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의 외관을 보면, 대개는 발전부가 케이스에 덮여 있어서 캔틸레버와 바늘 끝만이 카트리지의 하부에 돌출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제품들은 주요 부분이 케이스 내부에 있으므로 설치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없다. 간혹 고급 제품 중에는 카트리지 전체의 무게를 가볍게 할 의도로 외부 케이스 없이 발전부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제품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누드 타입이라고 부르는데, 설치할 때 특별히 주의를 요한다. 단자와 코일을 연결하는 아주 가는 선재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연결 부위를 잘못 만지면 쉽게 고장이 난다. 워낙 가는 선재라서 단선되면 사용자가 고칠 방법은 거의 없으며 반드시 전문점의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카트리지라도 케이스의 형태나 재질에 따라서 음질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메이커의 발전부만을 자신들이 튜닝한 케이스에 넣어 판매하는 메이커들도 상당히 많다. 예컨대 록산은 EMT의 카트리지에서 스타일러스(바늘)와 발전부를 자신들이 튜닝한 누드 타입의 케이스에 장착하여 쉬라즈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ZU라는 메이커 역시 데논의 베스트셀러 DL103에서 발전부만을 쓰고 자신들이 만든 금속 케이스에 넣어 ZU103이라는 모델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 카트리지들은 오리지널 제품과 전기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한 특성을 갖고 있으나 소리는 엄연히 다른, 서로 다른 카트리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캔틸레버의 형상이나 재질은 카트리지의 음질에 큰 역할을 하는데, 가볍고 단단한 것이 좋다. 주로 알루미늄이 사용되며 고급기에는 보론이나 카본, 심지어 사파이어나 다이아몬드가 사용되기도 한다. 음질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특히 스타일러스의 형상이다. 바늘은 대개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드는데, 가장 단순한 형태는 바늘 끝이 구형(Spherical, Conical)으로 되어 있다. 모노 카트리지는 대개 구형 바늘을 쓰며, DJ용과 같이 가끔씩 거꾸로 돌려야 하는 경우에는 이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테레오 음악 감상용으로 더 나은 형태는 타원형(Elliptical)으로, 구형보다 바늘이 소릿골에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 더 많은 정보를 읽어낸다. 이 외에도 바이-래디얼(Bi-radial)형과 같이 타원에서 부분적으로 곡률을 변경시켜 소리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여러 메이커에서 꾸준히 시도되었으며, 각각 고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오르토폰의 화인 라인(Fine Line), 오디오 테크니카의 라인 컨택트(Line Contact), 슈어의 하이퍼 엘립티컬(Hyperelliptical)과 같은 것들이다. 요즘에는 레이저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의 발달로 바늘 끝의 형상을 원하는 대로 가공할 수 있게 되어, 릿지 타입(Ridge Type)을 쓰는 경우가 많다. 카트리지 스펙 시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이거 S 타입이나 가이거 II 타입은 프리츠 가이거가 고안한 특정한 릿지 타입을 의미한다.
바늘은 음반과 접촉하면서 소릿골을 따라 운동하게 된다. 그런데 바늘이 소릿골을 따라가게 하려면 약간의 힘으로 눌러주어야만 한다. 만일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소릿골에서 위로 솟아오른 부분에서 바늘이 위로 떠올라 접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늘에 힘을 가해 음반을 누르는 힘을 ‘침압’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침압(針壓), 즉 바늘에 가해지는 ‘압력’이지만, 사실상은 2g, 3g과 같이 무게(힘)의 단위를 쓴다(압력은 힘을 힘이 가해지는 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카트리지를 구입해 보면 스펙 시트에 그 카트리지의 적정 침압이 나와 있는데, 정확하게 몇 그램으로 정해지기보다는 1.8g ~ 2.2g 과 같이 범위로 주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침압을 변화시키며 음악을 들어보면 침압을 낮게 주었을 때 소리가 밝고 경쾌하며, 침압을 높이면 소리가 중후하고 무겁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침압이 낮은 것이 소리가 좋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고 침압을 낮추다 보면, 큰 소리가 나는 부분에서 바로 바늘이 튀어 버린다.
침압은 바늘 끝에 가해진 힘을 의미하므로 소리 뿐만 아니라 LP판의 마모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음반을 매우 아끼는 애호가가 흔히 하기 쉬운 실수는 판의 마모를 줄이고 싶은 마음에 침압을 낮게 사용하는 것이다. 바늘 끝에 가해지는 힘이 작을수록 판을 덜 긁을 것이라는 생각은 얼핏 맞는 이야기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 결과를 보면 침압이 가벼운 경우에 판의 마모가 더욱 심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침압이 지나치게 낮으면 급격한 소리의 변화에 바늘이 크게 흔들리며 심하면 튀게 된다. 이렇게 튀게 되면 판에 靜 하중보다 動 하중이 가해지게 되는데 동하중은 정하중과 비교할 때 같은 질량이라고 하더라도 훨씬 크므로 결과적으로 침압이 낮은 경우가 음반에 더 큰 손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계속)