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견의 삶을 생각하며
영화 ‘맥스’를 본 후 그 진한 감동으로 군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맥스는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병사 카일이 돌보던 군견 이름이다. 자신을 돌보던 카일이 교전 중 사망하자, 맥스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면서부터 전개되는 영화이다.
카일의 장례식장에 안내된 맥스는 성조기에 덥힌 관 속의 주인공이 카일임을 감지하고, 관 위에 발을 얻고 한동안 낑낑거리며 운다. 밖에 나온 후, 말을 듣지 않는 맥스의 거친 행동에 군인들이 애를 먹자 ‘저스틴’이 맥스에게 다가가 “맥스! 나 기억해?”라고 말했다.
그 소리에 얌전해진 맥스는 오직 저스틴의 명령만 따랐다. 생전의 카일이 가족과 노트북으로 화상 통화를 할 때면, 그 곁에는 늘 맥스가 있었다. 그랬기에 맥스는 저스틴이 바로 카일의 동생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저스틴의 도움으로 군용차에 태워진 맥스는 부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카일과의 유대감이 워낙 깊었던지라 총소리와 대포소리에도 격하게 반응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를 심하게 앓는다. 이처럼 군견의 기능을 상실한 맥스를 안락사 시킨다는 소식을 접한 카일의 가족은 맥스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저스틴의 보살핌으로 점차 안정을 찾은 맥스는, 어느 날 집을 방문한 카일의 옛 동료 ‘타일러’를 만난다. 그러나 카일이 사망하던 날, 맥스에게 총을 겨누었던 타일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보자마자 사납게 짖어댔다. 맥스의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품은 카일의 아버지가 조금씩 그 비밀을 캐어가던 중, 타일러가 군 시절부터 무기와 마약 밀매를 했고, 어쩌면 그 때문에 카일이 사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일러의 비밀을 캐는 과정에서 카일의 아버지가 범죄 조직에게 납치된다. 하지만 저스틴과 맥스가 목숨을 걸고 그들을 쫓으며 마침내 그들의 범행은 밝혀지고 경찰에 잡힌다. 영화 맥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없는 스릴과 감동을 동반한 영화로 군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한 영화이다.
군견은 순수혈통의 종견(種犬)에서 얻은 강아지를 생후 3개월부터 입소시켜 ‘앉아! 서!, 물어! 놓아! 뛰어! 돌아와!’ 같은 명령어에 대한 기초훈련을 시킨다. 7개월부터 작전훈련에 돌입시키고 다시 1년 정도의 훈련기간을 거쳐 적격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군견으로 선택되는 마지막 관문에서는 20%만 통과된다니 그 훈련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가히 짐작이 간다. 군견의 80%는 세퍼트이다. 영리하고 충직한 진돗개는 군견으로서 적합하지가 않다. 충성심이 지나쳐 군견병이 제대할 때면 따라가려고 떼쓰고, 오래도록 그를 잊지 못해 탈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세퍼트는 친화력이 좋아 바뀐 파트너와 일주일만 함께해도 친해지기에 군견으로써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군견은 동물 고유의 본능을 억제 당하며 산다. 특히 마약 탐지견의 경우는 포만감이 집중력과 후각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불규칙한 식사제공 및 최소한의 본능마저 억제 당한 채, 임무 수행만을 위해 사육되고 있다.
개는 사람에 비해 후각 1만 배, 청각 40배, 시각 10배가 뛰어나기에 각종 재난현장이나 범인 수색 등에 동원되어 70∼80여 명분의 일을 군견 한 마리가 거뜬히 해낸다. 그런 이유로 군견을 흔히들 ‘네 발 달린 전우’라고 부른다.
군견의 수명은 대략 7∼8년(사람 나이 48살 정도)으로 군견이나 경찰견 등의 임무수행이 어려워지면 안락사 시키거나 실험용으로 사용되었다. 평생을 사람을 위해 힘든 임무를 수행해 온 군견을, 쓸모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안락사 시키거나 실험용으로 쓰는 것은 너무나 인간편의적인 처사가 아닐까.
물론 분양 후, 보신탕집이나, 영리한 군견을 타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은퇴견의 남은 생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군견 중, ‘린틴’과 ‘헌터’가 있다. 린틴은 1968년 청와대를 기습했던 북의 무장공비를 찾아내어 사살하는데 큰 공헌을 했기에 군견 최초로 ‘인헌 무공훈장’까지 받았다. 그리고 헌터는 제4 땅굴 발견 시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지뢰에 몸을 던져 1개 분대 병력을 살려내고 산화한 군견이다. 제4 땅굴 입구에는 그의 공적을 새긴 동판과 묘지, 동상과 비석이 있다.
예편과 동시 안락사 또는 실험용으로 쓰이기 위해, 가정과 같았을 군대를 떠날 때, 군견병과 군견사이의 이별이 얼마나 아픈 이별일지…. 안락사직전 안락사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군견을 차마 지켜보지 못해 펑펑 눈물을 쏟았다던 어느 병사의 마음이 아프게 전해진다. 나 역시 15년간 가족이었던 ‘댄디’를 안락사 시켜야만 했던 아픈 경험이 있기에.
하지만 다행히 2013년,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개정이 국회법을 통과했다. 이제 은퇴 견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입양을 원하는 사람에게 입양되고 있다. 퇴역한 군견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화면에 ‘수십 마리의 군견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다가 사망했다’는 자막이 나왔다.
늦었지만, 2013년 동물보호법이 국회법을 통과한 일에 대해, 영화 ‘맥스’가 준 감동을 담아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2016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