11시 43분 고치령에 도착하였다.
백두대간 길은 죽령에서 고치령까지이다.
하지만 버스가 대기중인 곳까진 아직 두시간을 더가야한다.
대원들 모두
버스가 있는 곳까지 트럭을 타고 가잔다.
나역시 이 제안에 적극 찬성하였다.
트럭을 타고 내려오는 하산 길은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볌함없이 막걸리 한잔
형님.......................... 한잔 하소..
아우님....................... 한잔 받게나.......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이다.
무더운 날씨인데도
산바람이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을 만들어 준 날이었다.
오늘
함께하지 못한 대원님들께
소백산 구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바치며..............................
■ 고치령의 대간 초입 길
■ 산행 끝 기념사진 한장
■트럭을 타고
산행기록 산행일자 : 2004년 7월 24일(토) - 2004년 7월 25일(일), 비박2일
산행날씨 : 흐림 (산행하기 좋은 날씨)
산행거리 : 30Km
산행시간 : 09시간 13분
구간별 산행기록 2004년 7월24일, 11시52분 : 대전IC
2004년 7월25일, 00시38분 : 증평 IC
2004년 7월25일, 01시50분 : 단양휴게소
2004년 7월25일, 01시55분 : 단양 요금소
2004년 7월25일, 02시30분 : 죽령
2004년 7월25일, 04시15분 : 관측소
2004년 7월25일, 06시00분 : 비로봉
2004년 7월25일, 07시37분 : 국망봉
2004년 7월25일, 08시15분 : 늦은맥이고개
2004년 7월25일, 10시15분 : 마당치
2004년 7월25일, 11시43분 : 고치령
첫댓글너무 늦게 올렸습니다. 지금 국토순례중이라 시골엔 컴퓨터 없어요. 지금 해남에 도착해서 빵빵한 모텔에 왔더니 PC가 있어 부족한 산행기 올립니다. 우리 6차 대원님께 정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구간별 산행 기록등 부족한 부분은 다시 수정해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무척이나 기다리다 천년바위님이 국토종단 중이라는 소식듣고 늦겟구나 했는데 그 와중에 귀한 글을 주시어 뭐라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백두대간6차팀이 점점 찐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무엇 일까요?소중한 인연을 이어 가기를 바라고 무더운 더위에 건강하게 행사를 마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너무 늦게 올렸습니다. 지금 국토순례중이라 시골엔 컴퓨터 없어요. 지금 해남에 도착해서 빵빵한 모텔에 왔더니 PC가 있어 부족한 산행기 올립니다. 우리 6차 대원님께 정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구간별 산행 기록등 부족한 부분은 다시 수정해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오타가 있어도 용서 바랄께요. 항상 대원님 모두에게 행복과 평화가 함께 하시 .............................. 땅끝 마을로 가는 도중에서 천년바위 드림.
여보쇼~~~바쁘면 말지...무신 충신났다구 모텔pc로 산행기를 올리십니까?!!! 모두덜 산행기 궁금혀서 일을 못했다나 뭐라나?!!! 암튼 지친 몸으루 산행기록하랴 머리에 수건까정 덥푸시궁 폼 잡으랴 고생했쓔....
이렇게 소중한 기록을 편안하게 기다렸던게 죄송스럽네요 감사하구요 지극한 정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무척이나 기다리다 천년바위님이 국토종단 중이라는 소식듣고 늦겟구나 했는데 그 와중에 귀한 글을 주시어 뭐라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백두대간6차팀이 점점 찐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무엇 일까요?소중한 인연을 이어 가기를 바라고 무더운 더위에 건강하게 행사를 마치시기 바랍니다.^^*
산행 후기 감사 드립니다... 힘드신데 멀리 해남까지 가셔서 글 올리시느라고... 그-정성 6차 대원 모두가 잊지않을 껍니다. 국토순례 몸-건강히 잘 마치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뙤약볕에 고생많으시죠? 불쾌지수높은 이 삼복더위에 지난주에이어 계속 국토순례중이라니..........더위를 더위로 직접부딪치는 적극적임에 젊음이 마구마구 묻어나 넘 좋으네요 *^___^*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시구요 다음기회엔 저도 동참할 수 있다면 가문의 영광이겠슴다. 오늘도 즐겁게 건강하자^^아자 아자 아자 ^&^
국토순례...그 빠쁘고 어려운 여건 속에 "산행기:를 올리셨다는 꼬리글에 감동!!!감탄!!! 그래서 처음부터 다신 한번 읽었다는거 아닙니까..^^ 구여운 포졸나리~~~고맙습니다^^ -왕비
시방 이노래 내가 무쟈게 좋아하는데...어케 아셨나?..영자의 불꺼진 창~~~ ㅎㅎㅎ영자네 집 불꺼진 창밖에서 눈보라에도 끄덕없이 버티던때가 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