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는 에로스(큐피드)의 아내이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사랑의 여신 비너스(아프로디테)가 질투하여 프시케를 해코지하려 한 대단한 존재가 아니던가. C.S. 루이스는 <우리가 얼굴을 알 때까지>에서 에로스와 큐피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이야기와 유사하다고 보고 글을 전개했다.
프시케 미모와 아프로디테의 노여움
어느 왕국의 왕과 왕비사이에 세 딸이 있었다. 세 딸중 막내딸의 아름다움이 뛰어났는데 먼 나라에까지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비너스)에게 바치던 경의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불사적인 신들에게만 표해야 하는 경의가 인간을 찬양하는데 남용됨을 보고서 여신 아프로디테는 몹시 노했다.
그녀는 아들 에로스(큐피드)를 시켜 프쉬케가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물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명령했다. 에로스드는 잠든 프쉬케에게 다가가 화살을 쏘려고 했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프시케의 모습에 반해 사랑을 쏘지못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후부터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받은 프시케는 뛰어난 미모를 칭송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구혼자가 없었다. 그녀의 언니들은 모두 결혼을 했다. 프시케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자신의 미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미녀들의 딜레마를 말하는 듯하다 그녀의 운명을 두려워한 부모들은 아폴론의 신탁에 문의했다. 신탁의 대답은 그녀의 남편은 괴물로써 산정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시케는 운명에 순종하기로 하고 산에 올라갔다. 산에 혼자 남게 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던 프시케를 제퓌로스(서풍)가 꽃이 함빡 핀 골짜기로 인도해주었고 그녀는 점점 마음이 진정되었다.
남편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곳은 아름다운 숲이 있었고 더 들어가자 굉장한 궁전이 있었다. 궁전에 들어간 프시케는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목소리로 그녀를 안내하는 하인들의 시중을 받았다. 프시케의 남편은 어두운 밤에만 찾아왔고 날이 밝기 전에 떠나갔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사랑에 충만하였고 그녀의 마음에도 같은 애정을 불러일으켰다. 프시케는 신랑의 모습을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지만 신랑은 신방에다 불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의심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자 하였으나 그는 그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프시케는 부모님과 언니들이 자신의 소식을 듣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을 것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남편에게 그것을 이야기했고 그는 언니들이 프시케를 보러오는 것을 허락했다. 언니들이 궁전에 찾아왔을 때 프시케는 목소리만 들리는 수많은 시종들로 하여금 언니들의 시중을 들게 하여 목욕도 하고, 음식도 먹고, 여러 가지 보물도 자랑하였다.
동생의 화려한 생활에 언니들은 질투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니들은 프시케가 남편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만드는 질문을 계속했고 남편은 무서운 괴물이며 언젠가 프시케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니들의 말에 개의치 않으려 했으나 프시케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밤이 되자 그녀는 등불과 칼을 준비했다. 그리고 남편이 잠들었을 때 등불로 남편의 얼굴을 보았는데 남편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앞에 보인 것은 무서운 괴물이 아니고 신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매력 있는 신이었다. 그의 금빛 고수머리는 눈과 같이 흰목과 진홍색의 볼 위에서 물결치고 어깨에는 이슬에 젖은 두 날개가 눈보다도 희고, 그 털은 보들보들한 봄꽃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프시케는 신랑의 풍채에 넋을 놓고 있다가 남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자 그만 등불의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을 그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기겁을 하고 깨어난 에로스는 프시케를 꾸짖었다.
잠에서 깬 에로스는 흰 날개를 펴고 창 밖으로 날아갔다. 에로스가 떠나간 뒤 그녀가 있던 자리는 궁전은 없어지고 정원도 사라지고 그녀는 넓은 벌판만이 남았다. 프시케는 남편을 찾아 밤낮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서 방황하였다.
프시케는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케레스)의 충고를 받아 아프로디테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기로 했다. 아프로디테는 여전히 분노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고 프시케에게 자신의 신전에서 일을 하도록 했다. 아프로디테는 창고에 쌓인 비둘기의 모이로 많은 밀, 보리, 기장, 완두, 편두 들을 같은 종류끼리 가려놓으라고 했다. 우리 나라의 <콩쥐팥쥐>에서 계모가 괴롭히는 모습처럼 보이는군.
일거리가 너무나 많아 프시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에로스는 개미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프시케를 도와주었다. 일이 모두 끝난 것을 보고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남편을 꾀어냈다고 화를 내었다.
다음날 여신이 맡긴 일은 훨씬 위험한 것이었다. 강둑에 황금색 털이 난 양떼가 있는데 가서 털을 조금씩 베어오되 어느 양의 털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프쉬케는 물가로 내려갔지만 양이 사납고 마릿수가 너무 많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물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하는데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손을 써서 갈대에다 양털을 걸어두게 할 테니까 있다가 거두어 가세요.” 강의 신이었다. 해그름에 프시케가 갈대밭으로 나가보았더니 모든 양의 털이 골고루 갈대에 걸려 있었다. 프쉬케는 황금 양털을 한 아름이나 거둘 수 있었다.
프시케의 희생
여신의 세번째 명은, 저승 세계로 내려가 저승 왕비 페르세포네(Persephone, 로마신화에서 프로세피네Proserpine)로부터 ‘아름다움(일종의 화장품)’을 조금 가져와 아프로디테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죽으라는 말이었다. 그 내용이 흥미로워서 좀 더 자세히 읽어보자.
이 말을 들은 프시케는 이제 죽었다 생각하고, 몸을 거꾸로 떨어뜨려 땅속으로 내려가는 가장 가까운 길을 택하기 위해 높은 탑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곡식의 신 데메테르였다. 데메테르(로마신화에서는 키레스.Ceres)가 프시케가 저승세계 왕비를 도와줄 수 있었던 이유는, 저승의 왕비가 데메테르의 딸이기 때문이었다. 프시케에게 지하세계로 가는 길과 위험을 피하는 방법,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는 방법들을 알려주었고 절대 프로세르피네의 상자를 열어보아서는 안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일으킨 기적으로 프시케는 저승왕비를 찾아간다. 저승왕비는 ‘아름다움’이 든 상자를 하나 주면서, 인간은 절대로 상자를 열어보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지하세계를 '하데스(로마신화에서는 풀루토)'의 세계라고 부른다.
드디어 저승세계의 왕비 페르세포네를 만나서 값진 물건으로 가득 찬 상자를 받고서 왔던 길로 되돌아오는데, 다시 햇볕을 보게 된 것을 기뻐하며, 그 위험한 일을 무사히 마치고 나자,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 속에 든 것은 ‘아름다움’은 없고 지옥의 잠(휘프노스, 깊은 수면)만이 들어 있었다.(잠을 자는 것이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미인은 잠이 많은 법인가). 지옥의 잠이 상자에서 해방되자 프시케에게 덤벼들었고, 그녀는 길 한 가운데 쓰러져 꼼짝도 못하고 잠만 자고 있는 시체처럼되었다. 누가 깨워주지 않으면 그 잠은 곧 죽음일 터였다.
결혼, 영원한 사랑
어깨의 화상 치료를 끝낸 에로스가 프시케를 찾아와 잠을 깨워주웠다. 다시 에로스는 제우스(주피터)에게, 사랑의 끝을 아름답게 맺어줄 것을 청원했다. 제우스는 두 연인을 위해서 간곡히 아프로디테를 설득시켜서 마침내 그녀도 승낙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로마 메르쿠리우스, 영어로는 머큐리 Mercury)를 보내 프시케를 천상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그녀가 도착하자 제우스는 불로불사의 음식이라는 암브로시아를 손수 한잔 권하면서 말한다.
이렇게 프시케는 마침내 에로스와 정식으로 혼인한다. 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나니 이 딸의 이름은 라틴어로 ‘볼룹투스(쾌락)’이다. 에로스와 프시케 사이에서 태어난 딸 '볼룹타스'는 쾌락과 희열, 행복의 여신이다.
※ 프시케는 인간의 영혼을 말한다. 진정하고 순수한 행복을 누리려면 불행과 고난을 통하여 정화된 영혼이 필요하다. 나비(butterfly)의 그리스어가 프시케이다. 영혼은 나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