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속된 말처럼 들리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어엿한 한국어 동사다. 물체가 눌리거나 오그라지고, 기운이나 형세 따위가 꺾여 약해지고, 망하거나 허물어질 때 쓴다. 흔히 '짜부 되다'라고 쓰는 말의 표준어다.
그가 도서관 벤치에 앉아 있는데 바로 코 앞에 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는게 보였다. 주차장이 꽉 차서 어쩔 수 없이 벤치 앞에 차를 세운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 둘을 데리고 도서관에서 나와 차 쪽으로 다가오며 리모컨 키로 시동을 걸었다. 때마침 휴대 전화가 울려 그가 벤치에서 일어서서 옆으로 몇 걸음 걸어가며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승용차가 벤치 쪽으로 돌진을 해서는 갓돌을 넘어 벤치를 꽝하고 들이받는 것이 아닌가. 벤치는 거의 뒤로 넘어가다시피 했지만 승용차 범퍼는 갓돌 덕분인지 살짝 짜부러지기만 했다. 차 문도 만져 보지 못한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서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저 혼자 벤치를 향해 돌진한 승용차 주위로 모여들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도 무사했다. 앞이 찌부러진 승용차를 보며 그는 '이런게 급발진 사고라는 거구나'하고 생각했다가 흠칫했다. 불과 심십 초 전에 그가 바로 저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
'짜부러지다'라거나 '찌부러들다'라고는 쓰지 않는다.
참고 도서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짜부라들다'라고는 많이 들어본 것 같습니다. 앞에 된소리 나오는 말은 약간 힘이 들어가요. 그러면서 묘한 쾌감이 듭니다.
'짜부라지든' '찌부러지든' 쪼그라 들어 볼품이 없어진 듯 느껴집니다.
때로는 사람도 본의 아니게 참석한 곳의 분위기에 짓눌려 구석탱이에 짜부라져 있거나 찌그러져 있곤 합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와서 말을 걸어주어 그의 짜부라지고 찌그러진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