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이야기
윤근택(수필가)
요즘 나는 ‘나사’가 밥벌이수단이다. 다양한 나사를 죄고 풀고 함으로써 꽤 많은 월급여를 받고 있다. 내가 어느 아파트 ‘전기·영선(營繕)주임’으로 재취업해 있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신통방통한 나사. 사실 나뿐만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나사 없이는 잠시잠깐도 생명을 부지할 수 없다. 그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가 다루는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는 나사로 조립되어 있기에 그렇다.
오늘밤, 탐구심이(?) 많은 나는, 이 아파트 전기실에서 불침번을 서면서, 인터넷 검색창에다 나사에 관해 온갖 질문을 던지게 된다. ‘네이버 박사(?)’ 와 ‘다음박사(?)’ 가 아주 진절머리를 낼만치 꼬치꼬치 질문을 다음과 같이 하게 되었는데... .
1. 나사의 기능은?
답) ‘연속적인 나선형 홈이 있고, 보통 둥근 원통 모양인 나사는 기계 제작에 쓰이는 부품으로서 물체를 고정하거나 힘과 운동의 방향을 바꾸어 줄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2. 나사의 원리를 처음 알아낸 사람은?
답) “유레카[Eureka ; 나는 (그것)을 찾았다!]” 외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그는 알몸으로 목욕탕을 뛰쳐나왔고... . 그는 나사의 원리를 이용해 배 밑에 괸 물을 퍼내는 기구를 고안했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공책에는 나사식 인쇄기와 나사 절삭기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또, ‘제임스 와트’는 특수 잉크로 쓴 편지의 사본을 얻기 위해 습식 복사용지를 대고 압착하는 ‘스크루 프레스’를 발명하기도 했다.
* 나사에 관한 일화 : ‘2차 대전’ 때에 영국과 미국은 서로 나사의 규격이 달랐다. 그래서 영국 정비공들은 미국 비행기를 수리할 수 없었다. 미국 비행기를 고칠 나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 그 이후 나사의 원리는 어디에 쓰여?
답) 곡물을 옮기는 일, 옷감을 눌러 펴는 일, 그리고 포도를 압착해서 즙을 내는 일 등에 활용되었다. 그리고 좀 특별한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그것은 종교 재판에서 죄수를 고문하는 일에도 쓰였던 것이다. 나사를 이용해 엄지손가락을 죄는 고문 도구.
4. ‘Phillips screw(필립의 나사)’란?
답) ‘ 발명아이디어 [ 역사속의 발명품 ]’이 전하는 사항.
‘필립’은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힘들게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학교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를 중퇴한 필립은 교장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중소 전기제품회사 견습공으로 취직을 했다. 당시의 관례로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그는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틈틈이 기술자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혀 나갔다.
필립이 취직한 지 1년째 되던 날, 회사의 기술자가 큰 회사에 취직이 되어 떠나가자 사장이 조용히 그를 불렀다.
“필립, 그동안 고생이 참으로 많았네. 오늘부터 자네가 우리 회사 기술자로 일해 주었으면 하네.”
그가 겸손하게 답했다.
“ 사장님, 하지만 전 이제 겨우 견습생활 1년인 걸요.”
사장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자네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자네는 이제 기술자로 충분하네. 잘 해 보세나, 필립!”
이렇게 기술자가 된 필립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자신이 고쳐놓은 라디오에서 맑은 소리가 울려 나올 때 필립은 죽은 사람을 살려낸 듯한 쾌감까지 느꼈다. 그런데 필립에게는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고장 난 라디오를 수리하려면 라디오에 박혀있는 ‘일자(一) 나사못’을 빼야 하는데, 어떤 것은 잦은 수리로 인해 그 홈이 망가져 아무리 애를 써도 뺄 수가 없었다.
필립의 머릿속은 온통 ‘일자 나사못’에 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어떤 날은 온종일 마모되어 버린 나사못과 씨름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장 난 라디오를 앞에 두고 있던 필립은 정말 난감해졌다. 이 고장 난 라디오에 박힌 ‘일자 나사못’은 그 홈마저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필립은 그 망가진 나사못 위에 다시 홈을 파고 작업을 해야 했다. 이 때 새로 홈을 판 나사못을 드라이버로 돌려 박던 필립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맞아! 홈 위에 십자(十)로 홈을 하나 더 파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야!”
그 때부터 필립은 ‘일자 나사못’에 또 하나의 홈을 파서 십자 홈으로 고쳐가면서 라디오 수리를 했다. 그리고 드라이버 역시 날 부분을 잘라내고 새로 십자 드라이버로 만들어 사용했다. 나사못 머리의 마모는 훨씬 적었고, 못을 빼고 박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그의 발명은 성공적이었다.
필립은 자신의 발명품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특허 출원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 그대로 ‘필립’이라는 작은 나사 공장을 세우고 십자 나사못과 드라이버를 생산했다. 이렇게 시작된 ‘필립사’는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전자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발명의 역사에서는 필립을 ‘십자 나사못과 드라이버의 아버지’로 기록하고 있다. (이상은 어느 블로그에서 죄다 베껴옴.)
5. 나사의 과학사적(科學史的) 지위는?
답) 나사는 지난 1천년 동안 인간이 고안한 물건 가운데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나사못은 정밀 기계공업을 뒷받침함으로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6. 나사의 종류는?
답) 나사의 쓰임에 따른 분류 : 일반용, 특수용을 포함해서 100종류 이상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나사는 ‘미터나사’ ‘유니파이나사’ 이고, 특수용도에는 관용(管用)·미싱용·자전거용· 카메라용·전구용·선풍기용 등에 한정된 나사 규격이 정해져 있다.
답) 피스나사의 머리 모양에 따른 분류 : 접시머리, 냄비머리, 와셔붙이냄비머리, 와셔붙이 육각머리
답) 나사머리 홈 모양에 다른 분류 : 일자, 십자, 삼각, 사각... 클러치, 원웨이(one-way),육각... 12각, Y자,별... .
이제 온전히 수필작가로 돌아와 되생각해보는 나사. 다시 말하거니와, 우리네는 잠시잠깐도 나사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꾸려갈 수가 없다. 특히, 환갑의 나이를 맞은 나는 새삼스레 ‘아파트 전기·영선주임’으로 재취업해 있는 터라, 나사 없이는 썩 괜찮은(?) 이 밥벌이가 아니 된다. 수필작가인 내가 또 놓쳐서는 아니 될 사항이 있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라디오 수리공 ‘필립’의 스토리. 그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 개선을 위해 ‘십자머리 나사’를 고안해 내었다. 수필작가인 나는 그 사례를 달리 받아들인다. 현재에 안주(安住)해서는 아무짝에도 못 쓴다는 거. 그 안주란, 예술가들이 늘 경계해야하는 ‘매너리즘’의 다른 이름일 테지. 제재 즉, 글감에 따라 각각 그 구성방법을 달리하는 것도 매너리즘을 떨쳐내는 하나의 방법일 텐데... . 나는 이 글도 제법 색다른 구성방법이라고 우겨대고 싶다. 웬만한 지식은 인터넷 매체의 덕분으로 평준화되었으니, 작가는 그것들 지식의 조각들을 여하히 재편집하느냐의 몫만 맡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나는 이러한 작법(作法)을 두고,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꼴라주 (collage) 기법의 수필’ 이라고 말해오고 있다.
아무튼, 인류를 이롭게 한 나사한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아니, 환갑 나이에, 더 늦지 않게 새로운 밥벌이를 도와준 나사한테 고마움을 표한다. 나사를 고안해내고, 또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온 분들께는 더 이상 말씀드릴 것도 없고.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