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이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에 실린 시>
사순절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시 한 편 음미해 보시지요.사랑이 무엇인지 쉽고 진하게 마음속 깊게 다가옵니다.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당신은 오직 한 분이고 다른 사람들은 여럿입니다. 한용운에게 당신은 부처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여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게 당신은 오직 한 분 ‘그분’이십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십자가에 달리시고, 십자가로부터 부활하신 ‘그분’ 말입니다. 제 백발, 눈물, 죽음까지도 안아주시고 닦아주시고 품어주실 ‘그분’의 사랑을 스님의 시를 통해서 사순절에 만납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를 손글씨로 한 번 써보시면 어떻까 합니다. 어느 시인은 만약 결혼식 주례를 한다고 하면 주례사로 이 시를 읽어주겠다고 하더군요. 괜찮을 것 같지요?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전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정말 괜찮은 시가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한용운(1879.8.29.~1944.6.29.)- 독립운동가, 승려, 시인으로 1919년 3.1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했다. 1926년 저항시집 ‘님의 침묵’을 출간했다.
첫댓글 이런 사랑을 현실에서 주는 사람 어머니 생각도 납니다
그분께서는 제가 살아있음이 이리도 고통스럽고 모멸감에 비참한 삶을 견디어 내라 하시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