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가 웬지 좋다.
한가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다.
더욱이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밀린 농사 일을 할 때면 기분이 좋다.
이날도 예배 후 심심하다는게 아닌가?
예빛은 놀러를 가자는데 농사 일이 밀렸으니
함께 고추따러 가자니 수빛은 적극 찬성이다.
예빛은 시큰둥하다가 가겠다며 따라 나온다.
집에 있기보단
뒷산에 올라 맑은 공기랑 바깥 바람을 쐬면 좋을 듯해
가끔씩 아이들을 일부러 데려가기도 한다.
좋은 경험도 될테고......
작업 능률과 재미를 위해
고추 따는데 돈을 주기로 했다.
의견들이 분분했다.
하나에 100원을 제안했다.
아내가 반대다.
5원을 해야한단다.
이젠 예빛이 반대다.
겨우 5원이냔다.
그렇지 이젠 100원도 아이들에겐 시시한데....
수빛은 아직 돈개념이 없어 가만 듣고만 있는다.
결국 하나당 10원하기로 했다.
두 녀석이 신나게 딴다.
수빛은 따서는 하나씩 계속 나른다.
예빛은 마대자루 하나를 아예 들고서 제법 잘 딴다.
수빛은 아직 고추를 잘 따지 못했다.
순이 꺽이기도하고 고추꼭지가 떨어지기도하고....
그럴 때면 울상을 하며 "나는 말썽쟁이야"란다.
단어 사용을 잘하지 못하기에 교육상 좋지 않겠단 생각에
수빛이 말썽쟁이가 아님을 알려줬다.
나름 최선을 다하다가
익숙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인데
말썽쟁이라니 말도 안된다.
농담으로
울상을 지으면서 하는 말이지만
그냥 두면 좋지 않을 듯해 설명을 해 줬다.
"열심히 하다가 실수한건 말썽쟁이가 아니야!!!
수빛이 얼마나 착한데....
엄마 아빠 일을 이렇게 도와주는데.....
아빠는 고맙기만 한데.....
고추를 조심해서 따면 돼"
그랬더니 수빛이 씩 웃는다.
그러면서 고추따는 법을 알려줬다.
그럼에도 잘 될 리가 없다.
20여분 지났을까?
이젠 지루한 모양이다.
자기가 딴 고추를 세보라니 예빛이 잘도 센다.
수빛은 숫자를 10까지도 제대로 못한다.
예빛이 도와줬다.
예빛은 72개
수빛은 20개란다.
720원 / 200원
저녁 예배 후 집에 와선 1,000원씩 줬다.
돈벌기 힘들지 했더니 재밌단다.
요놈들.....
아이들이 잠자리 잡으며 놀 동안
아내랑 부지런히 추수했다.
벌써 이번이 네번째 추수다.
고추따면서 우리 가정 한 해
고춧가루 소비량을 아내에게 물어봤다.
보통 30-40근 된단다.
30근은 넘고 40근은 못된단다.
40근하면 2.4킬로그램이네.
많지 않는 듯하다.
교회 김장을 보통 50포기를 한다.
언젠가부터 교회 김장용 고춧가루도 우리 가정에서 해결하고 있다.
우리가 고추 농사도 짓다보니 교우들이 가져오지 않는다.
쌀농사를 짓고나니 이젠 쌀도 주지 않으신다.
겨울에 진행되는 공동식사 식량도 모두 우리 가정에서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좋은게 아닌데....
이런 모습들때문에 농사짓는답시고
교회 풍토를 훼손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찾아 올 때도 종종 있다.
다른건 몰라도 성미제도는 부활시킴이 좋겠단 생각은 하고 있다.
얏튼 교회김장용까지 합쳐서 40근정도 먹는단다.
교회 김장할 땐 고춧가루 20근이면 충분하단다.
올해는 벌써 60근은 추수를 했다는게 아닌가?
20근은 아는 분이 사러 왔기에 벌써 판매를 했단다.
한 근에 보통 9,000원이란다.
20근이면 1.2킬로 밖에 안된다.
물론 건조한 것이지만.....
그런데 그게 180,000원이라니 비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건조하는 과정이 있으니 품값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20근이면 양이 많지 않은데.....
작년보다 고추값이 내렸다는게 아닌가?
다른 작물엔 관심이 없다보니 난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한 번 판매를 하다보니 주변에
시세를 알아봤던 모양이다.
428포기를 심었더니
고추 자립도 되고 판매도하고 감사하다.
더 이상 판매는 하지 못하겠다.
작년까진 탄저병때문에 추수를 세번도 겨우했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비가 많지 않아 병이 아직도 없다.
두세번은 더 추수를 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양은 별로 많지 않다.
지금까지 보니
두번째 추수때가
가장 많이 나온 듯하다.
9월 1일(화)에도 추수를 했다.
그때 추수한 건 건조시설이 없기에
일반 고추로 판매를 했다.
농협에서 일반 고추도 취급을 한다는게 아닌가?
한 박스에 10킬로씩 담는다.
세 박스가 나왔다.
이틀 뒤에 광주원협에서 온 문자를 보니 박스당 11,000원씩 판매되었단다.
일반 고추랑 건고추랑 어느 것이 유리한지 계산을 해 봤다.
일부러 10킬로그램을 별도로 건조시켜 무게를 재 봤다.
근 1.8킬로그램이 나왔다.
건조해서 1.8킬로그램이면 3근이다.
한근에 9,000원이니 27,000원이 나온다.
건조한 것과 건조하지 않고 그냥 판매한게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게 아닌가?
건조비가 들어간다해도 심하다.
고추가 갓 나올 땐 일반 고추도 시세가 좋단다.
올해도 10킬로에 2만원선까지 했을 때가 있었단다.
그럴 땐 건조하는 것보다 그냥 판매하는게 좋을 듯하다.
건조기가 없는 사람은.....
시세를 봐가면서 판단하는게 좋을 듯 싶다.
아내랑 재밌는 실험을 해 봤다.
앞으로 돌작밭에 고추를 계속 심을 예정이다.
우리 가정이 먹고도 30근은 남을 듯하다.
작년처럼 탄저병이 일찍 찾아오면 자립도 못한다.
이번에 문제점은 두줄묶기였다.
내년부턴 번거롭더라도 세번 줄을 묶어야 될 듯하다.
비가 오니 두줄을 묶었는데도 넘어지는게 아닌가?
골간격을 조금더 넓혀야 할 듯하다.
고추 가지가 벌어져 골로 들어가 추수하는게 쉽지 않았다.
판매에 목적이 있지 않으니 최대한 편하게 추수도 함이 좋을 듯하다.
고추 심는 간격은 40-50센티로 함이 좋을 듯하다.
유기농에 대한 도전은 꾸준히 해야함에도 쉽지 않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자닮) 홈피를 보면서
이번에 고추와 관계된 내용이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자닮은 하동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유기농 약재를 스스로 만들어
실제 농사에 활용하는데 도움을 주는 모임이다.
한 번 가 본다는게 아직도 못하고 있다.
요기선 유황과 오일 두 가지로 대부분 병충해를 방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참으로 링크를 걸어두니 홈피를 둘러보면 알게 될 것이다.
70대 할매의 좋은 경험담이다.
목사인 내가
자닮과 같은 역할을
마을에서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농사기술도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관행농에 대해서도 아직 일천하지 않는가?
관행농을 익혀가며 더 부지런히 유기농의 실제 대안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나의 실제 농사에 적용해서 성공해야 자신감있게 알릴 수 있지 않겠는가?
목사인 내가
바로 이런 역할을
마을에서 해야하는데....
뜻을 갖고 있으면 언젠간 되겠지.
고추 농사 일년차 70대 할매의 유기농 도전 성공기
http://www.naturei.net/CONTENTS/contents_view.html?section=2&category=77&code=8294
80MB
우리 어머니 / 이원수 시, 백창우 곡, 굴렁쇠 아이들 노래
음악이야기 참고 / http://cafe.daum.net/galgeygolstory/FUNl/3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