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가 7살에 제게 왔고 12살 넘어 돌아갔으니 가장 후회되는 점은 안이에게 보충제를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입니다. 제게 온 후 거의 8년을 한결같이 보충제를 한 준이는 18살이 넘어가지만 가끔 틱이 나올 뿐 경기파장 유발행동은 전혀 없습니다. 안이는 떠나보내기 1년 전쯤에서 시작했으니 많이 늦었죠.
안이는 입맛도 너무 까다롭고 촉각방어도 심해서 보충제먹이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었고 사실 안이부모님은 안이를 두려워할 뿐 무관심한 부분이 많아서 당최 다른 조언은 들으려하지 않았습니다. 안이의 불거진 폭력성의 원인을 제가 억지로 먹인 보충제 스트레스때문이라고 하니 저도 이제 안이를 돌려보내야 할 때라고 결론을 냈던 것인데, 그런 안이가 요즘 부쩍부쩍 보고싶고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당시는 학교운영에다, 초등준비반 담임도 해야하고, 아이들 급식도 직접 준비하는 초인적 생활을 할 때라서 안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참으로 한계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완이를 보면서 부쩍 안이가 생각납니다.
밤낮 아이를 지켜보는 생활은 확실히 아이에 대한 대처를 다르게 합니다. 감각추구의 극단에다가 원시반시까지 해결과제로 남아있는 완이를 어떻게하면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까 매일 머리아플 정도로 생각하게 됩니다.
안이와 달리 처음부터 보충제를 그런대로 잘 먹어주니 이 녀석 희망이 있다싶습니다. 부모님들도 방법을 모를 뿐 사랑은 듬뿍주었으니 이 점도 이 녀석을 무장해제시키는 요인으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과거 안이는 정말 감정의 무장해제가 어려웠던 기억이 수두룩합니다.
잠자리들기 전 먹여야 하는 보충제도 요플레에 섞어서 주어야하니 양치질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시중의 요플레는 너무 과한 설탕과 액상과당때문에 먹이면서도 편치가 않습니다. 지난 주에는 풀빌라펜션에 놀러갔을 때 주변에서 요플레를 구하지 못해 건너뛰기도 했는데, 시골 편의점이나 조그만 규모가게에서는 잘 팔리지가 않아서 요플레를 구비해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참에 요플레 직접 만들기에 도전했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아주 좋습니다. 우유에다 종균을 섞어서 따뜻한 물 속에 두고 발효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인데, 비슷하게 만들어집니다. 설탕 대신 자일리톨당으로 충분히 달게 하고 과일이나 과일농축액을 섞어주니 더 비슷해집니다.
오늘 아침에는 망고농축액을 희석해서 3통을 만들어놓았는데 망고맛은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합니다. 제가 만든 요플레를 태균이와 리틀준이는 아주 잘 먹어주는데, 정작 태균이에게는 이런 정성을 보탠 적이 있는지 의아해지니 완이녀석 행운이 철철 넘친다고 보여집니다.
완이가 달라지기를 매일 소망하게 됩니다, 간절히. 그리고 달라짐의 어려운 과정을 예전 안이의 경우와는 확실히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야 완이도 인간다운 삶을 맞이하게 될 것 입니다. 이 부분에서 묘한 오기가 발동하게 됩니다.
내일 또다시 도전하는 풀빌라펜션, 물자극욕구부터 떨쳐내야 할 것입니다. 책은 자극수단이지만 자극수단도 오래되다보니 예전에는 손위에 올리고 돌리는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열심히 들여다보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점도 안이랑 비슷하네요 ㅋ
첫댓글 고생이 많으십니다.
응원합니다. 🙏🍒
요즘은 안이의 상태가 어떤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니, 대표님은 더 하시겠죠.
안이와 발달학교를 같이 다녀서 글 읽으며 많이 안타까웠어요. 현준이는 코로나 덕분에? 발화가 시작되고 동시에 한글도 깨치게 되서 참 흥분됐던 시간을 경험했네요.
완이에게도 놀라운 변화와 성장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와우, 그렇게 노력을 멈추지않으면 꼭 보답이 오더라니까요. 발화에다 한글이라니...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대단한 현준맘님!
자가 요플레에 보충제를 잘 먹고 변화해 나갈 일년 후 완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