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의의를 소개합니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현대 식생활에 대한 논쟁적 논픽션
철학자와 농부, 먹을거리의 무서운 현실과 불편한 실천을 탐구하다 우리는 수시로 식료품 가게와 식당에 들른다. 그곳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 우유, 달걀, 가공식품 등을 사거나, 푸짐하고 익숙한 맛을 내는 음식을 사 먹는다.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자신 앞에 놓여 있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식료품 가게 선반에 산뜻하게 놓인 먹을거리들. 그 배후에 얼마나 불결하고, 비윤리적이고, 종종 잔혹하고 위험한 생산 과정과 유통 과정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산 · 소비 시스템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탐구심 넘치는 논쟁적 윤리학자 피터 싱어, 그리고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작심하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 ‘어둠의 세계’ 탐험에 나섰다. 그들은 고비마다 충격적이고, 많은 것을 시사하고, 블랙 유머가 넘치는 험난한 여정을 통해 크고 작은 식품업자들이 파묻어 두었던 진실을 캐냈다.
각기 다른 입맛과 식습관, 식품 쇼핑 방식을 가진 대표적인 세 가족(전형적인 마트 쇼핑과 육가공식품 애호 가족, 유기농 식품과 해산물을 주로 먹는 선택적 잡식주의 가족, 완전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생각하는 식단’ 가족)들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탐험을 시작한 그들은 각 가족의 먹을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깐깐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놓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윤리적인 먹을거리 쇼핑과 즐거운 (물론 맛도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 사육되는 가축의 현실과 시스템, 식품업자와 대형 마트의 장난과 거짓, 지역 생산 음식의 진실, ‘공정무역’ 상표가 붙은 제품의 이면, 윤리적 소비 혹은 지속가능성의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외식과 가정식의 경제학, 유전자 조작 식품의 문제, 비만의 윤리학, 자녀를 채식주의자로 기를 때의 영양학적 · 윤리적 문제, (마이클 폴란 등의) 최상의 육식 옹호론에 대한 비판, 급진적인 혹은 유연한 윤리적 식습관 태도에 대한 비판 등등 현대의 식생활을 둘러싼 논쟁의 지점들을 낱낱이 드러내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철저히 논한다. ‘생각하며 먹자’고 말하는 이 불편한 텍스트는 그러나 기이하게도 독서의 재미와 쾌감을 안겨준다. 생생하고 놀라운 리포트와 명쾌한 분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읽기가 두뇌와 정서의 식사라면, 이 경험은 한 번 먹고 소화해버릴 흔해빠진 ‘패스트푸드’ 독서 경험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근래 국내에 소개된 음식 산업 관련 논픽션의 형식(광범위하고 생생한 체험형 탐구)을 종합하면서 식생활과 삶의 관계에 대한 신중한 성찰을 제안하는『죽음의 밥상』은 ‘죽여주는 읽을거리’로서도 대단한 만족감을 줄 것이다.
■ 이 책의 지은이를 소개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철학자 피터 싱어와 농부의 만남
『죽음의 밥상』의 지은이 피터 싱어(현재 프린스턴 대학 생명윤리 교수)는 국제생명윤리학회의 창시자로 『동물 해방』『실천윤리학』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석학이다. 러셀 이후 영미 철학자 중 가장 독자가 많은 철학자, 가장 많은 사회적 논쟁을 생산하는 철학자로 꼽히는 그는 지난 2005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자연에 방해되지 않는’ 하이킹과 윈드서핑을 취미로 가진 그는 소득의 20%를 옥스팜 등 기아해소 활동과 동물 이익 보호에 기부해 ‘행동하는 철학자’로도 불린다.
2007년 5월 한국철학회의 초대로 한국에 와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네 차례의 강연을 진행하면서 철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취재 열기와 화제를 불러온 피터 싱어는 윤리학을 “결코 지키지 못할 도덕적인 정답”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제에 대한 살아 있는 답변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재정립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즉 그는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매사에 공평하라”는 공리주의적 · 개방주의적 원칙을 기반으로, 실천윤리학으로 명명되는 학문을 통해 이론적 탐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구체적 윤리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급격하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제시함으로써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낙태를 적극 지지하고 불구유아와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적극 찬성하는 의견을 낸 뒤 거센 반대 여론에 시달렸다. 피터 싱어가 찬성하는 안락사의 상황은 ‘불가피한 비극적 상황’에 한해서였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뇌사 상태의 인간이라든가, 너무도 심각하게 불구로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주변의 식구나 안식을 가진 의사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 합의하는 것이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즉 타의적 안락사에는 분명하게 반대를 표하며, 자신이 죽음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의식이 없는 상태의 안락사만 지지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싱어는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국가에서 강연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고통을 없애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피터 싱어는 그동안 소득분배, 환경오염, 경제적 평등 실현, 시민 불복종, 생명 의료윤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주장을 펼쳐왔으며, 무엇보다도 동물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을 종(種)차별주의자로 명명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nonhuman animals)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권리’ 보호를 주창한 『동물 해방』으로 이름이 높다. 인간 중심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피터 싱어의 문제의식은 논술 강좌와 시험에서 잦은 출제 빈도를 통해 첨예함이 입증되고 있다.
‘오늘날 후기산업사회에서의 인간의 식사’와 관련한 모든 생산 활동과 소비 행위를 취재한 『죽음의 밥상』에는 피터 싱어가 그동안 주장한 거의 모든 사유와 성찰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직접 그러한 주장의 근거와 논리를 발로 뛰어 취재한 ‘학문(윤리학)의 실천’이다. (Email: psinger@Princeton.EDU)
이 책의 또 한 명의 지은이는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다. 그는 5대째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공장식 농업이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의 고향을 삼켜버리자 농사를 포기하고 법률을 공부했다. 변호사가 된 뒤 농사를 지으면서 홀로 대형 농장에 대한 폐해를 조사하다가 1975년에 나온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피터 싱어에게 찾아가 공장식 농업에 대한 책을 함께 쓰자고 제안했고, 얼마 뒤 그 책은 『동물 공장Animal Factorie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최근작인『죽음의 밥상』은 철학자와 농부가 함께 집필한,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는 ‘윤리적 논픽션’이다.
■ 이 책의 기획 배경과 특징을 소개합니다
갈 데까지 간 ‘죽음의 밥상’을 걷어치우고, 새롭게 시작하라!
현대인의 풍성한 식탁 속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 우리는 차차 공장식 농장에서 더 넓은 쟁점들에 대해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령 유기농 열풍, 공정 무역 운동, 그리고 여러 윤리적 소비주의(ethical consumerism) 등등, 따라서 우리는 어떤 식품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해 윤리학적 접근을 취하고자 하는 대중의 커다란 관심에 부응하는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그 결정의 산물이다. _피터 싱어
피터와 나는 기묘한 짝이다. 철학자와 농부라니! 하지만 우리는 좋은 팀이다. 피터는 우리의 윤리적 판단을 검증할 추상적인 철학 이론을 마련한다. 한편 나는 미주리 출신의 촌놈이며, 뼛속까지 실천적인 사람이다. 나는 사람과 장소, 또 추구하는 과제 등에 대해 거칠고 극단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이 있다. 내가 궤도를 벗어날 때마다, 피터는 나를 붙잡아서 우리의 책의 틀에 되돌려 놓곤 했다. _짐 메이슨
우선 두 사람은 “먹는 것도 윤리학이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논지를 펴가고 있다. “우리는 대개 먹는 것을 놓고 윤리를 따지지는 않는다. 도둑질이라거나, 거짓말이라거나, 남을 해친다거나 하는 행동은 확실히 도덕적인 문제에 속한다. 또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문제, 힘든 처지의 이웃을 돕는 문제, 또(이것이 참 중요하다!) 성생활 문제도 대부분 도덕적 문제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뭔가를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사실 성생활보다 절실한 문제이고, 남녀노소 전부 참여하는 행위이건만) 시각이 달라진다. 어떤 정치인의 식생활이 폭로되었다고 치자. 그 결과 그의 정치 생명이 끝장나는 일이 있을까?”(15쪽)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통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윤리에서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을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기독교 시대에는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어들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주된 윤리 문제가 되었다. 과식은 가톨릭에서 ‘7대 죄악’의 하나에 포함되었다. 지은이가 “먹는 것의 윤리학”을 성찰하기 위해 『죽음의 밥상』의 식단을 짜면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요리법(글쓰기 윤리)은 ‘실천적 취재’와 ‘심층적 분석’이다. 그들은 직접 칠면조 농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을 하고, 숱하게 거절을 당하면서도 대형 농장과 마트 등지를 일일이 취재해 이 책을 완성했다. 피터 싱어는 현장을 답사하며 자신의 실천윤리학을 더욱 구체화시켰고, 짐 메이슨은 자기 집안을 삼켜버렸던 대형 농장의 현실을 폭로하며 농부의 자존감을 되찾고자 했다.
이제 미국을 비롯해 소위 선진국으로 명명되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식품을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다. 식품업자들은 구매 욕구 증대를 위해 광고와 홍보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소비자들은 보기 좋게 포장되어 있는 각종 음식들이 싸게 나와 있기 때문에 대형 마트에서 많은 식품을 한꺼번에 구입한다. 그러나 그 싼 가격 뒤에는 납세자들, 지역사회민들, 동물들, 그리고 환경에 대한 부담금이 숨어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가 동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대형 농장 시스템을 허용하게 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해치면서까지 해산물을 잡아들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죽음의 밥상』에서 근심하고 있는 것은 한 개인의 음식 선택이 타자(他者)들에게 미치는 심각한 영향인 것이다.
지은이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농약 만두 파동이나, 한국에서 벌어진 ‘생쥐 새우깡’ ‘칼날 참치’ 소동, 세계적인 공포를 조장하는 AI나 광우병 문제들은 단순히 음식의 유통과 위생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즉 더 나은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일은 몇 분 동안 식품 포장지 라벨을 읽거나 특정한 음식만 고집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지은이는 먹을거리 선택 행위를 윤리적이고 정치 행위의 하나로 여기자고 말하며 그에 따른 다양하고도 급진적인 논점 등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자신이 뭘 먹느냐에 대해 철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방법을 소개한다. 곧 이 시대에 만연되어 있는 ‘죽음의 밥상’을 걷어치우고, 나 자신의 건강도 살리고 세상도 살릴 수 있는 ‘윤리적 식생활’을 새롭게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 방법으로 인도하는 등장인물들은 세 가족이다. 싼 가격과 편리라는 장점을 들어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가족, 식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가지고 유기농 음식을 소비하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가족, 엄격하게 윤리적 기준을 지키며 사는 ‘완전 채식주의자’ 가족. 지은이는 세 가족이 선택한 먹을거리를 살펴본 다음, 그 생산 과정을 거슬러 오르며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다. 세 가족의 식단을 전부 따져보면, 모두 87개의 식품업체가 이들 가족이 선택한 식품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은이는 그 업체 모두에 이 책의 기획을 알리고, 그들의 식품 재료가 나오는 농장들을 알려줄 것, 그리고 그곳들에 방문하도록 알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응한 회사는 극소수였다. 그래서 다시 협조를 구하면서, 업체 측의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14개 업체만이 어떤 식으로든 협조할 의사를 비쳤다. 이렇듯 취재는 쉽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2년여 동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시대의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불편한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이처럼 『죽음의 밥상』은 철저한 자료 조사와 체험으로 차려낸 ‘펄떡거리는 논픽션’이다. 지은이들의 취재는 소설을 방불케 하는 대화와 스토리, 역설과 위트, 팩트와 분석이 뒤섞인 ‘잡식성 문체’로 역동적으로 재미나게 읽힌다. 논점을 놓치지 않은 가운데 수많은 정보의 뷔페를 맛있게 차려낸 지은이들의 솜씨는 또한 원서의 활달한 가독성을 십분 살려낸 번역의 솜씨 덕에 우리 독자들에게 먹음직스럽게 선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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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는 아마도 생존한 철학자 중 가장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는 철학자일 것이다. 그는 분명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이다.-뉴요커
윤리적 소비행위에 대한 성역 없는 논저!-퍼블리셔스 위클리
놀라운 책이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선택할 때 어떻게 윤리적 맥락을 꿰뚫어봐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베지테리언 저널
그들의 주장은 고상한 철학이 아니라, 우리 부엌과 직결되어 있다. 그들의 작업은 절실하고, 긴급하다.-뉴욕타임스
‘우리는 윤리적이기 위해 광신도가 될 필요가 없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여러 가족과 농민 이야기를 하며 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