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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보종찰 송광사에서의 팔재계수계 소고
송광사에서 거행되는 팔재계법회와 전문포교사 품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7시 40분에 집을 나서 전철 편
으로 조계사에 도착하니 9시 20분전이다. 지정된 버스에 승차하여 9시 35분경 조계사를 출발, 정암휴게
소에서 중식을 하고 오후 3시경 송광사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이곳 송광사까지 버스로 오는데 5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조계산대승선종송광사(曹溪山大乘禪宗松廣寺)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있는 일주문 왼편 개울을 끼고 자리
잡은 삼청선각(三淸僊閣)쪽으로 건너는 나무판자 다리를 건너 사자루(獅子樓)에서 짐을 풀고 포교사복으
로 옷을 갈아입고 먼저 대웅보전으로 갔다. 대웅전의 세분 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잠시 정좌하여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곳 대웅전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불을
모신 곳으로써 불단 쪽을 바라보면 왼쪽으로 부터 지장보살, 미륵부처님, 보현보살, 석가모니부처님,
문수보살, 연등부처님, 관세음보살 순으로 모셔져 있다.
특이한 것은 미륵부처님이 선정인(禪定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마도 도솔천에서 선정에 들고 계신 모습
을 형상화한 것 같아보였다. 제일 우측의 관음보살님은 왼손에 연꽃을 들고 오른손에 감로병을 쥐고 서
있었으며, 문수보살님은 오른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서 있고, 보현보살님은 왼손에 잔을 받쳐 들고 서 있
었다. 지장보살님은 왼손에 보주를, 오른 손에 육환이 달린 주장자를 들고 서서 계셨다. 불단 우측에는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모습을 그린 탱화가 있었으며 좌측에 신중탱화가가 있는 것이 타 사찰과는 다르
게 보였다. 법당 밖으로 나와 대웅전을 바라보니 우측으로 지장전이 있고 지장전 뒤편에 행해당(行解堂)
이 있었으며, 대웅전 좌측으로는 승보전(僧寶殿)이, 승보전 뒤편에 관음전이 위치하였고 대웅전 바로 뒤
편에는 진여문(眞如門)을 지나 설법전(說法殿)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후 4시에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시작된 입재식에는 포교원장스님(혜총스님)의 치사와 송광사 주지스님
(영조스님)의 환영사를 비롯, 포교사단장의 인사말로 입재의식을 마치고 기념촬영 후 5시 반부터 40분
가량 포교부장스님께서 포교사가 지켜야할 마음자세와 불자가 지녀야하는 청정심이 곧 평상심임을 일깨
우는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잠시 휴식 후에 저녁 6시 30분부터 저녁예불이 시작되었다. 예불에 앞서 종
고루(鐘鼓樓)에서 네분의 스님이 교대로 치는 법고소리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낮과 밤의 경계인 시공
간을 힘차고 생동감 있는 리듬으로 채운다. 북을 치는 스님의 장삼자락이 춤추는 나비의 날개인양 북소
리의 선율에 따라 펄렁이는 모습이 천인(天人)의 몸짓처럼 아름다우면서 장중하다. 북의 중앙에서 시작
하여 좌우로 동시에 팔을 뻗어가며 치는가하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원을 그리기도 하고, 좌우편
으로 동시에 두 팔로 원을 그리기도 하면서 시방세계에 두루 하는 어리석은 중생의 고통을 두개의 막대
기로 어루만지듯, 중생들의 모든 번뇌를 가사자락으로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무아지경으로 법고를
치고 또 친다.
15분가량의 힘찬 법고소리가 오랜 겁의 시방세계를 진동케 하는가 싶더니 뒤이어 은은하면서도 웅장한
범종의 타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아득한 세월 아득한 곳에서 고통 받는 지옥중생들이 이 범종
소리에 평안을 느끼도록 깊고 높이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연이어 목어소리와 운판소리가 바다와 허공
을 울리더니 경쾌하고 은은한 경쇠소리에 맞추어 대중들의 예불소리가 법당 안팍을 장엄한다. 고개를 들
어보니 날씨 탓인지 동녘 하늘에 유독 별 하나만 빤짝이다. 예불이 끝날 무렵에는 그마져 사라지고 없었
다.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다. 팔재계를 위한 송광사 율원장스님(도일스님)의 금구(金口)같은 법문에
이어 팔관재의식이 시작되고 9시경 송광사 율주스님(지현스님)의 지계의 공덕에 대한 법문과 계사 스님
이신 포교원장스님(혜총스님)의 수계의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포교사들의 지계다짐과 수계절차가 여법하게 끝나고 저녁 10시 무렵이 되어 촛불행진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따가운 햇살로 사람을 지치게 하더니 저녁에는 찬 밤 기온이 몸을 웅크리게 한다. 석가모니불을
염송하면서 절 밖으로 나서는데 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땅위로 내려앉은 별 마냥 오롯한 촛불
무리들이 별빛처럼 밤길을 비추인다. 소각장에서 미리 써온 사경지를 태우고 다시 되돌아 일주문을 향
하는데 그제서야 밤하늘에 별들이 여기저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훨씬 지났다.
아마도 한 시간 반은 걸었는 듯하다.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참회기도가 계속되고 새벽 3시에 스님의
도량석이 새벽을 깨우면서 3시 30분에 시작되는 법고소리와 33번의 범종타종에 이어 목어와 운판소리가
끝나자 법당안의 쇠북소리가 1분쯤 울리더니 곧이어 아름다운 예불소리가 새벽의 허공을 가른다.
새벽예불 후 율주스님의 관정의식에 대한 유래와 의미에 대한 법문에 이어 네 분의 덕 높은 스님으로
부터 1200여명에 달하는 포교사의 성스러운 관정의식이 진행되었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보살계를 받는
불자의 마음가짐과 수지공덕에 대한 가슴 저미는 스님의 보배로운 법문과 함께 보살계를 수계하고 곧
이어 제13회 신규포교사와 제2회 전문포교사의 품수식이 대중스님들의 치하와 포교사님들의 축하 속에
서 여법하게 치러지고 받은 바 거룩한 계율을 각자의 가슴에 영원토록 수지하는 기쁨을 길이 새기도록
하는 포교원장스님의 만세삼창으로 금번 송광사 팔재계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였다.
마침 끝날 무렵 이 정부의 종교편향정책을 바로잡고 정법을 길이 지키고자하는 염원을 실은 범 종단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동시(오전10시)에 거행하는 33번의 타종이 송광사의 종고루(鐘鼓樓)에서도 힘차
게 울려퍼짐으로써 재계자(齋戒者)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겨 주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위없는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청정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불기 2552년 8월 31일/지우합장]
첫댓글 느끼신 소감을 잘 정리하셔서 올려주시니 다시 보아도 그 때의 감동이 새롭습니다. 부디 위없는 깨우침을 얻어 성불하시길 합장배 드립니다.
지우 전문포교사님,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세히 정리해 놓으신 정성 정말 감복입니다. 감사합니다. _()_
잘 정리하셔서 그때의 환희를 다시 맛보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대화상님께서 이처럼 훌륭한 글을 올려주신 큰 공덕으로 원만성불하시옵기를 발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