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40) - 역답사(강경역-함열역)
1. (논산) 강경역
과거 논산의 대표적인 장소는 ‘강경’이었다. 이곳에는 물자를 나르는 배가 오가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이 열렸다. 강경항은 대표적인 항구였고 3대 시장의 하나로 활기찬 장소였다. 하지만 금강하구둑이 생겨 배가 오갈 수 없게 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과거의 명성을 잃어갔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전히 ‘젓갈시장’으로 전국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했던 시장으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강경역에서는 두 가지 다른 테마의 답사를 실행할 수 있다. 하나는 강경읍 곳곳에 숨겨져 있는 근대의 유산을 찾는 ‘근대 문화 답사’와 다른 하나는 금강을 따라 만들어진 ‘황산제’를 걸으며 금강의 분위기를 탐색하는 답사이다. 강경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장소였기에 과거의 많은 흔적들이 숨겨져있다. 보성의 ‘벌교’처럼 자세한 안내가 없어 찾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천천히 걷다보면 근대의 숨결이 담긴 특별한 장소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논산의 대표적인 서원인 <도담서원>에 추증된 김장쟁이나 송시열과 관련된 정자와 모임터를 찾을 수도 있다. 문화재 안내에 나왔듯이 이 지역은 조선 후기를 장악했던 ‘기호학파’의 세력이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강경의 색다른 매력은 금강을 따라 걷는 것이다. 읍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곧바로 금강을 만날 수 있다. 과거 강경포구를 만들어낸 금강은 군산 쪽으로 흘러간다. 강을 걷는 것은 어떤 장소든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나게 해준다. 강은 천천히 흐르고 강 옆에는 풍성한 식물들이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준다. 어제 보았던 탑정호의 물색이 녹색이라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금강의 물색은 원래의 빛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일상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때 아름답다. 때론 특별한 것들이 변화를 가져오고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안정된 존재들이 자리를 지키며 변화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간에 있는 쉼터에서 강과 강 중간에 만들어진 <황산대교>를 바라본다. ‘젓갈’의 강경과 ‘계백’의 황산, 둘 다 무언가 강한 기운이 감지된다. 진한 소금기의 젓갈이 익어가는 강경의 모습이다.
2. (익산) 함열역
강경역 다음 역은 익산의 <함열역>이다. 원래 익산에서 ‘함열’이란 말은 ‘함열리’을 가르키는 말이었는데, 함열읍 와리에 역이 생기면서부터 ‘함열’은 ‘함열읍’을 대표하는 지명이 되었다. 함열는 평범한 읍이었지만 특별한 것은 도로가 무척 넓다는 점이다. 광복절이어서 사람들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역을 나서자 만나게 되는 거리는 어떤 대도시 도로 못지않은 광폭의 길이었다. 그만큼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이 느끼게 하는 장소였다.
함열읍 여기저기를 걸었다. 익산의 북부청사가 보였고 장소는 여유로웠지만 특별한 상업 시설은 많지 않았다. 몇 군데 있는 편의점이 휴식터이자 카페의 역할을 독독히 해내고 있었다. 도시는 정말로 조용했다. 광복절의 태극기는 거리에만 나부끼고 있다. 태극기의 위상과 매력이 특정 집단의 독단적 행동으로 인해 중요성과 가치가 많이 훼손되었다. 현재의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가치를 분열시키는 발언으로 광복절의 의미를 오염시키고 있다. ‘극우’라는 말을 대통령에게 적용시키게 되는 현재의 상황은 비극적이다. 지도자들은 ‘통합’의 가치를 포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파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다 ‘성당’을 발견했다. 1959년에 만들어진 <함열성당>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성당 앞에는 어설프게 만들어진 <피에타상>이 자리잡고 있다. 성당 앞에 만들어진 제법 넓은 터를 보면서 생각한다. 여행을 하다 만나게 되는 절과 성당의 의미는 그곳에 휴식과 평화를 위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간은 사람들의 출입을 허용하고 그곳에서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부여한다. 여행의 피곤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휴식을 통하여 현재의 나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것은 절과 성당 건축물의 위엄있는 모습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의 힘으로부터 파생한다. 일상과 함께하면서도 분리된 성스런 공간, 하지만 결코 위압적이거나 강요하지 않은 분위기가 신앙과 관계없이 절과 성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평안을 제공하는 것이다.(개신교 교회는 대부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뿐 아니라 문이 닫혀있다는 점에서 절과 성당과 비교하면 전형적인 폐쇄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첫댓글 - 관광버스 젓갈시장 강경 나들이, 가끔 대학 때 함열로 간 농촌봉사활동(교육과 담배농사)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