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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낙대전 연장전 양상 전대 당권 둘러싼 계파갈등 가세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탈환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시장을 꺾을 수 있는 뚜렷한 주자가 보이지 않은 인물난 탓이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불리한 여론지형 속에서 오세훈 시장과 비교할 때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는 주자들은 전무하다. 말그대로 블랙홀 공천이다. 게다가 서울시장 출마의 깃발을 높이 든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를 둘러싼 잡음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는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서울시장은 단순히 17개 시도지사 중 광역단체장 한 자리가 아니다. 수도권 선거는 물론 전체 지방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민주당으로서는 대선패배 이후 극적으로 서울시장을 탈환할 경우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윤석열정부 견제에도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서울시장 선거 승자는 차기 유력주자로 정치적 체급이 수직상승한다. 서울시장 선거와 민주당 미래 정치지형의 함수관계를 짚어봤다.
- “오세훈 대항마 없다” 인물난속 송영길 출마놓고 자중지란
- 宋 불가론 속 이낙연 차출론…컷오프 철회 후폭풍 지속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의 미래권력 추이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과 이재명 상임고문의 길어진 잠행 탓에 민주당의 권력지형은 진공상태에 가깝다. 이 때문에 6.1지방선거 준비는 물론 2024년 22대 총선, 더 나아가 2027년 차기 대선을 겨냥한 당내 주요 세력의 파워게임 또한 치열하다. 이재명 상임고문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적지 않다.
특히 송영길 전 대표의 공천 여부를 놓고 이른바 ‘친명 vs 반명’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경선을 뜨겁게 달궜던 ‘명낙대전 시즌2’라는 평이 나온다. 송 전 대표의 공천 및 서울시장 선거 성적표에 따라 당내 정치지형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이재명 고문의 정치적 재등판이 앞당겨질 수 있다. 반대로 대선경선 패배 이후 2선후퇴로 전열 재정비에 나섰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당권 장악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대결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권을 놓고 대격돌을 벌일 전망이다.
서울시장 인물난…송영길 불가론속 하마평 '난무'
민주당은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초대형 압승을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및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따른 견인 효과였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싹쓸이했다. 4년 후의 상황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대선패배의 여파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서울과 경기로 집중된다. 이재명 고문이 우세했던 경기를 지키고, 열세였던 서울은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 더구나 서울시장 선거전 승리는 정국 주도권 장악은 물론 유력 차기주자 확보라는 부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4.7 보궐선거와 대선 성적표를 고려하면 현역인 오 시장의 벽을 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자천타천으로 수많은 인사들이 거론됐다. 86세대의 리더격인 김민석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인물난과 관련해 ‘강경화·강병원·김현종·박용만’ 등 서울시장 신(新)4인방론을 띄웠다. 김 의원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글로벌 서울의 시대정신에 맞고 박영선 보궐선거를 지원해본 탁월한 통합형 여성 지도자 △97세대의 맏형격인 재선의 강병원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잘 준비된 매력적인 포스트 86형 정치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과 함께하고 소신과 실력을 갖춘 실용형 글로벌 검투사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재계의 김근태 같은 느낌과 이력을 지켜온 귀한 기업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더 나아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공개 차출을 요구하면서 “오세훈 시장에 대비한 쟁쟁한 무게감, 유시민 과잉기소와 한동훈 과잉보호를 비교하는 국민적 관심 등 서울시장 선거와 지방선거 전체를 순식간에 달궈낼 ICBM”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탈환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서울지역 의원들도 파격적인 새 얼굴 발굴을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시당 49개 지역위원회 위원장 일동’ 명의의 입장문에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풍부한 후보군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에 부합하는 가장 경쟁력 있는 서울시장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의 핵심은 ‘송영길 불가론’이다. 대선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정치도의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천을 정치기반으로 수십여년간 활동해온 송 전 대표의 출마는 선거전략상으로도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다.
출마종용->컷오프->철회 후폭풍…돌고돌아 송 明心 논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6명이다. 송영길 전 대표, 재선그룹의 리더격인 박주민 의원, 열린민주당 출신의 정봉주·김진애 전 의원, 김송일 전 전남행정부지사, 김주영 변호사 등이다. 이대로 서울시장 경선이 실시될 경우 송 전 대표의 공천이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송 전 대표의 경쟁력에는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초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은 거물급들이 경쟁했다. 서울시장은 당선이 곧바로 유력 차기주자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현 정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물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미스터쓴소리로 불리며 대선 경선에 나섰던 박용진 의원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이들은 당 안팎의 크고작은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고사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 17일 리얼미터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 22.4%, 송영길 전 대표는 20.3%로 각각 나타났다. 이어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9%, 정세균 전 국무총리 5.8%,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5.7%의 순이었다. 출마 의사를 밝힌 건 송 전 대표가 유일했지만 이 전 대표의 차출론이 꾸준히 제기된 근거다. 이 전 대표와 송 전 대표는 오세훈 현 시장과의 양자대결(오세훈 50.8% vs 송영길 37.1%, 오세훈 49.2% vs 이낙연 35%)로 별 차이가 없었다.
당 안팎의 대안부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왔다. 송영길 불가론과 필승카드 회의론이 부상하면서 차라리 이낙연 전 대표 또는 박영선 전 장관을 내세워야한다는 논리였다. 이후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송영길·박주민 컷오프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힘을 얻지 못했다. 엄청난 반발 속에 결과적으로 ‘송영길 카드’밖에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민주당 비대위가 지난 21일 전략공천위의 ‘송영길·박주민 서울시장 공천배제’ 이른바 컷오프 결정을 이틀 만에 뒤집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고질적인 인물난 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돌고돌아 송 전 대표로 사실상 결론이 난 셈이다. 비대위가 당 안팎의 비토 여론에도 ‘송영길 컷오프’ 결정을 180도 번복한 것은 ‘오세훈 대항마’를 찾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아울러 서울시장 경선과 관련해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다자경선을 결정했다. 당원 50%,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결정할 경우 경쟁력있는 외부인재 수혈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정치적 운명을 걸고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한 송영길 전 대표의 벽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돌고돌아 송영길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송영길 불가론 및 컷오프를 둘러싼 민주당 계파갈등의 뇌관이 폭발한 것은 부담이다. 당사자인 송 전 대표의 반발은 물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정면 충돌했다. 송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대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출마를 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사실상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궁지 모면을 위해 난데없이 이재명 후보를 앞세우는 해당적인 분열꼼수정치를 즉각 거둬들이라”고 반박했다.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직전 당 대표였던 분이 계파 운운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개입설도 나왔다. 다만 이 상임고문 측은 “이재명 상임고문이 박지현 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해 ‘송영길 전 대표의 경선 참여’를 설득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박지현 위원장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전화나 텔레그램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해프닝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천내홍=계파갈등…책임공방속 8월전대 ‘분수령’
민주당의 서울시장 공천갈등의 본질은 미래권력 게임이다. 6.1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패스하고 오는 8월 전당대회 당권을 누가 잡느냐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차기 당권을 장악해야 오는 2024년 22대 총선 공천을 주도하면서 차기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명낙대전(이재명 vs 이낙연) 시즌2다.
특히 서울시장 공천 논란의 와중에서 ‘이낙연 차출론’이 불거진 점은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에서 극심했던 이재명 상임고문과 이낙연 전 대표의 갈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할 것인지 또는 경선을 실시한 것인지에 따라 양측의 정치적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낙연 전 대표의 단독추대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컷오프와 더불어 서울을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9일 본인의 차출론을 둘러싼 혼란이 확산되자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저는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 실패 이후 미국 연수를 준비해 왔다”며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자 등 몇 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고 불출마 의지를 못박았다. 다만 이 전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서울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하고 단독 추대할 경우 막판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는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현실적 요구도 있었다.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만이 아니라 구청장, 시의회 구의회 선거에서 승리해야 차기 총선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재명 상임고문이 8월 전대에서 당권을 장악, 차기 총선에서 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물갈이 공천에 나설 경우 정치적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도 없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에 친이재명계도 강력 반발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그룹들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사면초가다. 대선경선에서 패한 이낙연 전 대표의 차출론이나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라면서 “여권을 향한 부동산 민심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시장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력한 리더십과 오락가락 행보를 고려하면 선거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는 이후”라면서 “서울시장 선거패배가 현실화할 경우 계파간 책임공방이 분출하면서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장악을 위한 전면전 양상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재등판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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