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 3-ISO 자판은, 3-90 자판과 3-91 자판을 뼈대 삼아, ISO 배열 키보드에서 Angle Mod를 적용한 뒤 군데군데 수정한 자판입니다. 아직 실사용도 해보지 못한(ISO 배열 키보드가 없어서..) 자판이므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공 운지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3-90 자판을 가지고 연습을 해 보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좋겠습니다"처럼 맨 윗자리와 함께 쓰거나, "감지덕지"와 같이 공 운지법이 적용되는 부분(Z, X, C)을 자주 사용해야 하는 단어를 칠 때에 편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등을 칠 때 중지에 연타가 발생하는 점, "걱," "국"과 같은 단어에서 검지와 중지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점, 맨 윗자리와 함께 칠 때 운지 거리가 길어져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 등 표준 운지법을 따를 때보다 불리한 점도 느껴졌습니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그래도 표준보다는 손이 확실히 편해진다고 느끼게 되어 공 운지법을 쭉 써 볼 생각입니다.)
그러던 중 영문 자판에 대해서도 공 운지법과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Colemak 자판 등에서 Angle Mod라 부르는 것인데요. 쿼티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Z, X, C를 각각 소지, 약지, 중지에 배정하는 것은 그대로 하되, (ANSI 배열에 대해 상대적으로) ISO 배열에 추가로 있는, Z 왼쪽의 여분 키로 한 칸씩 글쇠를 옮기는 것입니다. 즉
[ ] Z X C V B ...에서
Z X C V B .........가 되는 것입니다. ([ ] 자리는 ANSI 배열에 존재하지 않음. ISO에서 보통 [`~]임.)
공 운지법과 같이, Z X C의 자리를 그대로 두고 치는 손가락만 각각 약지, 중지, 검지로 바꾸어 소지를 배제하는 것은 Angle Cheat라고 하여 따로 분류됩니다. 이런 운지법들을 사용하면 아랫줄로 손을 내릴 때 손목을 바깥으로 꺾지 않아도 되므로, 오른손목이 그러하듯 왼손목도 곧게 편 채로 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영문 자판에서는 배열별 연타 통계 등 더 따져야 할 점이 있으나 한글 자판과는 무관하므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여기서 Angle Mod를 적용한다면 공 운지법을 쓰면서 제가 느꼈던 불편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한 자판을 시험 삼아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손을 댄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에서 설명을 위해 사용하는 영문 알파벳은 쿼티 자판(Angle Mod 미적용된 ANSI 정석 배열) 기준입니다
1. ㅑ와 ㅖ를 각각 B, Shift R 자리로 옮김
ㅑ는 6 자리나 B 자리나 수평 거리는 비슷하지만 수직으로 움직이는 거리가 줄어들었습니다. ㅖ는 오른손에서 기분 나쁜 연타를 만들 바에 왼손 윗글쇠로 보내버리는 게 낫다 판단하여 그렇게 했습니다.
2. ㅐ와 ㅓ의 자리 맞바꿈
저는 원본 공세벌식 자판에서는 ㅐ와 ㅓ의 자리 맞바꿈을 지지하지는 않았는데요. Angle 모드 특성상 왼손의 중심 축이 살짝 왼쪽으로 가게 되어, 또 Angle Mod 덕분에 빈도가 높은 ㅓ를 R 자리에 놓는다고 해도 왼손이 크게 비틀리지 않게 되었기에 자리를 맞바꾸었습니다.ㅓ 위에는 ㅖ를 배치하였습니다.
3. \(₩), |를 6, 7 자리로 쫓아내고 모두 오른손으로 치도록 함
보시다시피 ANSI 배열에서는 백스페이스 바로 아래에 있는 \(₩) 키는 ISO 배열에서 ' 오른쪽에 존재합니다. 본래 ANSI 배열에 맞추어 구성하였을 때 이 자리는 응당 \(₩)의 몫이 되어야 하겠으나 /, ;를 프로그래밍이나 채팅 시 자주 사용하는 점, 또 영문 자판의 /, ; 자리를 고려하여 여기에 배치하였습니다. 은근 자주 쓰이는 /를 윗글쇠 없이 넣도록 하여 편리함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원래 공세벌식에서 치기 버거웠던ㅑ와 ㅖ 자리에 각각 \(₩), |를 넣었습니다. 또 ㅑ처럼 왼손으로 쳤을 때 훨씬 편리한 것도 아니므로 정석 운지법에 맞추어 두 글쇠 모두 오른손으로 치는 것으로 환원시켰습니다.
4. 느낌표를 원래 자리로 돌리고 겹받침을 몇 개 추가함
세벌식 3-90에서 종성 ᆽ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원래 주인 !를 환원시켰습니다. ᆽ은 E로 옮겨 ᆫᆽ 조합(sE)이 편하도록 하였고, Angle Mod에서 ᆨᆺ 조합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을 감안하여 G 자리에 ᆨᆺ을 따로 추가하였습니다. ᆯᆸ 또한 개인적으로 조합해 쓰기에 불편한 면이 있어 C 자리에 넣었습니다. ᆯᆷ, ᆯᆸ, ᆯᇂ을 한 데 모았고, 새로 바뀐 ㅑ 자리의 윗글쇠에 거의 쓰이지 않는 ᆿ 받침을 놓았습니다. 이외 ᆯᇀ, ᆯᇁ, ᆯᆺ 등은 거의 쓰이지 않고 조합에 큰 불편함도 없으므로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겹받침 자리는 대체로 3-90의 것을 따랐습니다.
5. 숫자 및 기호 배열은 요즘 개선판을 대체로 따름
두 줄 숫자 배열을 사용했을 때 기호 배열하기가 훨씬 쉽고 예쁘게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두 줄 숫자를 채택하고, " ' < > 등의 기호는 요즘 개선판들에서 따와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6. 특수 규칙 사용의 배제
요즘 첫가끝 갈마들이, 순아래 입력을 위한 조합 규칙 등 편리한 타자를 위한 여러 장치를 달고 나오는 개선판이 많습니다. 이 자판은 그런 자판들과 겨루기에는 몹시 부족하고, 또 저는 그런 자판을 설계할 능력도 없으므로 전통적인 공세벌식의 오토마타를 따릅니다.
자판을 살펴 보시고 의견을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