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영 하실 분?
이 책의 최종 목표는 교육지옥으로부터 학생, 학부모, 선생, 국민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것이며 그 해법으로 ‘전국에 서울대 10개를 만들자’라는 대단히 단순한 방법을 제시한다. p.12 ‒프롤로그‒
지옥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확 와닿는다. 그리고 그 지옥 생활마저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각종 재난사고, 감염병, 의료대란 등 요즘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거기에 입시제도나 명문대와 의대 진학 쏠림에 따른 과도한 경쟁과 선행사교육 등 교육과 관련된 문제와 스트레스도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정말 하루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저자 김종영 교수는 교육개혁의 방법으로 ‘전국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서열화된 대학체제로 인해 특정 대학들이 독점적 지위권력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그 권력의 정점에 있는 SKY를 향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1개의 고속도로(서울대)를 10개의 고속도로(서울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 입시제도의 문제점, 외국의 대학체제와의 비교, 교육개혁의 실패 원인, 대학개혁의 여러 가지 방안과 장단점, 대학통합 네트워크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많은 근거자료를 제시해가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 저자의 일관된 주장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전략과 방향으로 7가지를 제안하는데 이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최소주의자 전략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창조적 기획으로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학개혁과 대학입시를 분리하여 입시를 건드리지 말고 사립대 문제도 제쳐 두자. 고속도로를 만드는데 처음부터 국도와 지방도까지 다 계획에 포함 시키려면 시작하기도 어렵다.
2. 대학 이름을 ‘서울대’나 ‘한국대’로 바꾸어라
인서울/지방대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이름 자체를 바꾸어 버려야 한다. 지방대의 이름을 서울대나 한국대로 바꾸어 수천만 원짜리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다.
3. 10개 대학에 서울대만큼 예산을 투입하라
서울대 10개를 만들려면 서울대만큼의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예산을 투자하는 만큼 연구 결과와 성과가 높아져 지방대도 SKY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4. 서울대 학위의 양적완화
누구나 원하는 서울대 학위라는 상징자본의 양적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대 학위의 신용경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울대 10개를 만들어 서울대 학위를 찍어 내야 한다.
5. 대학의 통폐합과 특성화를 단행하라
지방대들 사이의 통합도 필요하지만 미래 10개의 서울대는 각 캠퍼스의 학문적 역사와 전통, 교수진의 역량과 발전 가능성, 학과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특성화와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6. 탁월한 산학관 네트워크를 만들어라
나파 밸리, 실리콘 밸리, 소렌토 밸리의 교훈은 창조권력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잘 보여준다. 교육의 세계적인 중심지를 지방에 만들어 줌으로써 서울대 10개가 만들어지는 지역들은 기존 산업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창조할 것이다.
7. 축적의 시간을 주어라
서울대 10개를 만들면 서울대 학위의 가치가 떨어져 학생들이 서울대를 제치고 연고대를 더 선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학벌 추구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과 지방 대학들의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7가지 제안 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1번을 꼽겠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일이 준비를 완벽하게 한 다음에나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주의자 전략으로 저항을 줄여 큰 틀에서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 지면, 일단 개혁을 시작하고 세부적 사항과 문제점은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이 대학개혁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보단 훨씬 낫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외국의 연구중심대학 성공사례가 대부분 이공계 중심이고 인문, 사회 같은 문과 계열의 사례는 알기 어려웠다는 것과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국민의 참여와 확산을 끌어낼 구체적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한국의 명문대를 향한 지나친 열망은 계급병목현상을 가속화하고 그에 따른 사교육 수요와 비용을 증가시켜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그래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부터 직관적인 이 프로젝트의 방향과 유용성에는 상당히 동의하고 지지한다.
창조는 저항을 동반한다. 그것은 기득권의 저항, 학부모의 저항, 사교육 세력의 저항, 재정적 저항, 법률적 저항, 관료집단의 저항, 편견의 저항, 무지의 저항 등 무수히 많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다. 이 거대한 저항을 뚫기 위해서는 영혼을 끌어모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p.322 ‒에필로그‒
당신은 이 교육지옥으로부터 우리 모두의 해방을 위해 ‘대통영’(대학통합네트워크를 위해 영혼을 끌어모은 사람)이 될 생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