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돌아 온 제비
허연옥
강남서 연미복 차려입은 제비가 타향땅 적응이 안되어 고향에 돌아왔다. 막상 고향에 돌아와 보니 옛집은 온데간데 없었다.
문명이라는 괴물이 구석구석 파고들어, 좁은 땅 위에 다세대가구인지 창문만 빼곡하게 박힌 높은 건물들이 들어 차 있었다
개구리 울음소리 정겨운 무논은 어디론지 이사를 했고, 정성들여 지어놓은 손때 묻은 옛집도 흔적이 없어 낯선 타향 같았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간판을 걸어놓고 점포들이 이름모를 물건들을 팔며 서양사람들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살았던 옛집은 위치조차도 예측할 수 없어 어리둥절 헤매다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
원룸 창틀 위에 부채꼴 모양이 그려진, 와이파이 기계가 매달린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길가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에도 부채모양의 그림이 물음표를 달고 있었다.
"옳구나!"
"이 기계가 저 스마트폰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우리도 빠른 정보를 받아 집을 허물게하는 비바람, 눈 내리는 날의 일기예보를 빨리 보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미복 신사는 물찬 여인 제비를 찾아 부부의 인연을 맺고, 이 기계를 주춧돌삼아 집을 지어 보자고 의논을 했다. 명당을 찾아 헤매는 동료들을 불러 수다스런 의논 끝에, 기발한 생각들을 수집하여 설계를 서둘렀다.
멀리 있는 무논을 찾아내 반죽하기 좋은 진흙을 한모금씩 물고 왔다. 여린 발로 토담을 쌓아놓고, 들판과 산 속을 뒤적이며 휘어지는 지푸라기 자재를 야무지게 물고 날랐다. 층층계단 아치형에 철근을 촘촘히 넣어가며, 철옹성같은 튼튼한 집 지으려고 신나게 퍼 날랐다. 힘든 길 지치면 전깃줄에 나란히 않아 수다를 떨고, 사랑스런 눈빛을 주고 받으며 피로를 날려 보냈다. 몇 날을 들락날락 이 고을 저 고을 다니며, 좋은 자재를 찾아 불륨감있고 오목한 토담집을 마무리 했다.
아랫목엔 폭신한 지푸라기 융단을 깔아놓고 해산을 했다. 바쁜 중에도 몰래 사라을 나누며 자손을 잉태했었나 보다. 연미복에 어울리는 자손들을 오붓하게 품어놓고, 밤 소쿠리 생쥐 드나들 듯 먹잇감을 나르기에 신바람이 났다. 들과 산을 오가며 맛있는 벌레들을 물고 와, 후손들 고르게 키우려고 두루두루 훑어본다. 가끔은 사랑스런 입맞춤해가며 자식사랑 시끄럽다.
삼월 삼진 날 온 제비는 강남으로 다시 가기 위해 긴시간을 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킬 것이다. 하루종일 날으는 연습을 해서 팔월 말경이면 아쉬운 발걸음을 해야한다. 전깃줄에 불러 모아 무리를 지어 떠날 채비를 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
타향 적응이 힘들어 고향에 돌아와, 겨우 오 개월 정도를 살다가 떠나게 된다. 잠시 살아갈 집을 짓기 위해 그리도 바쁘게 자재를 날랐나. 자그마한 체구로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냈다.
가장 좋은 결실은 자손을 낳아 애지중지 길러서, 따뜻한 남쪽나라로 함께 떠나는 기쁨이 제일 클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 못지 않게 제비도 건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의무도 단단히 감당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떠나는 제비를 또 다시 기다리게 될 것이다. 미물인 제비가 가진 능력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가끔 부실공사로 쉽게 무너지는 건물을 보면서 인력으로 허물지 않으면 부서지지 않는 제비의 기술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기간 동안 제비의 모든 능력을 보면서 우리는 자식을 능력있게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까 돌아본다. 스스로 긴 여정을 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제비의 교육이 훌륭했기에 부끄럽다.
몇 년 전부터 제비 보기가 드물다. 무논과 먹잇감이 사라진 환경때문에 제비들 시골에 모여 살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농약을 먹은 벌레를 제비가 먹게 되면 죽는다고 했다. 그것도 제비의 이동 경로와 수가 줄게 되는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풍요로움을 기원하는 농심이지만 , 자연을 사랑하는 농사법을 연구하면 그 바램도 같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해질 무렵 제비들이 원형을 그리며 무논 위로 날라, 물놀이 하는 서정적인 풍경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가올 긴 여정을 준비하면서, 미식가의 입으로 산천초목 다니며 먹잇감을 부지런히 날라다 먹인다. 먼 길을 버티는 에너지를 축적해 두기 위함이리라. 귀소성이 있는 제비니 내년에도 후년에도 어딘가에서 제비를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이 떠나는 날 제비집 아랜 ,어미새의 분뇨가 고향을 표시해 두고 떠날 것이다. 그리고 힘들게 지은 집도 고스란히 남겨두고 갈 것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아쉬운 발걸음하면서 내년에 돌아 올 생각도 남겨 두고 갈 것임은 분명하다.
작년 이맘때 쯤 30년 살아 온 주택을 도시계획이라는 시의 방침때문에 비워주고 나온 것이 제비를 보면서 간절한 생각이 난다. 평생을 살겠다고 구석구석 리모델링을 하고, 정원을 아름답게 전지해 둔 그 집이 그립다. 아마 제비도 강남 하늘 아래서 고향집을 그리며 살 것 같다.
아담한 토담집을 두고 떠나는 제비, 다시 돌아오는 날은 봄날의 아지랑이 춤추며 초록 달고 오겠지.
첫댓글 멋진 제비가 내년에도 올 것 같아요^^
묘사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이 내재되어 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