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면 눈이 떠진다. 워낙 초저녁에 누우니 별 수 없다. 옆에 루카가 누워 자니 불도 켤 수 없다. 자는 듯이 누워 있으니 등이 아프다. 일어나서 거실에 널어놓은 빨래나 개어 놓아야겠다. 식구가 다섯이니 빨래도 무지하게 많다. 식구별로 정리해 놓았다. 아이들은 일어나자 마자 배고프다고 한다. 늦게 잠든 엄마 아빠는 한 밤중인데 아이들은 배고프다니 셋이서 아침상 차리고 빵을 먹는다. 버터만 바른 빵을 좋아하는 루카. 죠나는 무엇이든 오케이. 작은 요구르트를 두 개씩 먹고 빵 하나도 거뜬히 먹는다. 우유는 둘다 싫어 해서 물 먹고...
먼저 먹은 우리는 거실로 놀러가고 엄마 아빠의 아침 시간. 쉴새없이 엄마를 불러대는 두 아들 덕에 엄마는 아침도 제대로 먹기 힘들다. 루카는 게임을 하기 원하는데, 죠나가 달려들어 게임 판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래도 둘이 다이아몬드 게임 한판 했다. 두 아이와 씨름하는 사이 아침은 끝나고엄마 아빠와 함께 노는데 정신 팔리고 중간 중간에 할머니도 불러 제껴 쫓아 다니다 보니 오전 시간이 어떻게 지냤는지 알 수 없다. 덕분에 주일도 잊어버렸다.
점심해 먹고 공원으로 나간다.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것 보다 공원에 가서 뛰게 하는 것이 쉽단다. 밤에 잠도 잘자고...
아빠와 루카는 축구하고, 효은와 죠나와 나는 공원 산책. 산책 도중에 공원을 벗어나 큰 길로 나간다. 도심으로 나가는 길을 내게 가르쳐 주기 위한 거란다. 그 길로 나가면 에든버러 대학이 있고, 계속가면 에든버러 박물관이 나오고, 아래 길로 내려가면 에든버러 성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이 된다. 가을에 와서 지나갔던 눈에 익은 길들이 나타난다. 효은은 자기 공부 때문에 나를 데리고 다닐 수 없으니 아이들이 없는 낮에 혼자서 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려는 것이다. 유모차에서 잠든 죠나를 재울 겸 노천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 한잔을 시켜 마신다. 일요일에다가 해가 나니 사람들이 모두 길로 몰려 나왔나보다. 게다가 관광객들도 넘쳐난다. 햇빛이 강렬하다. 눈을 찌를듯하다. 바닷가에 공기가 맑아서 햇빛이 여과없이 쏟아지나보다고 생각했다. 효은은 해가 좋다고 해를 마주보고 앉는다. 효은은 이곳에서 시작한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자기 공부 이야기. 나는 한국에서의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에든버러 대학을 구경하며 축구하는 루카와 아빠가 있는 공원으로 돌아온다. 자 이제 짐을 꾸려 집으로 가야지.
그런데 공원을 나오는 길이 익숙하지 않다. 좀 빙 돌아서 나오는 것 같다. 오잉~
이유는 아이스크림 트럭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으면 루카는 죠나에게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라고 하고, 그것을 본 죠나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떼를 쓴다. 그 떼가 메가톤 급이다. 형님이 아우를 시켜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떼쓰는 방법이다. 루카가 발견한 방법이다. 손대지 않고 코푸는 방법?
'내가 사줄까?'고 효은에게 물으니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파는 것은 값만 비싸고 맛이 없단다. 조금 걸어가면 맛있고 값이 좋은 아이크림 집이 있단다. 할머니가 거기서 사줄 것이라고 달래가며 길을 건넌다. 죠나는 막무가내로 뻗대고. 힘이 좋아서 감당하기 힘든다. 이태리 아이스크림 집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산다. 사위는 싫다고 하고, 아이가 둘인데... 그리고는 빈 아이스크림 담는 과자를 하나 더 달라고 해서 둘로 나눈다. 이유인즉 죠나는 너무 좋아하는데 많이 먹이면 안되고, 루카는 아이스크림 자체 보다는 담는 과자에 더 관심이 있단다. 결국 루카는 자기 몫도 다 못먹고 아빠를 주어서 아빠가 아이스크림 먹고 남은 과자만 먹었다. 하나 가지고 셋이 먹기. 효은이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혼자서 맛있게 먹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원래 좋아하지 않는다. 달아서 싫다. 덕분에 할머니는 돈이 굳었다.
집에 돌아와 낮에 준비했던 반죽으로 피자를 만들어 굽는다. 오랫만에 아이들에게 핑크퐁 유투브를 컴퓨터로 보여주니 세상이 조용하다. 나도 피곤해서 누우니 부엌은 둘 차지 사이좋게 웃으며 요리하는 모습니 예쁘다.
반죽이 좀 잘 안되었다고 하지만 피자는 가게에서 파는 것 보다 맛있었다. 루카도 죠나도 나도 신나게 먹는다. 한국에서 밀가루 적게 먹으려고 꽤나 노력했는데 여기서는 방법이 없다. 아침 빵, 점심 국수, 저녁 피자. 어쩌랴!
먹고 나니 아이들 잠자는 8시가 넘었다. 모두 씻고 침대로 직행. 나도 아침까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