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이
김희선
국민학교 등굣길
버스비는 이 원이었다
일 원만 내밀어도
눈감아 주던 차장 언니
일 원은
눈깔사탕 하나
볼이 불룩했었지
버스문 못 닫아도
오라이면 출발하고
핸들을 급히 꺾어
곡예하듯 문을 닫던
이제와
생각해보면
치열했던 그 소리
가슴이 먹먹하고
갈 길이 아득할 때
오른 손 번쩍 들고
오라이나 외쳐볼까
버스가
달려나가듯
내 삶도 내닫도록
국민학교 시절, 가까이의 학교를 두고 굳이 대구 교대부국을 가기 위해 우리 사남매는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그때 일 원을 하던 버스비가 올라 이 원이 되었어도 꼬마들은 "일원요~~." 하며 차장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네주곤 했는데, 이미 나머지 일 원은 커다랗고 맛난 눈깔사탕을 사 입에 물고 있었다. 버스 앞문과 뒷문에는 여 차장과 남 차장이 각 한 명씩 있었는데, 그들은 꼬마들이 내는 일 원을 군말 없이 받아 주었다.
차가 만원이 되어 문을 닫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도 차장이 배로 손님들을 밀어넣으며 "오라이~~"를 외치면, 영락없이 차는 부웅 출발하는데, 금세 기사가 왼쪽으로 핸들을 휙 꺾어버리면 사람들은 짐짝처럼 안으로 포개지며 철커덕 차문이 닫혀지곤 했다.
그 시절 차문을 탕탕 두드리며 외치던 오라이 소리,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치열한 생존의 소리이다. 그때의 차장 언니와 오빠들에겐 얼마나 힘든 삶의 현장이었을까?
그러나 그 소리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소리였다. "오라이~~" 하면 차는 영락없이 출발하는 것이었다. 오라이는 앞으로 가도 돼의 의미로 "괜찮아, 좋아"란 뜻을 가지고 있는 'All right'라는 영어 단어가 일본 사람들의 잘못된 발음 때문에 '오라이'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참 대단한 힘을 가진 그 차장 언니의 소리를 가끔 소환해 오고 싶을 때가 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 두 손을 힘껏 쳐들고 "오라이~~."하고 외쳐 보고 싶다. 이 힘찬 외침으로 우리의 삶이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그 시절의 만원 버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차를 출발시키는 차장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