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영진시장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상권이 거의 죽어 가는 곳이었다.
6만명이 넘는 지역상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낡은 건물, 청결하지 못한 시설, 상인들의 불친절 등은 소비자의 발길을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으로 돌리게 했다.
특히 이 지역에 백화점, 할인점 등이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영진시장은 그 존폐의 기로까지 가는 심각한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98년 말 영진할인마트(김일규 사장)가 영진시장 상가 내에 들어서면서 이 곳은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황금상권으로 변모했다.
20년 동안 쌓아온 김 사장의 슈퍼마켓의 노하우를 이곳 영진시장내 쏟아 부은 결과이다.
그리고 지난 7월 영업에 적지 않은 손실을 주던 셔틀버스가 없어지면서 고객들도 멀리 있는 할인점에 가지 않고 친근하며 배달까지 가능한 이곳 영진할인마트로 오고 있다.
슈퍼마켓의 대부
1980년 김 사장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미니수퍼"라는 슈퍼마켓 상호를 달고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에 한남체인 등 체인형 슈퍼마켓이 대거 활개를 치고 있었지만 수퍼라는 상호는 상당히 낯설었다.
이후 80년대 전국 곳곳에 슈퍼마켓이 등장하면서 슈퍼마켓은 국내 유통산업의 중심 축으로 자리 매김했다.
개점 초기에 고객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일취월장하던 김 사장은 혼자서는 영업이 어렵다고 판단,
4년 만에 미니수퍼를 접고 동작하이퍼마켓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슈퍼마켓의 활로를 확대해 갔다.
그리고 98년 지금의 영진할안마트를 경영하며 서울남중부조합을 창립하는 등 개인적 사업은 물론 지역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업현황
98년 11월 26일 오픈한 영진할인마트의 일 매출액은 1000만원을 상회한다. 이곳은 전형적인 주택가로 상권은 6만 세대에 달한다.
하루 내점객수는 1500~1700명이고 객단가는 6000원선.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손님이 대거 몰려온다.
매장크기는 150평이 넘으며 취급품목은 6000여가지로 거의 모든 물건을 구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일리지, 쿠폰, 시간당 할인행사는 물론이고 두 달에 한번 전단지를 만들어 정기적인 세일행사도 겸하고 있다.
또 매장 한편을 창고화하여 소비자가 매주 1박스를 구입할 때 번거로움 없이 곧장 빼와서 배달하는 등 고객 편의를 우선 생각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
경쟁점포는 인접한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 대형 할인점부터 마주보고 있는 세명마트까지 다양하다.
이들 점포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영진할인마트의 가격은 다른 점포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싸다.
가격이 싼 이유는 김 사장의 경영방침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영진할인마트에서 파는 제품 질이 떨어지는 것은 없으며 오히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구입한 제품은 다시 이 곳에서 꼭 구입한다.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그러나 영진할인마트는 매장 특성상 구조적인 문제를 많이 안고 있다. 그 동안 김 사장의 노련한 경영으로 2년 반 동안 잘 유지해왔으나 앞으로는 많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놓여 있다.
우선 영진할인마트는 매장 입구가 6~7곳이 되다 보니 도난, 보안상의 많은 문제가 상당히 크다.
또 다른 문제로, 넓은 매장을 관리하다 보니 많은 수의 직원이 필요할 수 밖에 없어 관리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과 막대한 관리비로 운영상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개점 후 지금까지는 저렴한 가격, 질 좋은 상품,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올 10월, 매장 진열방식을 대폭 바꿀 생각이다.
여러 문제점 중에서도 보안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매장 환경개선을 대폭 강화하고 레이아웃을 새로 단장할 복안을 가지고 있다.
또한 10월부터는 야채, 청과, 정육 등을 임대로 운영할 생각이다. 임대로 운영하는 것이 인건비 절약과 김 사장의 육체적 피로 감소에 상당한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이 세 품목은 전문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여타 공산품 등의 매출향상과 직결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체와의 직거래 상품도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개인 점포운영, 서울남중부조합 이사장직 외 지역유지로서 개인 명함이 30장에 달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사장이지만 항상 유통관련 책을 들여다보고 대형점포를 찾아 다니면서 장단점을 비교하는 등 영원한 수퍼맨으로 남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