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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울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뚜란
땅 살림 시골 살이
인간극장 [그해 겨울, 어머니와 나는]과 산문집 <똥꽃>을 통해 잘 알려진 농부 전희식의 산문집. 저자는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며 생명을 살리는 농사짓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저자가 모시는 것은 어머니뿐 아니라 공생 공존하는 온갖 미물들과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이 책에는 저자의 이러한 생명 모심의 철학과 범부로서 농사지으며 있었던 다양한 시골 살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전북 장수군 덕유산 중턱, 고즈넉한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농부 전희식. 그리고 치매에 걸리신 여든아홉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딸 새날이와 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새들이. 그곳에서 복닥복닥하며 살고 있는 시골마을 사람들. 또 이들과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개와 닭, 우렁이와 지렁이, 곡식들과 풀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 모두이다.
저자가 책에 담아낸 것 중 가장 많은 사연들은 시골마을 사람들과 알콩달콩 엉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오랫동안 노동운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다가 귀농을 했지만, 이제 누구보다도 농부다운 농부가 되었다.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와 주고받는 농이 진하게 무르익어 정겹기만 하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 살기 위해선 '이웃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렇다고 저자가 그려내는 농촌의 풍경이 마냥 포근하거나 핑크빛 모습은 아니다. 투박한 농촌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정겹고 따뜻한 풍경 그대로지만, 자본주의의 침투와 거기에 적응해가는 실상까지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주름진 삶의 모습,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넉넉한 모습을 정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글쓴이의 말 | 귀농과 귀촌을 권하는 사회 …… 4
감자 놓던 날 …… 14
참견은 즐거워 …… 17
고맙다 지렁이 …… 21
귀농하여 살아가기 …… 24
조용한 시골 마을의 공포 …… 35
한여름 밤의 이야기 …… 40
땅이라는 것 …… 45
재치 덩어리 호박 덩이 …… 48
양지 쫓는 사람 …… 52
줄 풀어진 개 ‘금이’……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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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의 첫 출산 …… 64
귀농인 큰잔치 …… 68
생명 살림 농사와 우리말 쓰기 …… 71
방아 찧어주고 얻은 새경 …… 76
아들아 변심하기 없기다 …… 80
할아버지와 티격태격 …… 84
집 나가겠다는 할아버지 …… 88
동침 …… 93
‘흰꼬’의 주검을 묻다 …… 100
내 영혼의 넝쿨손 ……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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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태우기 …… 106
휴가 온 도시 사람들 …… 111
우리 어머니 신났네 …… 116
이토록 환한 뒷간 …… 123
타작하는 날 만든 당그레 …… 127
호박잎 구하기 대작전 …… 129
젖 값 내놓으라는 어머니 …… 133
우리 영감, 말은 안 들어도 글은 들을랑가 …… 139
사람 맴이 변덕이지 …… 145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 ……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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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좀 팔아줄티여? …… 154
택시 …… 157
꼬부랑 일꾼 다 모였네 …… 162
동지섣달의 추석 …… 166
‘시골 쥐’의 서울 나들이 …… 169
살아남은 닭, 구원된 나 …… 174
닭들의 눈 흘김 ……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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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이거 남 얘기 아닌데? …… 183
맨발의 콩밭 매기 …… 188
봄을 부르는 것들 …… 191
‘미래 청년’ 심원보 …… 197
우렁이의 사생활 …… 203
중국에서 온 일꾼들 …… 206
보 막으러 가세 …… 211
어머니의 마을회관 나들이 …… 217
‘생명살이 농부학교’ 아이들 …… 222
쪼그랑 씨감자 …… 228
나는 어린애 달래듯이 하며 지렁이가 몸을 편다 싶을 때 줄자를 대놓고 셔터를 눌렀다. 길이는 30센티미터가 조금 넘었다. 사진을 찍고는 제일 축축해 보이는 밭 구석에 지렁이를 모시고 가서 흙으로 잘 덮어주었다. 지렁이 한 마리가 1년에 평균 10킬로그램의 거름을 만들어낸다는데, 너는 덩칫값을 꼭 하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사람 중에는 먹기만 하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도 있지만 지렁이는 먹는 것 자체가 일이니까 덩치만 크고 빈둥거리는 지렁이란 있을 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다만 남의 밭으로 넘어가지만 말라고 당부했다. 남의 밭에 가면 맹독성 농약 때문에 명대로 살지 못할 테니, 이 밭에서 좋은 짝 만나 자식 많이 낳고 자자손손 천수를 누리라고 축복을 해주었다.
―「고맙다 지렁이」에서 - 알라딘
새벽에 일어났는데 금이가 낑낑대는 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맞다, 새끼 낳는구나’ 싶어서 마당 구석에 있는 개집에 가 봤더니 정말 금이가 새끼를 낳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목줄이 말뚝에 칭칭 감겨 있고 개집 속에 깔아준 몇 장의 수건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밤새 진통이 오죽 심했으면 저랬을까 싶었다. 부랴부랴 말뚝에 감긴 목줄을 풀고 마른 수건을 가져다 다시 깔았다. 자리를 만들어주자마자 새끼 한 마리를 툭 낳아버렸다. 새벽 6시가 조금 못 된 시간이었다.
―「‘금이’의 첫출산」에서 - 알라딘
“어무이. 머리에 물 부을게요. 눈 꼭 감으세요.”
“귀 안 먹었어! 온 동네 다 떠들어라. 지 에미 병신 에미 굿을 해라, 굿을 해!”
“하하하. 어무이 머리에 물 부을게요. 눈 꼭 감으세요.”
“이기요. 하지 말랑게 더 찌랄하고 자빠졌네.”
“어무이. 말 하지 마세요. 입에 비눗물 들어가요.”
“한 번 말하믄 됐지 실삼시리 카노 와?”
“인자 안 그랄게요.”
“이 물은 오데로 가노?”
“이 물요? 이 물은요. 하늘나라로 가요.”
“그라믄 우라부지 동네 가겄네?”
“예. 하늘나라 외할아버지 동네 갔다가 비가 돼가지고 내린대요.”
“별일이네.”
“어무이. 물 따싱게 좋죠?”
“말하믄 뭐해야. 따싱게 좋지.”
―「젖 값 내놓으라는 어머니」에서 - 알라딘
<추천사>
임정남 (의사 및 경기도 광주시 보건소장) : 전희식은 훌륭한 의사이다. 그는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귀농지를 옮겼고, 사랑과 존경이란 명약으로 치료하고 있다. 또 전희식은 뛰어난 화가이다. 감칠 나는 사투리로 농촌 생활을 담아냈는데, 글을 읽다 보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는 생명평화론자이다. 마을 주민과 친화하고 생명을 수호하려는 참 인간으로서의 행동이 감동으로 전해진다. 특히 개, 닭, 우렁이 등의 미물들에 대한 사랑은 독자들의 황폐화된 심성을 촉촉이 적셔준다.
한미례 (보건직공무원) : 전희식은 농촌의 삶을 절대로 보랏빛 또는 핑크빛으로 비추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농촌의 삶을 보여주고, 자본주의에 점점 적응해가는 농촌의 실상과 저자의 독특한 자연 생명 철학이 배어 있는 에피소드를 시와 수필로 풀어놓았다. 그 안에는 농촌 사람들의 땅에 대한 집착과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 편의 수필이 주는 잔잔한 웃음이 한 움큼 풀냄새와 고향의 흙냄새를 맡은 느낌이다.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오랫동안 생각하게 한다.
박용연 (전시안내) : 결실의 기쁨을 맛보는 일은 신성한 노동의 과정을 통과했을 때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바른 길이리라. 소박하지만 자기 주도적인 삶. 그런 삶을 살면서, 나아가 환경과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전희식 선생님의 글은 나처럼 도시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격려와 용기가 될 것이다.
저자 : 전희식
최근작 : <엄마꽃>,<엄마하고 나하고>,<똥꽃> … 총 4종 (모두보기)
소개 : 195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곡절 많은 학창 시절을 겪었고, 한때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생태적 삶에 대한 자각을 하고 1994년 전북 완주로 귀농했고, 치매 앓는 어머니를 모시기로 작정하고 2006년에 전북 장수로 거처를 옮겨 살고 있다.
2011년 현재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대안공동체인 ‘밝은마을’의 이사와 생명ㆍ환경ㆍ개벽 운동 단체인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보따리학교’와 ‘100일학교’ 일에 열심이며 ‘생명살이 농부학교’를 운영한다.
저서로 귀농 생활을 담은 『아궁이 불에 감자를 구워먹다』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담은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가 있다.
전희식의 한 마디
시골 와서 농사짓고 산 지 16년째가 되다 보니 농사짓고 살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정말 뭐가 좋을까요?
시골 와서 농사짓지 않았으면 이렇게 책을 낼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책을 내는 것이 좋은 일이냐를 떠나서 틈틈이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제 경우는 시골에 와서 그게 가능해졌습니다.
매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보따리 싸 들고 산에 들어가서 명상 수련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시골 와 살았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형편없는 제 돈벌이 능력을 고려할 때 이렇게 온전한 자연식품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것도 시골 와 농사짓고 살지 않았다면 엄두를 못 낼 일입니다.
성격도 많이 누그러워진 것 같고, 몸도 건강해졌고, 아이들도 잘 자랐고, 세끼 밥 안 거르고 잘 먹고, 여력이 닿는 대로 이웃을 도와가며 살고 있으니 큰 복이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병들고 늙으신 우리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는 것도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기에 망정이지 도시에 줄곧 살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곡절이야 있었지만 시골로 내려온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으니까 잘한 선택 같습니다.KBS 인간극장 <그해 겨울, 어머니와 나는>과 산문집 『똥꽃』을 통해 잘 알려진 농부 전희식의 책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전희식은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며 생명을 살리는 농사짓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저자가 모시는 것은 어머니뿐 아니라 공생 공존하는 온갖 미물들과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전희식의 이러한 생명 모심의 철학과 범부로서 농사지으며 있었던 다양한 시골 살이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알콩달콩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에 윤기를 더한 삽화는 저자의 딸인 전새날이 직접 그려 넣었다.
어머니를 모시며, 우렁이와 지렁이를 모시며,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전북 장수군 덕유산 중턱, 고즈넉한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농부 전희식. 그리고 치매에 걸리신 여든아홉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딸 새날이와 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새들이. 그곳에서 복닥복닥하며 살고 있는 시골마을 사람들. 또 이들과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개와 닭, 우렁이와 지렁이, 곡식들과 풀들…….
『땅 살림 시골 살이』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 모두이다. 저자에게 이 땅위에서 ‘살림’ ‘살이’를 하는 모든 것들이 모심의 대상이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은 어머니다. 혼자 힘으로 7남매를 키우시고 농사일에 누에치는 일, 길쌈까지 하시며 억척스럽게 사셨지만 누구보다 현명하고 경우 바르셨던 어머니. 그런데 여든이 넘어 다시 아기가 되신 어머니와 함께 전희식은 시골로 들어갔다. 어머니를 가장 잘 모실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 간 곳이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이다.
전희식은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세숫물도 갖다 드리고, 머리도 곱게 빗겨드리며 온갖 수발을 다하는 아들이지만 어머니 눈에는 농사일이며, 살림이며 서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늙고 병들었어도 여전히 자식 걱정뿐인 어머니,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들을 전희식은 모시고 산다.
전희식이 모시는 또 다른 것은 땅과 땅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이다. 호미나 괭이질을 할 때도 함부로 땅을 내리찍지 않고 살살 긁어낸다. 농사일에서 가장 큰 일꾼이라고 생각하는 지렁이가 다칠까봐서다. 또 총총한 별들이 보이는 ‘생명살이 뒷간’을 한 달여에 걸쳐 힘들게 짓기도 했다. 집을 지을 때처럼 모든 자재는 다 재활용이었다. 전희식이 땅위의 생명들을 소중히 모시는 이유는 ‘주어진 자연을 피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면화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겨운 농촌 사람들과
다복다복 복닥복닥 어울려 살아가기
전희식이 이 책에 담아낸 것 중 가장 많은 사연들은 시골마을 사람들과 알콩달콩 엉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오랫동안 노동운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다가 귀농을 했지만, 이제 누구보다도 농부다운 농부가 되었다.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와 주고받는 농이 ... KBS 인간극장 <그해 겨울, 어머니와 나는>과 산문집 『똥꽃』을 통해 잘 알려진 농부 전희식의 책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전희식은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며 생명을 살리는 농사짓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저자가 모시는 것은 어머니뿐 아니라 공생 공존하는 온갖 미물들과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전희식의 이러한 생명 모심의 철학과 범부로서 농사지으며 있었던 다양한 시골 살이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알콩달콩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에 윤기를 더한 삽화는 저자의 딸인 전새날이 직접 그려 넣었다.
어머니를 모시며, 우렁이와 지렁이를 모시며,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전북 장수군 덕유산 중턱, 고즈넉한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농부 전희식. 그리고 치매에 걸리신 여든아홉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딸 새날이와 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새들이. 그곳에서 복닥복닥하며 살고 있는 시골마을 사람들. 또 이들과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개와 닭, 우렁이와 지렁이, 곡식들과 풀들…….
『땅 살림 시골 살이』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 모두이다. 저자에게 이 땅위에서 ‘살림’ ‘살이’를 하는 모든 것들이 모심의 대상이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은 어머니다. 혼자 힘으로 7남매를 키우시고 농사일에 누에치는 일, 길쌈까지 하시며 억척스럽게 사셨지만 누구보다 현명하고 경우 바르셨던 어머니. 그런데 여든이 넘어 다시 아기가 되신 어머니와 함께 전희식은 시골로 들어갔다. 어머니를 가장 잘 모실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 간 곳이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이다.
전희식은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세숫물도 갖다 드리고, 머리도 곱게 빗겨드리며 온갖 수발을 다하는 아들이지만 어머니 눈에는 농사일이며, 살림이며 서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늙고 병들었어도 여전히 자식 걱정뿐인 어머니,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들을 전희식은 모시고 산다.
전희식이 모시는 또 다른 것은 땅과 땅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이다. 호미나 괭이질을 할 때도 함부로 땅을 내리찍지 않고 살살 긁어낸다. 농사일에서 가장 큰 일꾼이라고 생각하는 지렁이가 다칠까봐서다. 또 총총한 별들이 보이는 ‘생명살이 뒷간’을 한 달여에 걸쳐 힘들게 짓기도 했다. 집을 지을 때처럼 모든 자재는 다 재활용이었다. 전희식이 땅위의 생명들을 소중히 모시는 이유는 ‘주어진 자연을 피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면화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겨운 농촌 사람들과
다복다복 복닥복닥 어울려 살아가기
전희식이 이 책에 담아낸 것 중 가장 많은 사연들은 시골마을 사람들과 알콩달콩 엉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오랫동안 노동운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다가 귀농을 했지만, 이제 누구보다도 농부다운 농부가 되었다.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와 주고받는 농이 진하게 무르익어 정겹기만 하다. 귀농 10여 년이 훌쩍 넘다 보니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 살기 위해선 ‘이웃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그려내는 농촌의 풍경은 마냥 포근하거나 핑크빛 모습은 아니다. 투박한 농촌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정겹고 따뜻한 풍경 그대로지만, 자본주의의 침투와 거기에 적응해가는 실상까지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하지만 농촌은 아직 우리가 가야 할 ‘오래된 미래’에 가깝다.
전희식은 주름진 삶의 모습,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넉넉한 모습을 정직하게 담아낸다. 농촌 사람들이 살아가는 쉼표와 같은 일상을 들여다보면 잔잔한 웃음과 한 움큼 풀냄새와 고향의 흙냄새를 맡는 느낌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무료진료 공로를 인정받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교황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의사 임정남은 추천사에서 전희식을 ‘치매 걸린 어머니를 사랑과 존경이란 명약으로 치료하고 있는 의사이며, 감칠나는 사투리로 농촌의 생활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 화가이며, 마을 주민과 친화하고 온갖 미물들과 생명을 수호하려는 생명평화론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전희식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로, 대안공동체 ‘밝은마을’ 이사로, ‘보따리학교’와 ‘100일학교’ 선생님으로 동분서주하고 있고 ‘생명살이 농부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며 농사를 짓고, 생명을 살리는 농사일을 이웃들과 함께 꿈꾸는 그는 쉴 틈이 좀체 나지 않는다. 낳고 기르고 모시는 일에는 밤낮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 일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