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대표이사 문태곤)의 방만한 운영이 사실상 우리 사회 도박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부추기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강원랜드는 도박 중독 부작용을 줄이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도박중독 피해자 및 관련 시민단체는 “이용자보호 책임이 있는 강원랜드와 운영 주체인 국가가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 카지노 과다출입자 입장 허용 ‘무한자유’
강원랜드는 전국에 위치한 17개 카지노 업체 중 유일하게 ‘자국민 입장 허용’의 특혜를 가진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강원랜드의 매출은 17개 업체 중 늘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강원랜드는 별도 기준 매출 1조 4360억여 원, 영업이익 4349억여 원, 순이익 2973억여 원으로 나머지 16개 업체의 합산수치를 아득히 웃돌았다. 아울러 카카오가 최근 발표한 ‘2019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서도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카카오T 내비를 이용해 가장 많이 방문한 관광지 1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그 유명세를 톡톡히 과시했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강원랜드로 사람이 몰리는데 정작 이들의 안전은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지난 17일 중독예방시민연대(이하 예방연대) 관계자는 “현재 강원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과다출입자의 입장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해당 사항이 이미 오래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언급된 것이라는 점이다. 2016년 3월 28일부터 4월 29일까지 진행된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지목된 부분이다. 당시 감사원이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들의 1년 간(2015년 3월 21일~2016년 3월 20일 기준) 입장일수를 확인한 결과, 100일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강박적 고객군’에 해당하는 입장객 수는 2165명이었다. 한 단계 낮은 50~99일을 출입한 ‘문제성 고객’ 수도 9566명에 달했으며 1년간 최대출입가능일수인 180일을 출입한 입장객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랜드의 카지노 출입 제한자 해제 실태 또한 문제투성이였다.
강원랜드는 「카지노출입관리지침」 제12조에 따라 2개월 연속으로 월 15일을 출입한 경우 출입을 제한하며 상담 및 교육 등을 이수해야 재출입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사원은 강원랜드의 도박중독자 예방시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박중독자 증가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6년 강원랜드 감사 결과, 강원랜드가 카지노 이용객의 출입제한 기준 운용을 느슨하게 운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보다 실효성 있는 도박중독 예방·치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강원랜드는 방문이용객의 출입제한 횟수에 따라 출입제한 횟수에 따라 △1회, 집단상단 2시간 실시 △2회, 집단상담 2시간 및 개인상담 1시간 실시 △3회, 집단상담 2시간 및 개인상담 1시간씩 총 2회를 이수하기만 하면 카지노 재입장을 허가했다. 더불어 분기별로 30일을 초과해 출입한 이용객이더라도, 도박중독예방 관련 교육책자 배포 및 출입일수 준수 확인서만 작성하면 카지노 출입제한을 즉시 해제해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강원랜드가 ‘방문이용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1년 간 출입자 관련 통계자료만 관리했을 뿐, 도박중독자에 대한 예방·치유 방안 마련에 필요한 연도별 통계자료(연령별, 성별, 출입횟수 등)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짚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러한 방안들이 2019년 현재는 완벽히 사문화(死文化)된 것이다.
예방연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달에 15일 이상 과다출입한 이용객들은 교육을 이수해야 카지노를 다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도 도박중독 잠재적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아무런 제재도 안 받고 카지노를 드나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시설의 공식 수용인원은 2000명이다. 그러나 평일에는 그보다 두 배인 4000명은 가뿐히 입장하며 주말이라든가 공휴일, 연휴 등에는 입장객 단위가 만 명 단위를 가볍게 찍는다.
예방연대 관계자는 “도박중독 고위험군에 속한 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것은 사실상 객장 내 이용자 보호 관련 그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평가에 ‘건전환경조성’ 항목이 있는데 강원랜드는 그 항목에서 0점이 아니라 페널티를 받아야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 객장에 만연한 사행성 조장 행위…직원도 한몫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객들 대다수는 카지노에 전시된 핸드 프린팅에 한 번씩 손을 얹으며 ‘대박’을 기원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도박중독의 위험성과 폐해뿐이다. 강원랜드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의식’이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카지노 역사상 최고액을 따낸 이용객 안승필 씨의 핸드페인팅에 두 손을 갖다 대는 것이다. 당시 안 씨가 당첨금 7억 6680만 원 전액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소식은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강원랜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안 씨의 손을 핸드 페인팅으로 제작, 카지노 영업장에 영구 전시 중이다. 결국 카지노 이용객들이 핸드페인팅에 손을 대는 것은 ‘안 씨처럼 잭팟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그들 마음 속 간절함과 절박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객장 내에서 사행성 조장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강원랜드 직원들의 눈을 피해 아니면 강원랜드 직원들에 의해서 말이다. 지난 13일 방영된 TV조선의 ‘탐사보도 세븐-강원랜드 타짜의 일기장’편에 등장한 강원랜드 직원들의 모습은 ‘바람잡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1360대의 슬롯머신에서 쉴새없이 적립되는 배당금과 객장 한 쪽에 전시된 경품 자동차를 소개하면서 “50분의 1 확률로 잭팟이 터진다”, “2, 3일에 1대 꼴로 차가 당첨이 된다”라며 이용객들을 현혹하는 이들이 바로 강원랜드 직원들이었다.
예방연대 관계자는 “이제는 없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런 짓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도 최근에 알았다”며 “강원랜드 직원들이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행성 조장 행위를 하는데 그것은 범죄나 다름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한국의 라스베가스와 그곳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잭팟’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강원랜드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도박 중독자들이 모인 복마전에 불과하다.
◆ 강원랜드가 쌓은 부(富)…정작 지역주민들은?
강원랜드는 지난해 매출 1조 4000여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담았다. 그러나 정작 강원랜드가 자리한 정선군 일대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 일’이다. 강원랜드는 1998년 6월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과 폐광지역 주민의 소득증대 도모’를 설립 목적으로 국가가 탄생시킨 공공기관이다. 정선 일대는 1960~70년대 경제개발 시기 석탄 수요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렸던 곳이다. 그러나 산업화 발전 및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인해 주요 산업인 탄광업이 종말을 맞이하면서 지역 경제가 완전히 붕괴됨은 물론 지역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선 상황이었다. 이같은 위기에서 등판한 구원투수가 바로 강원랜드였다. 탄광 폐쇄로 ‘유령의 도시’로 전락했다가 세계적 수준의 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의 에센 졸페라인처럼 지역의 부흥도 시간문제라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대한민국 그 어느 곳에서도 정선군이 ‘한국의 졸페라인’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정선 지역 주민들은 강원랜드를 찾는 외지인들이 식사·숙박 등 시설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부분은 극히 미미하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결국 이 지역의 명물은 △시내 곳곳에 자리한 전당포 △이들 전당포에 언제 저당 잡혔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가운데 먼지만 뽀얗게 쌓인 폐차 직전의 자동차들 △연평균 40여 명(추정치) 이상의 자살자 등 흉흉한 것 일색이다.
올 3월에는 감사원으로부터 ‘기부금 사후 관리가 허술하다’며 주의 요구를 받았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단체에 기부금을 지원해왔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 기부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발표한 ‘사행산업 관련 공공기관 기부금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부금을 지원받은 모 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행사 기념품으로 ‘잔치팬(불 위에 올려 사용하는 둥그런 대형 팬)’ 2000개를 2600만 원에 구입했다고 강원랜드에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행사장에 납품된 잔치팬은 1300대에 불과했고 나머지 700대에 해당하는 금액 910만원은 불분명한 영도로 사용된 것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모 협의회의 경우, 2015년 7월 행사 기념품으로 스카프 2000개를 구매했다고 강원랜드에 알렸으나, 실제로는 후원업체 선물비용, 식사비, 인건비 등으로 그 쓰임새가 완전히 달랐다. 이 협의회는 강원랜드에 기부금 집행 경과보고서에 첨부해야 하는 기부금 관리 통장사본을 제출하지 않았으나, 강원랜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접수받았다.
현재 강원랜드를 향한 지역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강원도는 최근 강원랜드에 5년 치 폐광기금 미납분을 부과키로 했다. 강원도가 선정한 미납분은 연간 400억 원 씩 총 2000억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그동안 실적 악화로 인해 꾸준히 폐광기금 규모를 줄여왔다. 2015년 1626억 원, 2016년 1665억 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7년 1582억 원, 2018년 124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매년 당기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하는데,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줄어드니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경제를 위해 내놓았다는 기부금마저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맞물려 강원랜드를 바라보는 지역민 및 시민사회의 시선은 한없이 차갑기만 하다.
관련해 예방연대 관계자는 “현재 강원랜드를 이용자 보호 위반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 18일 “카지노 출입일수를 월 15일로 제한해 엄격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과다 출입 고객에 대해 강제적으로 출입을 못하게 해 숙고의 기간을 갖게 하는 ‘냉각기제도’를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영업장내 동시체류 가능 인원은 6000여 명이며 이를 넘어가면 발권을 중단하는 등 적정인원을 관리 중”이라면서 “올해 들어와 현재기준 발권을 중단한 사례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원랜드는 지역과 상생을 위해 부사장 직속으로 상생협력실을 별도로 두고 운영 중이며 앞으로도 지역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출처 : 환경경찰뉴스(http://www.ep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