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오후 7시, 서울 신길초에서 뜻 깊은 독서 행사가 열렸다.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주최한 '가족과 함께하는 별빛 독서 기행'. 올해가 첫 회지만 '책으로 마음 열기' '독서 특강' '몸짓 놀이' '독서 퀴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도는 최고. 10월의 마지막 밤이 별처럼 빛났다. |
취재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도움말 교사(서울 동작초등학교) 백화현 교사(서울 국사봉중학교)·윤정애 장학사(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정현아 교사(서울 봉래초등학교) 사진 모델 학부모 유정아·학생 임정연(보라매초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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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 하지만 가족이 함께 참여할 만한 독서 행사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별빛 독서 기행' 은 책을 주제로 온 가족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리. 행사 취지에 공감하는 가족인 많아서인지 참가 인원이 예상 인원 90명을 훌쩍 넘어 120명 가까이 됐다. 행사를 담당한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윤정애 장학사는 "해마다 실시하는 사이버독서감상문대회와 사이버독서논술대회 수상 학생, 관내 초·중학교에서 독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초대했다. 맞벌이 주부들과 아빠들의 참석률을 높이려고 저녁 시간에 시작했는데, 참가 가족이 많아 행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고 전한다. |
책과 만나는 즐거움 만끽 |
서울청소년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출발한 별빛 독서 기행 프로그램. 서울 중대부중 주상태 교사의 '책으로 마음 열기'에 이어, 서울 국사봉중 백화현 교사의 '독서 특강'이 참가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강의 주제는 '친구와 함께하는 책 모임 어떻게 할까?' 였다. 백 교사는 "요즘 아이들의 고민 두 가지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 는 것과 '배움의 기쁨을 모른다' 는 것이다. 또래 친구들과 책 모임을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 고민을 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으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서울 신림중 2학년 이관림 학생은 "귀찮다는 이유로 책 모임을 미뤄왔는데, 특강을 들으니 꼭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토론하고 독서 기행도 다니고 싶다" 는 의견을 밝힌다.
다음은 서울 동작초 류명숙 교사가 진행하는 '톡톡톡 재미있는 독서 이야기' 다. 류교사는 <모치모치 나무>를 읽고 "진정한 의미의 용기와 내가 원하는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고 주문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용기의 정의와 정성스런 메시지들을 모으니 커다란 용기 나무 탄생. 중1 아들과 함께 참석한 권용주(42·서울 관악구 성현동)씨는 "선생님이 읽어준 그림책 내용이 인상 깊었다. 용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잊고 살던 감성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집에 있는 그림책을 꺼내 읽으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고 소감을 전했다.
강당으로 자리를 옮긴 초등 5~6학년 학생과 부모들은 서울 봉래초 정현아 교사가 진행하는 '몸짓 놀이'에 참여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읽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풍선에 적어 날리니 강당은 축제 분위기. 아이와 부모가 손을 잡고 마주 보면서 1분 동안 눈으로 대화하는 활동은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같은 시간, 서울 신림중 송경영 교사는 도서관에서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서 퀴즈' 를 진행했다. 책 제목을 알아맞히고 내용을 떠올리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 오후 10시를 넘긴 시간까지 열기가 뜨거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가족 손을 잡고 산책하듯이왔는데, 정말 알차고 재미있어서 3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별빛 독서 기행은 가을밤에 딱 어울리는 행사라고. 그리고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초대해 좋은 경험을 나누면 좋겠다고. |
TIP 집에서 이렇게 벤치마킹! 01 그림책으로 소통하기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자녀는 부모와 관심사가 다르고 대화 소재도 한정적이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생각과 입장이 달라 감정이나 의견 충돌이 잦다. 류 교사는 "아이에게 잔소리하기보다 비슷한 상황과 주제를 다룬 그림책을 읽고 소통하라" 고 권한다. <돼지책>은 '가사 분담 어떻게 할까?', <까마귀의 소원>은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누구에게 기꺼이 줄 수 있을까?', <배고픈 여우 콘라트>는 '대가를 지불할 만한 가치 있는 것은 무얼까?'를 주제로 가족토론이 가능하다.
02 '자음 퀴즈'로 독서 흥미 유발 가족 독서는 바람직한 책 읽기 형태. 서점에나가 관심 분야의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부모가 중학생 때 읽은 책을 골라 빌리는 방법을 권할 만하다. 주말을 이용해 독서 타임을 만드는 것도 방법. 책제목이나 작가 이름의 자음을 따서 퀴즈를 즐긴 뒤, 책 이야기로 넘어가면 부위기가 한결 부드럽다"고 말한다.
03 또래 친구와 책 모임 만들기 또래가 공감하는 소재와 주제가 담긴 책을 읽은 뒤 생각과 느낌을 나누면 사춘기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백 교사는 "책 모임의 장점은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고민을 해결하는 한편, 독서의 재미를 넘어 책읽기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작가의 고향이나 문학촌 등으로 독서 기행을 떠나라. 문학작품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책 모임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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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오시형 교육장 "독서는 성장의 밑거름" |
가족과 함께하는 별빛 독서 기행을 기획한 이유는? 우리 삶은 빨리 가는 지름길도 필요하지만, 돌아가는 길의 느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학업이라는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행사를 마련했다. 가족의 정과 타인에 대한 배려, 사랑, 협동심을 키우기 바라는 마음도 크다.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 미래를 꿈꾸면서 한 뼘 더 성장하리라 믿는다. |
앞으로 독서 활동 계획은? 초·중학생, 학부모, 교사를 위한 독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11월에는 학생과 교사를 위한 인문학 콘서트, 12월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형 토론 캠프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지역 도서관과 연계해 '가족과 함께하는 별빛 독서 기행' 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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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학생(서울 국사봉중 1) "'골고루 독서' 실천할 계획" |
별빛 독서 기행에 참가한 소감은? 저녁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행사가 드문데, 엄마와 동생과 함께 책을 주제로 게임을 하고 특강을 듣고 퀴즈도 풀면서 많이 웃을 수 있어 즐거웠다. 여기서 만난 다른 학교 친구들이 좋은 책을 많이 알고 독서를 즐기는 모습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앞으로 관심을 덜 기울이던 생물 관련 책까지 찾아 골고루 읽을 것이다. |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한 '2014 사이버독서감상문대회' 금상을 수상했다. 독후감 잘 쓰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면? '나도 이런 경험 있는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경험을 독후감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제목 뽑을 때도 신경 쓴다. 대다수 친구들은 '○○○을 읽고' 라고 쓰는데, 좀더 인상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눈길을 끄는 핵심어나 문장,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생각 등을 찾아 제목으로 활용한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